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원 최초로 첼시플라워쇼 입성
황지해 작가 ‘해우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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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원문화 및 정원디자인의 경향과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영국 첼시플라워쇼 스몰가든 중 아티슨가든 부분에 한국 정원이 최초로 선정돼 세계무대에 선보인다. (재)환경조경발전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정원문화의 메카인 영국에서 개최되는 첼시플라워쇼에 한국 최초로 환경미술가그룹 뮴의 황지해 대표의 출품작 ‘해우소 가는 길’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고 밝혔다. |
그간 독일의 부가 정원박람회 학생공모전에서 한국 학생이 선정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부분에서는 최초로 선정된 것이다.
봄이 시작되면 꽃이 피는 것과 같이 런던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시작된다. 이를 런던시즌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첼시플라워쇼가 그 시작의 신호탄이다. 1827년에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18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세계정원문화의 미래를 제시해 왔다.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가 행사기간 내내 생중계하는 첼시플라워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세계의 정ㆍ재계 및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방문하는 정원 및 원예박람회로 정원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출품작 중 50여 개의 엄선된 정원은 대형정원인 쇼가든과 어번가든, 아티슨가든 등 4x5m 규모인 스몰가든으로 구분되는데 각 부분마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우수작에 대해 영국왕립원예협회가 금, 금박, 은, 동메달을 수여한다.
특히 세계의 정원 및 조경관련 기업 및 바이어들과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참여 업체는 평균적으로 1년 매출의 약 1/3을 행사기간인 5일 간 올리게 되는 등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대단하다.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80년 전부터 지속적인 활동으로 일본의 정원문화를 세계화 그리고 산업화하는데 성공했으며 문화 및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 이미지에 대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다. 중국도 3년 전부터 첼시플라워 쇼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자국의 정원문화를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황지해 작가가 출품한 ‘해우소’는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한국 전통화장실문화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함의를 정원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승화 시킨 작품으로 화장실을 정원 주제로 담아 심사위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우소, ‘근심과 걱정을 털어버리는 곳’ 혹은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뜻의 불교식 용어를 황 작가는 정원문화에 맞게 재해석하였다. 오죽 숲과 돌담에 둘러싸인 옛 화장실 가는 길을 정원의 중심공간으로 배치하고 그 주변에 다양한 한국 약용식물을 식재하여 선조들의 민간요법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하여 ‘해우소 가는 길’을 인간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곳, 바로 ‘자연과 공존하는 길’로 승화시켰다.
흙과 토종식물의 뿌리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러내리게 하여 사람들이 손을 씻게 하고 발효 항아리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이라는 뜻을 담았다. 또한 해우소의 문을 1.2m 높이로 낮추어 설계하여 고개를 숙여 출입하도록 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양의 의미를 담았다.
황지해 작가는 “인위적이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 전통정원문화의 아름다움과 철학이 세계정원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번 출품을 계기로 한국의 정원에 대한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각되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윤상준 사무국장은 “첼시플라워쇼는 꽃과 정원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된 산업과 정원문화의 정수라는 점에서 2013년 순천만정원박람회가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주목해야할 롤모델”이라고 말하며 “황 작가의 출품작이 선정된 것은 한국정원문화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첫 시발점이라는 것과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국내의 정원문화산업을 부흥시키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었다”고 설명했다.
참고문헌_영국의 플라워쇼와 정원문화(윤상준 박사 저)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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