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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조경 발전을 위한 시사점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15조회수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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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조경 발전을 위한 시사점

[조경시대 원고. 20131]

조 동 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국립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이쯤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 한 해를 전망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을 시기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우리 조경계에서는 올 한 해의 전망도 밝지는 않는 것 같다. 건설 분야의 침체, 대규모 국책 사업의 부재, 복지 예산의 과다 편중 등으로 조경 분야의 어려움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경 분야의 발전, 그리고 회사나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모색과 실험, 사고 전환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생물다양성의 개념을 이용해서 조경계의 발전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생태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용어는 1988WilsonPeter가 처음 사용하였는데, 지구상의 생물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모습을 통틀어서 생물다양성이라고 했다. 생태복원의 궁극적인 목적은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기능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서식 가능한 생물종들마다 필요로 하는 서식처(구조적 다양성)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서식처를 조성한다는 것은 기능적 다양성까지도 고려하는 접근이 되어야 한다. 습지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생물 서식처, 수질정화, 우수 저류, 기후 조절, 경관 형성, 환경교육의 장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된 기능 하나는 강조되어야 하지만, 이른 바 다기능형 습지를 만드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면, 유전자의 다양성이 풍부해야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재앙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가 존재하게 된다. 어떠한 생물종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동일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평균 기온 상승 등으로 인한 내성 범위(range of tolerance)를 견뎌내지 못하고 전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생물종이더라도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해야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변화에 견뎌낼 수 있고, 그 생물종을 후세대까지 유지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특징은 우리 조경분야에도 빗대어 볼 만하다. 어떤 조경설계사무소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가 주력 분야인 아파트 단지의 조경 설계만을 하고 있다면, 아파트 단지 분야의 일거리가 줄어들게 되면 무한 경쟁 체계에 돌입해야 하고, 그 경쟁 체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면 회사의 운명을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 회사가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하천 분야, 자연환경복원 분야, 경관 분야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를 처리해 낼 수 있다고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 아파트 건설 경기의 침체에 따라 아파트 분야의 조경 설계 수주는 미약해 질 수 있지만, 환경복지,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 등의 붐을 타고 활성화되고 있는 자연환경복원 분야나 하천 분야의 설계 수주는 상승할 수 있다.

, 한 가지 분야만을 주력하다보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 동일한 유전자로만 구성된 개체군처럼……. 반대로 여러 가지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어떠한 환경 조건으로 변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더 높아진다. 조경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분야이다.

학부 1학년이면 배우는 조경학원론 시간에 조경은 외부공간 전반을 다루는 종합과학예술 분야라고 배운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그만큼 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 학문의 주류인 융복합의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 집중해왔던 공원이나 녹지, 아파트 주거단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생태계, 생태통로, 대체자연, 습지, 자연환경보전이용 시설 등의 자연환경복원 분야도 있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생태관광 분야, 도시농업 분야도 조경이 선도해 나갈 일이다. 주된 업무가 토목의 일로 여겨지는 하천 분야도 마찬가지다. 조경?, 건축?, 도시설계?, 환경디자인?, 발주자의 입장에서는 주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는 경관 분야도 이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원론적인 접근과 새로운 시도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원론적인 접근이라 함은 조경이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라 함은 그 동안 남의 분야로 여겨왔던 혹은 우리 조경 분야가 소홀히 하여 주류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분야들에 대해서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금번 1월달에는 응용생태공학회가 출범한다. 수년 전부터 토목 분야와 생태학 및 생태공학 분야가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포럼 등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중의 하나로서 응용생태공학회가 창립총회를 갖게 된 것이다. 토목이 생태와 손을 잡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고유 업무 분야의 성역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단순하고 유일한 유전자만을 고집할 시기가 아닌 듯하다. 우리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유전자를 갖기 위한 노력들이 학계나 산업계 등에서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