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경, 또 하나의 조건 ‘디테일’

그림 그리는 조경가_2회
라펜트l기사입력2013-02-11

명품 핸드백하나 걸치지 않고도 명품으로의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그리 값비싸지 않은 의류를 아름답게(자기답게) 걸치고 대화만으로도 품위를 느끼게 한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떼어 놓는다면 그는 바로 가수 싸이가 말하는 “2만도 못한 3류 임을 말해 무엇하랴!

 

명품에 대한 애착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보다 높은 차원의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경멸할까? 어쩌면 이러한 경멸은 명품을 몸에 지니는 소지품이나 의류 등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경멸 받아 마땅한 것이리라.

 

이처럼 외형으로만 치달으며 물질적 가치에 마음을 두는 경우와는 달리, 내적으로 의미 있는 차원의 문화와 그 문화로 가슴을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전체인구의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그 3%에 포함된다고 생각한 채 안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3%의 염분에 있다. 모든 사회가 썩어가지 않도록 건전하고 품위 있게 이끌어가며 모범이 되는 사람 역시 3%라고 보아도 되지않을까?.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 음반판매량에도 나타나는데 가요를 포함한 대중음악이 97% 정도 판매되고, 나머지 3%는 클래식음반이 차지하고 있다. 자산을 명품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디테일은 시간을 거슬러 오래된 것 같아 보인다. 이 계류를 설명하며 지날 때 대부분은 원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한다. 약간은 기분 나쁜 말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을 것이다. 이 사진은 오래된 장소를 찍은 것이 아니고 시공 중에 필자가 찍은 것이다.

 

명품의 조건 '새 것과 헌 것'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값비싼 브랜드 제품이 보여주는 명품에는 절대적인 조건이 있다. , “값비싸 보인다라는 말 보다는 명품으로 보여 지려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그 조건이 더욱 필요하다.

 

명품의 조건 첫째는 새것일 때 새것 같지 않아야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헌것일 때 헌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경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외의 고궁들의 모습을 보면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세월의 흔적이 헌것처럼 추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고궁이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비추어 볼 때 조경공간을 포함해 조경 시설물과 건축물이 처음 시공되었을 때의 모습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처음과 현재가 일관되게 같은 느낌으로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는 조건은 이들 시설물 구축을 위해 사용된 자재가 반영구적이거나, 혹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자연물 그 자체이기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며 어느 한 부분이 훼손되더라도 그 가치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높은 예술성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다.

 


좌측 사진의 인도교 난간이 보수과정에서 우측 사진과 같이 바뀌었다. 이런 것을 비교해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왜? 괜찮아 보이는데 어디가 어때서?”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간격이란 더 넓어서도 더 좁아서도 안 되는 어울림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품의 첫째 조건을 만드는 것은 올바른 자재선택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반영구적 자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돌인데, 이 자재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한 번 더 고려해 봐야 할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발파석 보다는 자연석 사용을 권하고 싶다. 발파석은 발파과정에서 깨어진 부분들이 오랜 세월을 견디어낸 하나의 돌로 보여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돌 모서리 마모를 위한 굴림 작업을 하고 있지만 눈가림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자연석이라 할 수 있는 돌은 세상 밖으로 나온 돌의 모습 그대로 흙 속에 묻혀 수백 년은 분명히 넘었을 것이고 수천 년인지? 수만 년인지 모르는 세월을 지낸, 값어치를 측정할 수조차 없는 돌이기에 전자와 후자와의 가치 차이를 두고 싶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오랜 세월 마모된 돌은 물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공간에 사용을 자제하고 수공간에 사용하는 것이 옳다. 또 밝고 경망스러운 것 보다는 무거운 색조를 띠는 돌의 선택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밝은 색을 띠고 어두운 줄무늬가 있는 발파석은 비용이 저렴하고 시공 후 깨끗해 보이는 것 같지만, 경망스럽고 세월의 흔적은 점점 더러워짐을 느끼게 할 뿐이다.(밝은 색조의 화강암 다듬기로 시공된 공간은 제외.)

 

이에 비해 웅천오석과 같이 무거운 색을 띤 자연석은 시공된 공간을 오래된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조건을 만든다. 그러나 반드시 이해해야 할 점은 지난 호에 이야기했던 아름다움, 즉 자기다움에 비추어 볼 때 못났거나 조건에 못 미치는 돌도 그 자체가 가지는 자기다움을 찾아 그것이 부각되도록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없이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줄무늬 발파석의 경우 결대로 쪼개서 판석으로의 사용이 적절하다.)

 


파주석은 광산이 따로 없을 만큼 귀한 돌이다. 결이 있는 상태로 흙속에 묻혀 있는 동안 갈라져 있는 결마다 흙색이 배어들어 파스텔 톤으로 색이 다르다. 이 스톤아치는 스킨푸드 등 많은 광고와 드라마의 배경에 등장하고 있으며 파주석의 장점만을 최대한 이용한 구조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렇게 선택된 자재를 가지고 어떤 디자인으로 설계되느냐는 또한 커다란 조건 중 하나인데 이 과정에서는 디자인을 생각하기에 앞서 기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디자인은 자동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많은 드로잉들이 기능을 드로잉 한 것들이기에 그것 자체의 디자인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능 보다는 디자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지 말고 기능이 형태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보자.

