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조경과 하층문화

글_정정수 환경예술조경연구원 원장
라펜트l기사입력2019-09-15
정정수의 자연예찬
조경과 하층문화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도심의 연립주택 또는 시골의 담장 밑 손바닥만한 땅에 호박 또는 고추를 심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어 가족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일 테다. 간혹 가다 봉숭아, 채송화, 과꽃이 핀 꽃밭도 볼 수 있는데, 꽃밭을 가꾸는 주인의 심성은 그 길을 지나는 이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세상 모든 나라의 문화에는 공통점도 많지만 제각각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우리만이 가지는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특히 언어와 글이 크게 다르고 의상과 주택이 다른 나라와 현저하게 다르다. 즉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문화적 차이가 크게 다르다는 말과 같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의 선조들이 사용하신 생활용품 모두가 귀중하기로는 마찬가지겠지만, 나라의 임금이나 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사대부가에서 사용하던 물건들과 하층사회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의 품격에는 크게 차이가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서울의 황학동은 인사동에서 옮겨간 상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버리기에는 아깝고 갖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들을 내다 파는 벼룩시장과 함께 골동품 거리로 조성됐다. 이제는 모두가 ‘골동품’하면 황학동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곳 가게 앞에 꺼내놓은 전시품들 중에서도 발에 차일만큼 많은 골동품들을 보면 절구, 맷돌, 돌확, 물레방아, 소여물통 등 하류계층에서 사용하던 도구들이 대부분이다.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서 팔고 있는 것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중 다수의 골동품상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선비들이 사용하던 품격 있는 골동품(엔틱)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볼 수는 있다.

조선시대 선비계층의 여인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다. 실내장식은 물론 화장대안의 모든 도구들과 머리장신구들이 품격과 가치는 우리나라의 높은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품격 있는 문화재급 생활용품들은 박물관에 전시를 해도 괜찮을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속칭 하층문화라고 일컬어지는 민속박물관 마당에 펼쳐 놓아둘만한 문화를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문화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우리민족이 자랑할 만한 한복을 편하게 입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개량한복’은 착용시 불편하다는 문제는 해결했으나 아름다움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지워버렸다. 그 결과 개량한복의 대부분의 사용처는 한식당 종업원들의 유니폼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개량한복을 말할 때 안타깝게도 ‘삼돌이패션’이라고 한다. 이 같은 결과물들은 우리의 의상문화 수준을 여러 단계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감히 혹평하고 싶다.

우리민족에게 대대로 전해주어야 할 문화를 ‘하층문화’로 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문화인들이 있다면 어찌 동조할 수 있겠는가? 민족을 구성하는 모든 계층의 삶과 애환이 서려있는 흔적들 모두가 우리의 문화로 계승 발전하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문화가 절대로 저급한 문화는 아니지 않겠는가?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용서 못할 행위는 맷돌을 디딤석으로 쓰는 행위이다. 선조들께서 음식 만들어 드시던 기구를 땅에 깔아놓고 발로 밟고 다닐 만큼 깊이 원한 살만한 일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왜 전국의 많은 정원에다 이러고들 있는지? 또 음식을 담아 저장했던 항아리를 담배꽁초를 버리는 재떨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대체 누구의 발상이란 말인가? 필자로서는 한숨이 나오니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즈음 사회전체가 갑을 관계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로 시끄럽지만, 지금의 삶에서 노비가 어디 있고, 머슴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을 추억으로 삼고자하는 문화가 어디 있겠는가. 하층계급에서 사용하던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가 격조 높은 문화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엄중한 마음으로 강조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 중 누군가는 작은 초가집 담장 한 켠 작은 땅에 봉숭아꽃, 나팔꽃을 심어놓고 감상을 한다. 이러한 모습은 가슴을 풍요롭게 하려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반문해본다. 결국은 경제적 부가 문화적 부와 반드시 평행선상에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물질과 3류 문화에 젖어들지 않고 정신과 감성이 풍요로운 국민들이 많아지는 국가를 기대해본다.

- 거제 해변에서


햇살이 좋은 양지쪽 벽면 밑에 안개꽃이 만발했다. 꽃은 물론이고 벽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안개꽃과 이어질듯 배치되어 있어서 한폭의 그림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 삶의 주변에 손바닥만한 땅이 있다면 가슴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꽃을 한 포기 심으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사진 김명란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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