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곡산단 옹벽 붕괴, 방치되는 민간단지 절개지
민간단지 절개지 설계,시공,감리 통제 사각지대 우려기술사신문l기사입력2014-09-11
지난 9월 3일(수) 1시 20분 쯤 경남 창원시 창곡일반산업단지내 절개지가 붕괴되어 절개지 앞에 입주한 두개의 회사 공장 건물벽을 뚫고 토사가 밀려 들어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 2명이 부상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된 토사가 벽을 무너뜨리고 공장내부로 밀려들어와 근무중이던 직원 2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소방서
무너진 절개지는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산비탈을 깍고 그 앞에다 보강토옹벽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다가 무너졌으며, 보강토옹벽의 높이는 최대 약 14.5m인 것으로 알려졌다.
E사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 보강토옹벽은 지난 8월 25일 경남지방에 큰 비가 왔을 때도 물과 토사가 빠져 나온다며 입주 업체들이 시행사측에 항의를 하였고 창원시는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피해 업체들은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없어서 옹벽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붕괴되기 전의 보강토옹벽 모습. 보강토옹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흙과 그리드로 단단하게 다져진 거대한 흙덩어리 자체이다.
최근 들어 민간 아파트단지의 절개지 붕괴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어서 설계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에도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 뒤쪽의 절개지가 붕괴되어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 아파트단지 역시 민간에서 개발한 아파트 단지로 비탈면의 높이가 30여 m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창곡산단 사고와 마찬가지로 시공 중에 한번 붕괴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민간이 시행하는 단지의 특성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사면을 급하게 세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기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반설계 전문가 A씨는 "일부 소규모의 민간 단지의 경우 설계사 선정부터 공법선정, 시공,감리 과정에서 기술적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산업단지나 지방산업단지처럼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적절한 자격을 갖춘 업체들만이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되어있으나, 민간단지의 경우에는 설계회사, 시공사, 감리회사 선정도 시행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영세한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고, 기술적으로 평이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대절토사면 같이 고도의 기술적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능력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창곡산단 내 절개지에 옹벽을 시공하다가 무너지는 바람에 흙더미가 산단 입주 공장건물을 덮쳤다. ⓒ창원소방서
또 다른 지반설계 전문가 B씨는 "민간 시행 단지의 설계를 의뢰 받는 설계회사가 영세하여 토질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절토사면 설계가 필요한 경우 특허공법업체에 설계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특허공법업체는 서비스로 설계를 해주면 설계에 반영이 되어 시공도 자신들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공법을 적용하여 설계를 하고 시공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특허시공업체는 이미 나와있는 비슷한 특허를 조금씩 변경하여 특허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고, 일부 보강토옹벽이나 사면보강공법 회사는 토질및기초기술사 등 지반관련 전문가를 보유한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특허공법 회사들은 초기에 개발할 때는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지만 다양한 지반의 여건과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업체가 했으니까 맞겠지 하고 검증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단지의 경우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자를 보유한 설계회사 및 감리회사가 설계/시공/감리를 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설특허 전문가 C씨는 "특허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발급되는 것이지 그 공법이 안전하다는 것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특허가 안전성 검증 후 발급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특허공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의 검증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특허공법의 적용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하여 창원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민간단지의 경우 시행자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단지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심의위원회 등을 거치지만 안전성검토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민간단지의 절개지에 대한 안전한 설계 및 적절한 특허공법의 선정 등에 대한 제도적 개선사항을 도출하기 위해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건설기술진흥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 등 상위법에서 이에 대한 근거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강토 옹벽이란 흙을 촘촘히 다지는 과정에서 그리드(일종의 토목섬유)를 깔아 흑을 보강한다고 해서 '보강토'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이렇게 다져진 큰 흙덩어리전체가 그 뒷면에 있는 흙의 붕괴를 막아주는 공법으로서, 흙덩어리가 구조물처럼 거동하는 공법이라서 흙의 다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흙재료와 시공중의 배수관리가 시공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알려져 있다.
- 글 _ 이석종 기자 · 기술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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