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장기화, 건설업계 중‧장기 대응전략 짜야
비용‧일정 예측 어려움 증가, 협업과 구매조달 역량 강화 필요
각 국가의 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중‧장기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LH제공
대규모 양적 완화에서 비롯된 물가상승 압력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경제 봉쇄 등의 사건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각 국가의 물가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내 19개 회원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2% 상승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하향조정 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세계은행은 연초 예측했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4.1%를 2.9%로 낮추고 향후 10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도 단기적 문제해결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5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75%p 올렸다. 이 같이 금리를 한번에 0.75%p를 올린건,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처방이다. 또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5.2%로 상승시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 브리핑을 통해 “기업인은 인플레이션을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차원에서 분석하고 임시 대응이 아닌 중‧장기적 인플레이션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일정 예측 어려워, 건설 프로젝트 지연 우려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건설기업의 당면과제는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시장 ▲예측 불가능한 비용에 따른 리스크 증가 ▲공급망 전반의 혼란 ▲점점 강화되는 기후 변화 의제 ▲세계 시장의 변화와 자원 제약을 야기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정리된다.
세계 경제활동이 회복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졌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가증되며 건설 프로젝트의 비용 및 일정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와 같은 주요 건설 자재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건설비용도 큰 폭을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 올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월 대비 0.48%, 전년 동월 대비 13.42% 상승했다.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월 대비 0.48%, 전년 동월 대비 12.83% 상승하는 등 건설공사비지수는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 건설 현장은 물가상승에 이어 예측하지 못했던 공급망 혼란과 인력난을 겪으며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에 따른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치솟는 자재 가격과 물류비용의 증가와 늦어지는 공급 일정은 발주자, 건설사, 협력사, 자재공급사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비용 변경을 제한한 공사계약의 경우 분쟁이나 지급불능이 초래될 수 있다.
협력적 관계 구축, 구매조달 역량 강화 등 준비 필요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발주자, 건설사, 협력사 등의 사업참여자들은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닌 파트너로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원도급자나 하도급자에게 떠맡기는 것은 사업을 완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공정한 위험 할당을 위한 협력적 방법이 필요하다.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사업 전체의 구매조달 계획 수립과 변경 사항의 실시간 추적 및 관리 등을 수행하기 위한 기업의 구매조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1차 공급업체가 아닌 n차까지의 전체 공급망을 파악하고 공급망의 잠재적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구매조달의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 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대처해야 한다.
건산연 성유경 연구위원은 “미국의 터너건설은 소스블루라는 자회사가 기업 내 공급망관리 서비스를 담당한다”며 “소스블루는 일정과 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었고 적시 자재공급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법도 고려해야 한다”며 “복잡한 공급망에 대한 예측과 계획 수립을 위해 데이터 기반의 업무 수행과 디지털 틀의 사용이 필요하며 빠르고 정확한 비용 추정, 실시간 변경관리 등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정비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건자재값 급등 대응 나서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업계와 진행한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회의에서 건자재값 상승분을 공사비에 적기에 반영하도록 제도개선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관급자재 공급을 안정화하고, 현행 물가변동 제도의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조달청은 자재별 가격 인상요인을 납품 단가에 신속히 반영해 관급자재가 적시 납품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공사 물가반영이 전반적으로 원활한 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건설공사 특성을 고려해 단품슬라이딩 등 현행 공사비 조정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자재 생산·유통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생협의체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자율 실시하는 공사비 조정을 활성화해 업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주택공급현장은 합리적인 공사비 책정 요건을 조성하고, 주택공급사업자의 이자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 글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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