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지문제를 해결하는 조경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우리나라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탓인지 최근 들어 복지가 우리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시장의 복지투표와 선거를 치르면서 복지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바뀌어 총선과 대선의 양대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문제가 우리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이 국민들의 관심사이었을 때는 조경이 환경이라는 큰 범주에 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경분야도 환경과 더불어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복지이슈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마당에서는 조경이 복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로 인식되어 조경이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사회가 변화해 가는 데 조경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조경분야는 낙후된 분야로 낙인찍혀 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 조경이 복지와 연관을 맺으면서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해서 조경사업을 통해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동네숲사업에서 보여주고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는 서울시내의 버려진 짜투리 땅을 찾아내 소공원으로 조성하는 동네숲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무려 21개소의 동네숲을 조성해 왔다. 동네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연히 소외계층이 사는 동네에 동네숲을 조성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동네숲의 조성과 관리과정에 소외계층이 참여함으로서 그들이 진정으로 동네숲사업에 의해 조성된 공원을 사랑하고 만족을 얻게 됨을 발견하게 되었다.
평소에 나무나 꽃을 손수 가꾸어보고 싶은 욕구가 많음에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단지에 동네숲을 조성하면서 주민들이 손수 나무와 꽃을 심어보고 가꾸면서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네숲을 손수 가꾸기 위해 참여했던 주민들이 서로 모여 공동체를 형성해 매일 매일 모이고 즐거워 하며 인생의 재미를 찾았다는 고백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조경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복지시설에서도 동네숲 사업을 통해 그곳에 거주하는 청소년들과 노인어르신들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며 채소도 재배하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가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복지를 얘기하면서 돈으로만 복지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으로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재정적자를 가져오게 된다는 주장들이 많다.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지만 돈을 적게 들이고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경을 통해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기쁨을 주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안이야말로 좋은 대안 중의 하나이다.
손수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을 가진 소외계층들에게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하고 참여하게 함으로서 그들이 돈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정신적인 기쁨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동네숲이라는 자그마한 녹지가 매개가 되어 동네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조경이 단순히 녹지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보다 더 나아가서 조경이 소외계층을 행복하게 만드는 복지를 제공하고 무너져 버린 동네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해야 될 것이다.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복지문제가 남의 분야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조경분야의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경이 시민들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인식될 때 조경은 사회의 흐름에 발 맞추어 각광을 받는 분야로 부각될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통해 복지문제가 더욱 국민들의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 질 것이고 복지문제를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복지시대에 조경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조경분야의 새로운 Blue Ocean이 나타날 것이다.
글: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본 기고는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회장 임승빈)에서 매 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뉴스레터)에 게재된 '그린한마당'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는 다양한 조경 및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정보를 최근 개편된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홈페이지(www.ecoearth.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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