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관리와 생태계보호 ‘붐’을 일으킨 일본의 ‘카이보리’

미디어를 활용한 자연보호 정신의 확산
라펜트l기사입력2019-09-04


“공원관리와 생태계보호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된 것에는 미디어의 힘이 컸다. ‘카이보리’의 인기가 사회를 바꿨다

서울시 환경거버넌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일본 비영리단체 ‘NPO Birth’에서 활동하는 사토 루미(佐藤 留美) 사무국장을 초청해 19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강연회를 개최, 공원관리활동 중 하나인 ‘카이보리’에 대해 소개했다. 통역은 한규희 (주)어번닉스 대표가 맡았다.

일본은 지금 ‘카이보리’ 붐이다. 카이보리는 농업용 저수지의 진흙을 걷어내고 물고기를 잡는 일본의 전통적 물 빼기 작업으로, 이를 공원 연못에 적용한 것이다.

카이보리의 시작은 8, 9년 전 시민단체가 공원 연못의 자연보호와 수질정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면서부터다. 공원 내 연못에는 블랙베스나 잉어,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의 유입과 더불어 축제시즌에 거리에서 파는 작은 아메리카 가재나 거북이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이들은 자생종을 위협하며 동시에 빠르게 성장해 연못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보리는 우선 펌프로 물을 빼내고 윗물은 강으로, 오염된 물은 하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낸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자원봉사자들이 진흙투성이에 들어가 연못 안의 생물들을 건져내고, 오염물질이 뒤섞인 진흙은 빨아들여 비료로 만드는 업체에 보내거나 폐기물로 처리하게 된다. 건져낸 생물들 중 재래종은 연못에 물이 채워질 때 다시 방류하고, 외래종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먹고 지자체와 협의해 땅에 묻거나 폐기한다. 물이 다 빠진 연못은 건조한 상태로 두세 달 정도 두어 햇빛에 의한 살균작용과 함께 물을 정화하는 박테리아 증가를 도모한다. 이후 물을 다시 채워넣으면 모든 작업이 완료된다.

처음 환경단체가 이 일을 행할 때는 생물들이 불쌍하니 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공원 자원봉사자인 ‘파크레인저’들은 외래종이 주는 피해와 공원관리 내 쓰레기문제 등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들도 진행하기도 했다.


사토 루미 일본 비영리단체 NPO Birth 사무국장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3년 전 한 TV 방송에서 카이보리를 다루면서부터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도시의 연못에 이런 생물이 있었다니! 몰랐다! 연못물 전부 빼기 대작전’라는 주제로 진행된 방송이다.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연예인이 진흙 속에 들어가 연못 속 생물들을 건져내고 하나하나 소개하며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과 더러운 연못의 실태를 재미있게 드러내는 예능이었다.

카이보리는 방영과 동시에 시청률이 오르고 국민적 관심이 고취됐다.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오후 8시 골든타임에 방영되는 정규편성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일본 전역에서 마을 공원 내 연못에 와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지자체장이 나서서 지역으로 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는 카이보리로 깨끗해진 공원이 지역의 명소가 되는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보리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 ‘카이보리로 마을을 유명하게!’라는 신정특집방송으로 편성돼 환경청과 시민단체, 시장, 연예인들이 다 같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도쿄도 또한 도지사가 나서서 도내 연못 카이보리 예산 20억을 마련하기도 하는 등 공원관리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NOP birth를 비롯한 비영리단체는 방송국과 함께 활동하며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생물이나 쓰레기들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국민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이제는 어린이들이 NPO 직원을 알아보고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등 교육적 효과도 내고 있다.

사토 루미 국장은 “미디어와의 콜라보레이션 덕분에 사람들이 자연보호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현상이 되어 기쁘다. 우리는 공원 연못을 청소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도 청소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미디어를 활용해 자연을 보호하는 일들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NPO Birth는 도시의 녹색보전을 위해 1997년 사토 루미 국장이 홀로 설립한 시민단체로, 현재 도립공원 17개소, 시립공원 54개소를 관리하고 있다. 전체 50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경유지관리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사토 루미 국장은 올해 7월부터 일본 국토교통성 녹지관련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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