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국가의 살림살이

그림 그리는 조경가_12회
라펜트l기사입력2014-03-20

성에 낀 유리창에 비추어진 햇빛이 눈 부셨던 긴 겨울도 이제는 간다.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자연을 통해 볼 수 있는 푸르름이 많지 않아서 일까? 활동을 적게 하면 시간이 늦게 가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아니면 추운 것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을 길게 느껴지게 만드는 걸까? 


그래도 그 겨울이 덮었던 흰색의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녹이는 태양이 있다. 이 빛에 의해 또다시 만들어지는 봄! 이 “봄”은 모든 것이 깨어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때쯤이면 힘없이 보이는 새싹들이 대지의 표피를 들어 올린다. 그들은 이것을 뚫고 나오거나, 부서뜨리거나, 넘어트리면서 세상을 나와 사물을 본다.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빛을 통해 나 이외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서로를 보는 것이 “봄” 즉 봄이다. 이렇듯 “봄”은 사람이 주체가 되는 계절이기 보다는 긴 겨울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여린 싹으로 지표를 뚫고나와 삶을 시작하는 식물들이 주체가 되는 개념을 갖는 단어이다. 자연의 근본을 파악함으로서 만들어지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조경은 시각적인 것을 통해 처음 접해진다. 식물들이 바라 “봄”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시각(視覺)과 연관되어진다. 조성된 조경공간 또한 시각적인 것으로부터 인간에게 인지되므로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여 지는 결과물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므로, 조경이 미술의 영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경에 있어서 미술적 요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납매, 히어리, 매화, 홍매화, 영춘화, 산수유는 작은 꽃을 피우며 봄을 맞는다. 이때쯤 꽃샘추위가 겨울을 잊고 사는 모든 것들에게 가혹하게 다가오지만, 자연에 역행하며 철모르고 피는 꽃들을 정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위에 나열한 꽃들은 무서운 꽃샘추위에도 적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상청보다 정확한 이들 때문에 사람들도 덩달아 봄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감각기관은 뇌를 통해 인식되고 신경계에 전달된다. 인간에게는 몇 개의 감각 기관이 있지만 태어나면서 바로 작용되지 않는 감각기관 중 하나가 눈이다. 많은 동물의 눈은 신생아가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외부에 노출되어, 어느 정도 외부에 기본적인 적응이 확인된 후에야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천천히 눈을 뜨는 이유는 지극히 보호하고 있어야 할 예민하고 중요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예민한 시각은 자신의 주인에게 정확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을 통해 보여 지는 모든 것은 경험 또는 교육에 의해서 사물의 형태를 인지하게 된다.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정확하지 않은 것을 가정하여 믿음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사실은 착시가 뇌를 속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늬가 없이 담백한 화분에 흰색 프리뮬러를 심어 럭셔리(?)한 느낌을 갖게 한다.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베란다 티 테이블위에 놓인 노란 수선화와 더불어 프리뮬러, 바이올렛을 나누어 심은 두 개의 화분은 보는 이에게 행복함을 선물한다.

 

살림살이와 죽임살이

갓 태어난 아이의 눈은 인위적인 물질이 아닌 무위자연의 물질을 통해 경험되어져야 한다.

도시보다는 시골의 자연형태를 통해 시지각(視知覺)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생아가 오랫동안 가장 많이 바라보는 대상인 어머니는 그 자체가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주머니는 다른 것 같다. 가정의 일원인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 살림살이이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것은 어머니로서의 자격이지만, 살림과 상반된 방법으로 가정을 돌본다면 그것은 죽임살이를 하는 아줌마이며, 자신의 본질을 다른 것들로 포장하는 습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는 여성들 중 아줌마에 해당하는 분들은 자신이 어머니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속물로 한발자국 더 다가가게 되며, 훌륭한 어머니들은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하는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하기 때문에 더 개선되어진 자신을 가꾸게 된다. 훌륭한 조경공간을 가꾸는 것처럼 가정의 환경을 가꾸는 것 또한 같다. 마찬가지 이유로 훌륭한 어머니가 가꾸어낸 살림살이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국가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가는 중심이 되며, 죽임살이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모든 것에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가정살림이 곧 나라살림이 된다.


 

사람을 살리는 환경과 그 바탕으로부터 만들어진 조경은 현대문명이 파괴한 자연을 복원시킴에 있어, 삶의 연결고리인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근본이 되며,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들어 건강한 호흡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들 삶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낸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도 건강한 먹거리는 찾을 수 있고, 석유로부터 뽑아내서 화학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진 의류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건강한 옷을 입는 것이고, 풀 한 포기 없는 건물에서 냉난방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만큼만 실내조경에 힘쓴다면, 이것이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결정적인 것이며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을 죽인다면,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예를 든다면, 현대는 현미 대신 흰쌀을 선호하는 것과 같이 모든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광분한다. 그 결과 치아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껌을 만들어 씹게 한다. 이런 것은 대안이 되지 않으며, 더욱 나쁜 곳으로 치달아 치과가 성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은 건강한 먹거리이며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온 제라늄은 실내에서는 사계절 모두 꽃을 볼 수 있다. 실내화단에 많은 종류의 꽃을 심다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결론이 사진과 같은 형태의 화단 가꾸기로 돌아오게 된다.


집안 환경 또한 가전제품이 대안이 아니다. 가습기가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던가? 이것은 하나의 작은 결과일 뿐, 가전제품은 우리 모두를 서서히 건강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조경은 액자가 없는 풍경화이다. 그러니 조경과 가까운 미술 분야는 풍경화이다. 잘 알다시피 조경과 풍경은 같은 단어(Landscape)를 사용한다. 미술이라는 광범위한 틀 속에서 풍경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화가들은 풍경이라는 한 단편적인 것을 표현하지만, 미술은 이 모두를 포함하는 어려움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봄이 열린다.
조경인의 마음도 자연환경과 가까운 생각으로 친환경이라는 진정성과 함께 봄을 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필자의 권유에 의해 1년 전에 개발된 참숯화분“차콜큐빅”은 인기리에 보급되고 있다. 숯의 정화기능과 식물의 정화기능이 합해져 실내 환경개선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사진은 한의원 벽면에 설치된 모습이다.
 


이 사진은 이런 화분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서 예시한 것이다. 도심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현대인의 생활에서 실내조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실내조경에 꼭 필요한 화분은 식물을 심었을 때 서로 어울려야지 화분이 더 잘나서는 안 된다. 식물을 식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해야 하는 화분!! 이 화분만 볼 때는 장식적이고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식물과 만나면 혼란스럽다. 어느 꽃다운 여성이 매우 장식적인 신발, 스타킹, 스커트 등으로 치장을 했다면 사람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보인다. 단순하고 담백한 화분을 선택하면 식물은 모두 어울린다. 화분은 물론 꽃병 또한 마찬가지이고 우리의 삶 또한 같지 않을까?
 


정정수 교수는 벽초지수목원과 래미안 금광의 초심원을 설계 및 시공했으며 금광초심원은 2008년 인도에서 개최된 IFLA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고도원 아침편지명상센터 예술총감독,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 기전대학교 예술조경학과 교수, 2010 신한국인 대상(문화부문)수상을 하였으며,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화단에서 14회의 개인전과 35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정책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땅위에 그림을 그리는 조경활동을 포함해 미술창작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http://www.chungjs.com 참조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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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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