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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 어떻게 할까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15조회수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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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 어떻게 할까

-생태공간에서의 관리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조 동 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국립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얼마 전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소나무 한 그루가 베어져 토막으로 잘렸다. 그냥 작은 소나무가 아니라 키가 20m는 족히 되는 낙락장송이다. 올 봄부터 주변의 다른 소나무에 비해 가지와 이파리가 많이 말라가고 윤기가 사라진다 싶더니만 급기야 제거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관을 목적으로 조성하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공사 후 수목이 말라죽는 하자가 발생하면 그 나무를 뽑아내고 다른 나무로 교체해야 한다. 올 한 해는 유난히도 조경수목 하자가 많이 발생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난 이후일지라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하면서 죽은 나무들은 제거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리 방식이 생태적인 공간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생태복원을 목적으로 조성하는 공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생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종을 식재한다. 목표종을 신갈나무와 같은 참나무류로 설정한 후, 동반종을 함께 도입한다. 물론 토양이 척박하고 식물 생육의 조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비료목과 같은 보모 식물(nurse plant)도 식재한다. 목표종은 신갈나무일지라도 그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식물들이 자연에서는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은 공간에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종들을 식재하게 된다.

또한, 생태복원을 목적으로 식생을 복원할 때에는 다 자란 성목을 식재하기 보다는 어린 나무 즉, 유목을 식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복원할 지역의 주변에서 채취한 자생 수종의 종자를 확보하여 식재한다. 성목보다는 가급적 어린 나무를 식재하려는 것은 나무가 성장해 가면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산화탄소의 흡수율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재가 완료된 이후에 목표종이나 동반종, 보모 식물들 중 한 두 개체가 고사하는 하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곧바로 교체하지는 않는다. 생태복원을 목적으로 하여 다양한 수종들이 도입된 곳에서는 몇 개체가 마르고 쓰러져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식물들은 무수한 경쟁 체계에서 생육해 간다. 빛에 대한 갈망 혹은 물이나 양분에 대한 갈망으로 키를 늘리거나 가지를 넓게 늘어뜨리기 일쑤다. 뿌리도 잔뿌리를 많이 형성하고 필요로 하는 양분이 있는 곳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간다. 그러다 보면 키 큰 나무 아래의 작은 식물들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말라죽기도 하고, 성장이 왕성한 식물들에 밀려 제 공간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때론 다 자란 성목일지라도 나무에 해를 주는 곤충이나 동물종의 공격으로 말라죽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복원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종과 개체가 살아남기 마련인 것이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 혹은 자연도태설이다. 사람은 생태복원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서 나무들을 식재한 것이지만, 모든 나무들이 복원된 장소에서 잘 생육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복원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수종들은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적지적소에 식재된 수종들은 제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복원에서 식재를 할 때에는 경관을 목적으로 식재하는 경우에 비해서 동일 면적에 보다 많은 개체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동일한 종이더라도 생육이 불량한 개체는 소멸되고, 환경 적응이 뛰어난 개체는 그 크기를 키워가는 것이다. 다른 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식물종을 적합하게 도입하고 그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종들이 우점화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복원할 지역에 대한 환경 조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적의 수종들을 식재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유종원은 나무 심는 방법을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고 한다. ‘타고난 성질과 재능을 잘 살펴서 나무를 심는 자만이 아름다운 나무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종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첫째는 대상지역에 맞는 최적의 수종을 골라 최적의 방법으로 식재하는 것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자연의 원리에 맡겨두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 자연선택설, 천이 이론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재된 식물들이 자라게 하는 것이 좋다.

말라죽은 나무들이 산 속에 있다고 하여 그 나무를 베어내거나 제거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국립공원에서는 태풍 등으로 뿌리 채 쓰러진 나무들도 그대로 놔두는 관리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쓰러지고 말라죽는 나무들은 다른 곤충과 새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서식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식물들이 분해되어서 토양으로 되돌려져야 다른 식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생물종의 상호작용 중 부생(腐生) 관계가 있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생물종과 이를 이용하려는 생물종과의 관련성을 말한다. 대부분은 분해자 역할을 하는 생물종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쓰러지거나 고사한 수목은 부생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생태복원 사업 지역이나 생태공원에 가서 보면 어김없이 나뭇가지들을 쌓아두거나 고목들을 모아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하여 말라 죽은 나무나 쓰러진 나무를 베어내고 제거하는 것은 생태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해 봄 지리산국립공원 내 생태탐방연수원 입지 선정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잠시의 짬을 내어 화엄사 경내를 둘러보던 중 건축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는 추함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었다. 그 교수님은 울퉁불퉁하게 생겨서 주춧돌로 적합할 거 같지 않은 돌에다 그 못생긴 돌의 모양을 존중하여 나무 기둥의 밑단을 주춧돌에 맞추어 놓은 것을 가리키면서 한 이야기다.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시행하는 생태복원 사업에서, 그리고 그 공간에 도입하려고 하는 목표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눈으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다. 생물종들에게는 너무나도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관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죽거나 쓰러진 나무를 베어내어 제거할 필요는 없다. 하자에 대한 보수가 필요하다면 죽은 나무 옆에 식재해 주어도 좋을 일이다. 물론 죽은 나무가 전염병에 걸려 죽지 않았을 경우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죽은 나무는 사람에게는 추해 보일 수 있지만, 야생생물에겐 더 없이 필요한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나무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자연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관리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곧 낙엽이 지는 시기가 된다. 그들 역시 그 자리에서 온전히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