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6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⑥
라펜트l기사입력2011-08-19

11. 숲은 사람과 문명의 함수(x)

한 여름의 자연을 일컫는 녹음방초(綠陰芳草)의 문턱에 들어선 6월은 숲의 큰 그늘과 산들바람을 그지없이 생각하게 하는 환희의 계절이다. 특히 UN은 매년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명제를 정하여 기념해오고 있는데, 2011년은세계 산림의 해로 정하고 지구촌의사막화방지등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숲과 문명의 함수(x)로 생각하는 한해이기도 하다. 또한 1972 6 5일은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인간환경선언문’을 채택한세계환경의 날로서, 이 선언문을 선포한 이래로 지구촌은 환경문제를 인류공영의 화두로 논의하고 있기에 6월은 환경의 달이기도 하다.

 

더욱이환경조경의 관계는 더욱 중차대하다. 1972년에는 서울대학교에 최초로 환경대학원이 설립된 것을 시점으로 학부에도 서울대학교와 영남대학교에 조경학과가 설립되었고, 또한 한국조경학회가 창립되어 우리의 환경과 조경에 관해 세계적 시류에 정진한 해이기도 하였다그러므로 매년 6 5일은 뜻 깊은세계환경의 날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욕심과 문명의 욕구를 자제하는 것 이외에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별다른 왕도가 없는 것 같아 여기에서 장자(莊子)혼돈(渾沌)이란 임금의 이야기로 울창한 숲을 문명과 비유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혼돈(渾沌)이란 임금의 이야기의 원문은 ‘7일이 지나자 혼돈(渾沌)은 죽고 말았다.(七日而渾沌死)’ 라고 끝맺음을 하고 있다이야기를 보면남해(南海)에는 숙()이란 임금이 살고, 북해(北海)에는 홀()이란 임금이 살고 있었으며 그 한가운데 혼돈(渾沌)이란 임금이 살고 있었는데, 언젠가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서 만나 혼돈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아서 그 보답으로 무엇을 해줄까 의논하였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눈과 코와 입과 귀를 합쳐 일곱 개의 구멍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고 말하는데 유독 혼돈임금만 그렇지 못하여 둘이서 재능을 합쳐 매일 한 구멍씩 뚫어 주기로 한 결과 마지막 구멍을 뚫은 날 혼돈은 죽고 말았다.’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원시림과 같은 숲을 혼돈(渾沌)임금으로, 인간의 자질구레한 지식과 문명을 숙()과 홀()임금으로 비유하여 본다면, 자연은 사람과 문명에 의해 파괴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70년대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문학의 사조 역시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심오한 함수관계를 재조명한 생태문학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모든 문학의 장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환경문제는 과학문명이 아닌 종교생태학에서도 그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어 그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라산 해발 250m부근 돈네코 계곡의 상록활엽수혼효림



한라산 표고 1,700~1,800m의 정상부근에 위치한 구상나무군락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김문홍 박사 제공




청계천의 장통교(윗쪽)와 광통교(아래쪽)밑을 청풍계(淸風溪)로 흐르는 도심의 정경
 


한강변에 노을이 황홀한 노을공원의 실루엣 정경(위 오른쪽)과 하늘공원 정상의 억새와 갈대의 그윽한 정경(위 왼쪽), 월드컵공원의 기본계획조감도

(하단사진_서울시 푸른도시정책과 허도행 팀장)

 


12.
유월 유두(流頭)와 산림천택(山林川澤)의 정경

음력 유월은 미월(未月) 또는 계하(季夏)로 별칭 된다. 이미 보리수확과 모내기도 끝난 농촌은 산과 숲과 내와 연못이 어우러진 동천(洞天:산과 내가 둘려 있어 풍광이 수려한 곳)의 풍경화를 연상할 수 있다. 특히 유월 보름날은유두(流頭)’라 하여 이날 동쪽으로 흐르는 냇물에 머리를 감고, 햇보리를 삶아 녹말에 묻혀 끓는 물에 데치거나, 흰떡을 앵두(櫻桃)만 하게 썰어 둥글게 빚어 꿀물에 넣고 실백(實柏: 속껍질을 벗긴 알맹이 잣)을 띄운 음식인 수단(水團)을 먹는 풍습의 명절이었다고 한다. 이는 산림천택(山林川澤)과 유두(流頭)는 산이 많아 계곡도 많고 냇물 또한 맑아 심신을 청량하게 하고 충전하여 이제 닥쳐오는 장마와 삼복더위에 대비하려는 농경문화의 한 미풍양속임을 감지할 수 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인 듯 게릴라성 물 폭탄 같은 집중호우로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이 잦지만, 숲과 전원이 주종을 이룬 농경문화의 여름은 한낮에 갑자기 내리는 백우(白雨) 또는 취우(驟雨)라 하여 시원스런 소나기 삼형제가 차례로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무논의 벼는 싱그럽다 못해 검푸르게 자라고 논개구리와 숲 속의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전원의 교향곡처럼 한 낮을 장식하는 청량한 여름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여름의 날씨를 가르켜높은 나무엔 스산한 바람이 많고 / 바닷물엔 높다란 파도가 인다네!(高樹多悲風, 海水揚高波 : 曹植)’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본격적인 장마를 대비하는 유월임을 감지 할 수 있다.

