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Next Environmental Hybrid

넥서스 원고

다층식재 한계의 벽을 넘어 보자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15조회수581
첨부파일 첨부파일 없음

다층식재 한계의 벽을 넘어 보자

 

조 동 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국립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조경의 꽃은 식재라고들 한다. 무엇보다도 경관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있어서 조경만의 특징 중에 하나가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하여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조성하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과거 조경에서는 전형적인 식재 패턴으로 1점 식재, 3점 식재, 5점 식재 등의 기법을 많이 적용 해 왔다. 최근에는 생태적인 공간의 조성이 증가하면서 식재 기법에 있어서도 군집식재나 모델식재, 개척화 기법, 자연화 기법, 핵화 식재, 자연 재생 기법 등 다양한 생태적 기법들이 함께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서 생태적 조경은 자생종을 이용해야 하고 다층식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원칙이 되었다.

다층식재는 지피층에 교목층만 있는 것과 같은 1 ~ 2층의 층위구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4층 이상의 층위구조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지피층이 하나의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안정화된 자연숲에서 잘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여서 생태적인 공간을 만들 때에는 거의 원칙처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 만들어지고 난 결과물을 보면, 다층식재가 아닌 곳들이 많다. 여전히 지피층과 교목층 혹은 교목층에 관목층을 놓는 패턴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가지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필자가 대학원 설계 스튜디오 수업을 진행했을 때 이 문제를 대학원생들과 함께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 결과 도면 작업에서부터 층위구조를 형성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대두되었다. 캐드에서 도면 작업을 하는데 하나의 공간에 여러 층을 가진 수종을 그리다 보니 그림이 제대로 나오질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층을 버리게 되고, 지피층과 관목층 혹은 지피층과 교목층 정도만을 그리고 마무리시키는 것이다.

하여 대학원생들에게 식재의 기반이 되는 레이어인 지형층과 함께 그 위에 습지식물과 습생식물의 레이어, 초본류와 관목류의 레이어, 아교목류의 레이어, 그리고 교목류의 레이어를 각각 그리게 하고 이를 트레이싱지에 별도의 도면으로 출력해 보게 하였다. 이렇게 하고 났더니 최소한 하나의 공간에서 4개의 층 혹은 그 이상의 층이 형성되었다.

다른 하나는 필자가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을 때 식재설계 수업으로 진행했던 과제에 대한 이야기다. 조경 전공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생태적으로 조성된 곳이 시각적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으로 도출되었다. 이를 토대로 생태적 식재 설계를 위한 요소들을 도출해 보고자 했다. 이 설문의 항목 중에는 도시 공원에서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수목이 다층의 군집 형태로 식재된 곳(우리가 이야기 하는 생태적으로 조성된 곳)의 선호도를 물어보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 항목만큼은 예상과는 달리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경관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러한지에 대한 이유를 묻는 항목이 없어서 설문을 진행했던 멤버들끼리 논의해 보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보아왔던 경관 그래서 친숙한 경관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다소 이국적인 경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설문에 답한 일반인들이 어떤 생각으로 답을 한 것인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연구를 진행시켰던 멤버들이 추측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생태적으로 조성된 곳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서 당연히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디밭이 시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것은 고민해 볼 문제이다. 필자는 왜 잔디밭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잔디밭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생태적으로 조성된 곳이 시각적으로도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흔히 생물종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사람들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하여 선호하는 공간이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생태적으로 좋다고 하는 다층식재를 현장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까. 하나의 공간에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이고, 그것도 모자라니 층을 다양하게 조성해 주면 훨씬 좋을 텐데 말이다. 식재를 많이 해야 하니 공사비도 올라갈 것이고, 공사비가 올라가면 요율에 따라 설계비도 올라갈 것인데 더 좋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이 접근이 쉽게 실행되지 못하는 것은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관이나 공기업 등 발주처의 입장에서 예산의 한계를 말하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정해져 있는 사업비가 있을 테고, 단위면적당 공원녹지의 조성 비용에 관한 지침을 갖고 있는 공기업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최근의 흐름에 맞추어 생태적으로 접근해 보자고 한다면, 다층식재를 해야 하는 것은 제일의 원칙과도 같은 것이고, 이것이 현장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 더 많은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

아파트의 경우, 외부 공간의 조경 수준에 따라서 분양가가 달라진다. 수목이 많은 곳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만족도도 크게 향상된다. 그래서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 생태나 힐링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외부공간에 나무를 많이 심고, 풍부한 공간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그렇다.

가로수의 경우에도 과거 독립수를 정해진 간격으로만 열식하는 기법에서 띠녹지를 도입한 곳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서 다층식재의 패턴이 나타나는 공간이나 넓은 보행폭을 확보하여 풍부한 녹지대를 만들어 주는 곳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공원이나 녹지, 가로수 길도 다층식재와 같은 기법들을 도입하여 조성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예산의 한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사기업에서 시작되고 있는 좋은 바람이 공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여긴다. ‘예산이 없는데라는 단정적인 한계 짓기보다는 예산이 없어도 이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되었으면 한다. 다층식재나 풍부한 식재를 통해서 좋은 평을 받는 공원들이 많아질수록 그 시기는 더 빨라지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법들은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환경복지나 녹색복지, 생태복지, 그리고 국민이 행복한 사회에도 부합될 것이다. 나무가 많은 공간이 만들어짐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