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정원에 대한 담론
조경가 정영선 대표, 모델로 제시
"우리 시대의 정원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그런 정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는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을 12월 5일(금)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GLocal Hall 306호에서 가졌다.
심포지엄에서는 현재 각광받고 있는 '정원현상'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 정원문화와 정원교육이 가져야할 방향성에 대한 열띤 논의가 있었다.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는 "사회적 요구와 전문분야가 합이 맞아 태동한 조경학처럼 정원도 사회적 요구를 필요로 한다. 다른 점은, 요구되어지는 정원은 기존의 정원이 아닌 쉽게 풀 수 없는 정원"이라 말했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도 "현재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가드닝과 텃밭이 과거의 정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조명해야한다. 같은 '정원'의 이름을 쓰지만 과연 같은 것인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 순천만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이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전근대 시대 정원은 아파트에 살며 정원을 원하는 현재와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8세기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마음으로 정원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처럼 욕구나 지향으로서 정원이 갖는 의미가 있다."며 정원의 가치 측면에 무게를 두었다.
박희성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교수 또한 조상들이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알고, 교육 등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정원의 가치를 바라보는 정신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대지진 이후 국토를 재조성하기 위해 '신작정기'를 내놓았다. '신작정기'는 전통정원을 통해 앞으로 정원에 대해 어떤 태도와 정신을 가지면 좋을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대학에서의 정원교육에 대해 짚어보았다.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장은 "학교에서는 현장을 잘 모르고 원예적인 측면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한다. 학생들은 정원을 배우기 위해 천리포수목원이나 신구대수목원에서 하는 가드닝 교육을 찾기도 한다."며 대학의 정원교육의 부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의 커리큘럼에서는 목본 위주의 식재계획이 많기 때문에 과목으로 지정된 수목학에 비해 지피나 초화류는 많이 약하다. 또한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도 아직은 숙제로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정민 순천대 교수는 "그동안 정원에 대한 이론이나 담론 없이 기술적인 측면만 부각되어왔다."며 정원의 가치에 대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한배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또한 "정원현상이 일시적인 거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정통성 있는 이론적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원학을 정립하고 발전시키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박승진 디사인스튜디오 Loci 대표는 한국조경의 대가 정영선 대표의 디자인기법과 철학을 소개하며 정원학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다.
정영선 대표는 정원을 '인간의 지친 마음이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라 말한다고 한다. 땅을 대하는 태도를 '인연'으로 여기고 인연을 맺은 땅은 본인의 정원이라는 오너쉽을 갖게 된다고 한다.
공간디자인에 있어서는 치유에 반하는 '의도되지 않은 직선, 일정한 간격, 일정한 밀도, 대칭, 반복'을 지양하고 원래의 자연과 정원의 경계, 건축물과 땅의 경계를 흐린다. 그럼으로써 정원은 주변의 나무와 들풀, 돌을 사용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조성된다.
정영선 대표는 한국정원을 만들도 때 나름의 철학이 있다. 산을 만들고 연못을 판다라는 뜻의 '조산착지'에 입각해 음과 양의 조화를 갖춘 정원을 구현한다.
정영선 대표의 정원을 '치열한 노동으로써 생명과 교감하는 공간'으로도 표현한다. 정원은 설계-시공-관리가 한 사람의 노동으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그는 부지런히 스스로 움직인다. 스스로 설계하고 스스로 심고 스스로 관리한다. 그는 설계, 시공, 관리팀의 팀워크를 중시한다.
아울러 정영선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문학정 정서를 정원에 그대로 녹여낸다. 평소에도 문학을 사랑해 시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는 등 정서적인 측면까지 충족한 정원을 탄생시킨다.
정영선 대표는 심포지엄을 찾은 많은 조경인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앞으로도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는 정원과 정원학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 김한배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박희성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교수, 김승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본부장
성종상 서울대학교 교수, 황주영 서강대학교 강사
권진욱 영남대학교 교수, 박은영 중부대학교 교수
김현 단국대학교 교수, 박승진 디자인스튜지오 Loci 대표
손용훈 서울대학교 교수, 윤상준 이화원정원문화연구소 연구소장, 이유직 부산대 교수
-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