기술자처벌법 만들어진 이유... 알고보니
수도권고속철도 설계변경 문제로 국무조정실에서 권고기술인신문l기사입력2017-03-17
건설기술자가 발주청에 손해를 끼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하는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 개정안 87조의2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1월3일 입법예고 되어 2월15일까지 입법예고를 종료했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관련 단체들이 반대의견을 낸 상태에서 지난 3월7일 국토부가 주재한 반대의견을 낸 단체들의 의견을 듣는 자문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번 회의에서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의 권고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정안임을 강조했다.

세종청사에 있는 국무조정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수도권고속철도 노반신설공사'의 비리를 적발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건설기술자를 처벌하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수도권고속철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 건의 사업에서 자재를 빼먹거나 실제 공사비보다 저렴한 공법으로 시공해 발주청에 손해를 끼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처벌조항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고 국무조정실의 입장을 설명했다.
기술자 형사처벌 개정안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고속철도 공사의 모 공구에서는 발주처, 시공자, 감리자, 설계자가 공모하여 수퍼웻지라는 비싼공법으로 설계변경을 하고 실제로 시공은 일반공법으로 시공해 시공사가 182억의 공사비를 편취한 혐의를 받고있는 사건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하여 14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검찰이 발주청 직원 3명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위반 사기, 배임, 뇌물죄이며, 시공사 직원 8명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경법상 사기, 배임수재, 뇌물공여, 허위세금계산서교부 등, 배임중재 등이다. 감리업체 4명의 직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배임, 설계업체 4명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죄이다.
엔지니어링 업계의 엔지니어들은 이와 같이 발주청부터 시공자, 감리자, 설계자가 관여된 특정 사건에 대해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엔지니어링 기술자만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3월 7일 회의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건설엔지니어링 노조 관계자는 "고의로 발주청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 형법으로 처벌 가능한데 왜 진흥법이란 이름의 법에 처벌조항을 만들려고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자는 처벌 조항이 있는데 감리자와 설계자는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없어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와 법조인들은 이것도 국토부가 잘못 알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 법무법인의 "B"변호사는 "수도권고속철도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시공사 건설기술자들에 대해서 건설산업기본법을 적용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설산업기본법 93조1항은 '시공자가 구조물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파손을 발생시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었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덧붙여서 "건설산업기본법의 93조1항은 주요 부분에 중대한 파손이라는 원인과 그 결과인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처벌근거가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이번 수도권고속철도 시공자들에게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건설산업기본법'이 아닌 특경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건설산업기본법에도 발주청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 대한 형사처벌에 관련된 처벌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건진법 개정안에 대해서 "C"엔지니어는 "발주처, 시공자, 감리자, 설계자가 모두 연루된 사건을 계기로 법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발주청 담당자, 시공자도 동일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어야지 왜 감리자와 설계자만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다른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을 왜 법을 새로 만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D"엔지니어는 "국무조정실에서 그런 권고를 했을 때 국토부 자신은 발주청에 해당하기 때문에 발주청 담당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빼고 개정안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발주청을 대신해서 발주청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설계자나 감리자의 업무는 발주청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처벌을 받는다면 발주청 담당자도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물론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서 배상하면 되는 것이고 만일 고의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면 형법으로 처벌하면 되므로 이번 개정안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 글 _ 이석종 기자 · 기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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