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설계사무소, 일이 넘친다

라펜트l기사입력2009-02-25

경기는 불황이라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설계분야이다.
요즘 조경설계사무실이나 엔지니어링 소속 직원들은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불을 켜고 눈코 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토목 건설 사업의 상당수를 조기발주하라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이 너무 많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일이 많다니, 즐거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일이 줄어서, 심지어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기업들 앞에서는 웬만하면 아껴야 할 말이다.
조기발주 방침으로 설계용역이 많이 쏟아져 나왔고, 설계 기간도 대폭 축소하여 빠른 마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업무량에 대한 체감은 더 크다.

걱정도 크다.
“이러다가 상반기에 일을 몰아서 다하고, 하반기에는 손가락 빠는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어차피 하반기에 내놓을 물량이 상반기로 쏟아져 나온 것이니, 결국 설계 업체 입장에서는 상반기 수익이 한해 수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셈도 틀린 것이 아니다. 물론 경제 위기가 언제였냐는 듯 싶게 하반기부터는 다시 경제가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런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대세가 아닌 오히려, 변수로 바라보는 전망이 더 많은게 현실이다.

‘설계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급하게 마감을 종용하니까 평소 한달 걸리던 것을 보름만에 끝내고 있을 정도로 기한에 쫒기고 있다. 발주처도 예전 같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던 것을 일단 넘어가 주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맘에 들지 않는 설계안도 영 탐탁치 않은 부분이다. ‘여기 저기 문제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된단다.

돈도 안되는 일, 울며 겨자먹기
일이 많다는 말에 너무 오해하지는 말란다. ‘몇 백만원짜리 저가 설계가 왜 이리도 많은지.’ 그렇다고 지금 같은 시기에 안할 수도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직원들 월급 안 밀리고,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심리적으로 일을 골라가며 할 수 있는 처지가 안된다.” 무너진 경제 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점점 척박하게 만들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일이 많은 업체는 일이 많고, 일이 없는 업체는 일이 없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말 일이 많다고? 도대체 어디에서 일이 나오고 있는데, 나도 좀 알려주라”
 
일개 조경가, 희망이 전략이다.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직업은 아니므로, 결국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전략은 희망이다. “좋아질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
설계사무소에 일이 넘친단다. 일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박광윤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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