그래서 농가월령가에서도유월이라 늦여름 소서대서 절기로다 / 큰비도 가끔 있고 더위도 극심하다 / 수풀이 무성하니 파리모기 모여들고 / 평지에 물고이니 개굴개굴 소리 난다.’ 라고 읊고 있다.
또한 시인묵객(詩人墨客) 중에는 유두(流頭)날에 동천(洞天)의 정경을 읊은 조선후기의 시인 김석구(金錫龜)의 낭만적인 시로술병차고 들 밖에 나왔더니 / 이 좋은 계절이 바로 음력 유월 보름인 유두일이라네 / 소나무 그늘아래서 저녁까지 한가로이 누워 있으니 / 시원한 바람이 가을에 뒤지지 않는다네.’라고 노래하는 구절이 있어, 냇가의 소나무그늘과 솔바람, 보름달의 정경인 음풍영월(吟諷詠月)의 정취를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음력 유월은 산과 숲에 수반되는 계곡의 맑은 물이 흘러 산림천택(山林川澤)을 구가하는 것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산기슭이나 전원의 인근과 집주변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실용성의 공간과 풍경의 거울로 비쳐본 선현의 지혜가 존경스러운 유두명절(流頭名節)을 나타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월의 장마가 잠시 개인사이 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먼 소리봉을 배경으로 한 육림호(育林湖)의 맑고 고요한 정경이 숲과 물의 심경(心境)을 드러내고 있다.(사진_광릉국립수목원)

 


- 미래 꿈나무들인 어린이정원의 작은 생태연못에 떠있는 수련(睡蓮)이 예쁜 웃음을 먹은 체 오수(午睡)에 잠긴 듯 한 정경(사진_광릉 국립수목원)

- 고려시대 고승 혜심 스님(1178~1234)의 선시(禪詩)를 아일랜드 출신으로 국내 최초의 외국인 국문학 박사를 취득한 콜롬반 외방선교회 캐빈 목사가 한시(漢詩)를 영역한 시중에서(2009 3 27일자 동아일보 문화면에서 인용)

 


먼데서 보면 백합꽃잎 같고 근접하여 보면 잎에 흰 가루가 묻은 것 같은 개다래나무의 정경(사진_광릉국립수목원)

 


한여름의 문턱을 라일락꽃 향기처럼 진하게 풍기는 개회나무(사진_국립산림과학원)

 



광릉 국립수목원숲의 명예전당혼돈(混沌)의 숲을 되살리는데 일생을 바친  숲의 영예로운 인사들의 공적을 부조(浮彫)로 기리고 있다.(사진_왼쪽으로부터 故박정희, 故김이만, 故현신규, 故임종국, 故민병갈, 故최종현 순으로 아래에 공적을 약술)

 


故박정희 대통령(1917~1979)
_치산치수(治山治水)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근본임을 추구(追求)하여1차 치산치수 10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룩함으로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기적의 경제발전과 현대화의 토대를 이룩한 큰 정치가.

 

故김이만(1901~1985)_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한반도의 산야를 발로 뛰며 가슴으로 사랑하고 불굴의 집념과 의지로 우리의 고유 수목과 종자를 채집하여 보존하는데 일생을 바친 나무 할아버지.

 

故현신규 박사(1911~1986)_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속성수를 개발하여 헐벗었던 산하를 푸른 숲과 푸른 강으로 회복하고, 특히 우리의 고유한 소나무(금강송)를 보존하고 육종하는데 일생을 헌신한 수목육종학의 세계적인 석학(碩學).

 

故임종국(1915~1987)_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노력으로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 기적의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여 장 지오노의 소설매일 나무를 심는 사람의 한국판 실제 전설적 주인공이 된 애국적인 독립가(篤林家).

 

故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_미국 군인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우리의 산하(山河)를 사랑한 나머지 귀화(歸化)하여 충남 태안의 헐벗은 산야에 국내외의 고유 수종을 수집하여 심고 육성함으로써 세계적인천리포 수목원의 큰 업적을 이룬 큰 육림가(育林家).

 

故최종현 회장(1929~1998)_기업인( SK그룹 회장)으로 SK임업(企業林業)에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기업이득을 산림증식(山林增殖)에 아낌없이 투자하여 숲과 사람과 환경의 중차대함을 앞서 실천한 숲의 큰 기업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4대 지론(持論)≫

“산에 나무를 심고(植樹)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을 심고(信植)

경제를 위해 자본을 심고(資植)

훗날을 위해 인재를 심는다(人植)”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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