 

이 공간이 왜 필요한가? 를 먼저 생각하고 그 속에서 우선,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하며 또 하나는 생태계를 배려해야 한다.

 

명품조경 속의 생태 '생태는 연결고리'

생태를 잠시 들여다보면, 생태는 연결고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애벌레, 곤충, , 동물을 키우는 흙, , , 나무의 관계에서 그 연결고리를 끊고서 생태를 논한다면 언어도단이다.

 

끊어진 생태는 자연 스스로 치유하려 노력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다. 요즘은 환경과 관련된 좋은 단어들이 유행처럼 생겨나고 그 때마다 의식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처럼 혹은 도둑들과도 같이 좋다는 단어들을 마구 도용해 사용한다.

 

생태하천’, ‘생태연못등의 이름을 붙인 조경공간들이 2~3년 못 가서 썩어가는 모습들을 나만 보았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결고리를 끊고서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경공간을 만드는 것이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최고의 배려일 수 있다.

 


()바위틈에 거미 바위솔을 심었다. 그대로 두면 다른 잡초가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수공간과 만난 돌 사이에 수변식물인 창포가 식재되어 있음을 쉽게 표현되는 일들이 아니다.

 

인체공학적 문제라던가, 바라보는 거리와 배경의 문제 등을 디자인에 포함시키려 하는 모든 시도들 또한 중요하겠지만,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의 상생(相生)하려는 성향만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사랑하는 마음을 갖은 다음에 디자인을 하면 디자인은 쉽게 따라온다. 아마도 디자인을 전혀 모르는 이런 감성의 소유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것을 전문 디자이너가 본다고 해도 그 진정성을 모르지 않기에 높게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그 오랜 옛날에 누가 디자인 공부를 따로 했겠는가? 자연에 대해 애정을 갖은 사람의 진정성이 몇 백 년 후에도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에게까지, 이 시대에도 한 수 가르쳐주고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자연 속에는 많은 디자인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섬세하다

전체가 디테일 하다고나 할까?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세부적인 곳까지 섬세한 표현과 배려가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조건이 될 것이다.

 

조경시설물 중 법면의 토양 안전성을 위한 석축, 공간분류를 위한 가담 등 이들 대부분이 돌쌓기 혹은 돌붙임으로 마감하게 되는데 돌붙임은 얇아 보이고 돌 쌓기는 두꺼워 보인다는 것에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돌붙임의 경우 쌓은 것처럼 감쪽같이 시공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답은 모서리에 있으므로 그림2와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하며, 섬세함의 하나로 제시해 보았다.

그 밖의 모든 부분에서 섬세함을 찾아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

 


모서리는 붙임돌보다 그림과 같이 두꺼운 돌로 쌓아야 다른 면들도 붙인 것으로 보이지 않고 두껍게 쌓아 올린 것으로 보이게 된다. 맨 위에 천단석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약간 돌출되게 얹는다. 물론 줄눈은 깊어야 한다.

 

[사진1][사진2]를 비교하면서 왼쪽 그림으로 설명한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품의 위해요소 '벤치마킹'

좋은 의미로는 벤치마킹이지만 나쁜 의미로는 컨닝이다. 미술시험에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작가의 이름을 적으시오라는 문제에로뎅(로댕)”이라고 적은 우등생의 답을 컨닝 한 학생이오뎅이라고 판단하고 답을 적은 후 뒤에 앉은 친구를 도와주려고 답을 보여주었고 그 친구는 의심받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잔머리를 굴려서 만든 답이덴뿌라" 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혹시 이런 식의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이렇듯 와전된 상태를 올바르게 된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는 데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답을 보고 베껴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은 기획 단계에서 창의적 사고로부터 얻어진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 할 때 필요한 것이다. 전적으로 벤치마킹을 통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라면 어차피 명품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국의 지자체가 벤치마킹에 의존하여 유사한 축제 등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고 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알기 때문이다.

 

명품은 창의적이다

창조라는 단어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창의는 접근할 만하다. 명품은 창의적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이끌어 낸 사고로부터 만들어진 창의적인 작업이라면 그것은 어떠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것이라도 모두가 예술품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시골을 여행할 때 발견되는 촌부들이 자신의 집을 치장한 작은 부분들을 보면 과히 예술이라 칭할 만한 것들도 많이 있다. 이에 비해 시골마을을 아름답게 치장했다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의 시도가 더욱 억지스럽고 어울리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 경우는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무언가 표현해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대개는 이렇게 창의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대해 일반인들은 벤치마킹을 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작업이 창의적이었다면 타인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비교는 자신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욕을 겪지 않으려면 나 스스로가 명품이 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책을 통해 답을 찾으려 하지 말자. 책은 자연의 지극히 작은 일부이기 때문이다. 창의는 책보다는 자연 속에서 얻어질 수 있다.

 


수공간과 잔디밭의 구조적 형태는 물론, 리아트리스, 프록스, 실유카, 부들 등이 디테일하게 배치된 공간이다.

 


 

정정수(서양화가, 조경가)

 

기전대학교 예술조경학과 교수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역임

한국미술협회 정책연구소 소장 역임

 

수상

2008 IFLA 최우수(금광 초심원)

2010 신한국인 대상(문화부문)

 

 

프로젝트

벽초지수목원(설계·시공)

래미안 금광 '초심원' (설계·시공)

고도원 아침편지명상센터 예술총감독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

 

개인전 14회

단체전 350여회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한국미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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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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