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시설 안전관리,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특별기고] 김성용 LH녹색경관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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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계속해서 꼬이는 법이다.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관리를 규정한 법률이 그렇다. 2006년 10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안은 2개월을 갓 넘긴 동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가결됐고 이듬해인 2007년 1월 공포됐다. 그러다 보니 관련 법안에 대한 관계자 및 전문가의 의견수렴도 미흡했다. 더욱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규제심사도 거치지 않았고 주택법 등 관련법안과 |
의 합리적 조정이나 유지보수비용에 대한 한시적 예산지원 등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보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법안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나지 않은 2008년 5월 소관부서인 지식경제부는 관련 업무를 재난안전업무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기로 하고, 입법예고를 거쳐 2008년 8월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동년 12월 수정가결되어 이듬해인 2009년 1월 시행되었다. 법 시행 1년 만에 기존의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에 명시되어 있던 어린이놀이시설의 제조 및 인증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어린이놀이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 조항을 남긴 채로 관련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한 것이다.
애당초 놀이시설의 안전관리 업무를 지식경제부가 맡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그렇다고 어린이놀이시설 안전업무를 행정안전부가 맡는 것도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관련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법률개정안 검토과정에서 어린이놀이시설 유지관리를 안전관리로 단순화하여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한편, 놀이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넘겨받은 행정안전부는 2009년 10월과 2010년 3월 두 차례 입법예고를 거쳐 곧바로 안전진단 실시, 안전관리사업 지원, 안전교육, 사고조사 및 조치, 과태료 부과 등 어린이놀이시설 유지관리 관련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사실상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기관 지정권한을 제외한 모든 유지관리 관련 행정업무를 지자체에 넘긴 것이다. 개정법률안은 1년이 지난 2011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가결되었고 5월말 공포되어 8월말이면 시행된다.
어린이의 놀이안전은 놀이시설뿐만 아니라 놀이시설을 포함하는 놀이터 전반에 관한 안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시설안전과 아울러 위생 등 환경안전과 아동보호를 위한 생활안전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선 지자체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법 조항마다 권한 위임내용을 일일이 하위법령에서 규정하는 번거로움도 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과 관련한 업무는 여러 중앙부서에서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놀이시설을 포함하는 어린이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컨트롤 부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아동 관련 모든 정책과 사업을 조정하는 중앙상설기구와 이행평가기구를 마련하고, 이 기구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고 인적·물적·재정적 지원을 권고함에 따라,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업무를 총괄토록 했다. 위원회의 심의안건에 대한 사전심사 및 관계부처 의견 등을 조정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아동정책실무위원회에는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관련 부서 공무원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따라서 놀이시설 안전관리도 이 위원회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몇 가지 제도개선도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린이 놀이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시설의 노후화 문제라 할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까지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놀이시설에 대한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못된다. 지난 3월 기존에 설치된 어린이놀이시설에 대한 설치검사 의무기한을 3년 연장하는 개정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기존의 놀이시설에 대한 설치검사율이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상황에서 개정법률안은 조만간 개정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설치기한을 연장하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관리주체 입장에서 볼 때 설치검사를 받은 경우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해당 시설에 대하여 2년에 한번 정기시설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남보다 앞서 설치검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예산 확보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놀이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설치검사를 받은 시설에 대한 정기시설검사 시점을 유예기간 만료 이후로 하는 등 조기에 설치검사를 받음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정기시설검사의 경우 설치검사 이후 5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노후정도를 감안하여 검사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나아가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치검사·정기시설검사 또는 안전진단을 행하는 안전검사제도에 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어린이놀이공간에는 안전인증을 받은 어린이놀이기구를 시설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놀이시설의 안전관리는 시설안전을 포함한 놀이안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나아가 놀이를 통한 어린이의 지적발달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취지로 볼 때 기존의 안전검사기관은 한계가 있다. 거버넌스 형태의 놀이안전관리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지원기관을 안전관리기관으로 하고, 그 주체는 소정의 자격을 갖춘 인력을 적정 확보한 소비자단체나 어린이놀이시설 관련 협회 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정의 자격을 갖춘 전문가 확보를 위해서는 현행 안전감시원제도를 일본의 공원시설제품안전관리사와 유사한 자격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임시방편의 땜질로는 한계가 있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본 기고문은 어린이놀이시설의 설치검사 등의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된 2011년 6월 29일 이전에 작성된 것이며, 수록된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출처: 한국건설신문(www.conslove.co.kr)
- 한국건설신문 편집부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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