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를 이어주는 길음역 철재 의자
[테이크어반⑨]ZERO서울시 테이크어반의 묘미 중 하나가 다른 성격을 가진 대상지 속에서 72시간동안 프로젝트를 마쳐야 한다는데 있다.
4호선 길음역 유휴공간에 의자를 설치한 ZERO팀의 프로젝트 대상지는 주변에 뉴타운과 인접한 근린생활권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지하철역 주변이지만, 지역 주민의 이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생활밀착형 공간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대상지 특성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걸 딛고 ZERO팀은 묵묵히 주민들과 대화하고 다가서려는 자세로 작업에 임했다.
테이크어반 출전계기는?
시민과 학생, 전문가들로 팀을 꾸릴 수 있는 ‘폭넓은 참여계층’에 매력을 느꼈다. 단순히 설계를 하고 납품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공까지 내 손으로 직접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적지않은 재료비 지원 역시 참가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팀원 구성과 작품 컨셉은?
전문가 2명(가구, 목공), 학생2명, 시민 3명으로 구성했으며, 각 팀원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속에는 가구 디자이너, 조소과, 서양학과 출신 등 학생과 시민도 있다.
각기 다른 전문분야에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이번에 한 공간 속에서 같은 목표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작업형태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의 작품명은 ‘사이’이다. 보행로 ‘사이’를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었다. 공원진입로를 만들어 보행로와 도로, 공원을 잇도록 했다. 또 주변 공원에는 울창하진 않지만 군데군데 나무가 식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적인 맥락을 끌어오는 동시에 수직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철재 기둥을 설치하였고, 전면에 낮은 의자를 배치하였다.
재료는 가급적 철재 비중을 높이려 했다. 공공공간에 설치되는 의자는 환경적 간섭을 받기 때문에 나무는 지양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견고성에 무게를 두어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주민들의 이동이 잦은데 반응은 어떤가?
사실 이 곳은 주민에게 환영받지 못한 장소였다. 지나가며 ‘이곳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지역주민도 있었다. 여름철이면 노숙자가 이 공간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자 설치과정에서 항의를 직접 받기도 했다. 의자를 설치하면 더 많은 노숙자들이 찾는다며 우려하는 분들도 계셨다.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였고,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프로젝트 배경과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두 번째 테이크어반을 위한 의견?
모든 공공공간도 그러하겠지만, 지역주민의 생활밀착형 공간은 특히나 소통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알리는 것도 좋지만, 사전에 지역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인지시키는 과정 역시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작품 제작비 지원은 조성후 정산 형태로 진행됐다. 그래서 넉넉지 못한 초기비용을 가지고 있는 팀들로서는 적극적으로 의자를 제작하고 표현하는데 제약이 생긴다. 사전에 예산이 배정된다면, 프로젝트 참여율도 높아질 것이다. 프로젝트 시행시기는 계절적 요인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서울시 테이크어반은 우리의 손으로 공간을 직접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72시간의 경험과 제작기술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이 앞으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대회를 기대해 본다.
-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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