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혜은 ICOMOS 한국위원장

″제주문화경관, 거주유형과 군사시설 눈여겨봐야″
라펜트l기사입력2015-11-11

이혜은 
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동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ICOMOS 내 ISCCL은 어떤 위원회인지?

ICOMOS(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 세계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국제적 전문가 NGO 조직이다. 기념물과 유적의 보전과 보호에 관해 UNESCO의 주요한 자문기구이다.

ICOMOS에는 총 28개 학술분과위원회가 있는데, 그중 문화경관을 다루는 ISCCL은 적극적인 위원회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유산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문화경관으로 신청하면 자연유산에서도 한 번 심의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역사마을이나 조선왕릉 같은 경우는 문화경관으로 볼 수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경관으로만 치우쳐 문화의 실체를 가릴까 우려되어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만약 제주를 문화경관으로 추진한다면 어떤 문화경관이 있을까?

제주를 문화유산으로 추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만약 제주를 추진한다면 어떤 것을 추진할 것인지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해외인사들은 ‘밭담’을 가장 많이 눈여겨보았다.

역사지리학자, 문화지리학자로서 제주도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제주 지형에 따라 나타나는 거주유형을 들 수 있다. 제주는 화산지형이라는 특수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중산간지대와 해안지대에 주거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서로 교류도 없었고 서로 말도 섞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은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도 그런 문화가 남아있다.

특히 해안지대는 용천대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다. 해안가 모래사장을 걷다가도 갑자기 찬물(담수)이 나오는 곳이라면 용천대이다. 마을주민 모두가 용천대에 모여 빨래하고 배추를 씻는 곳이다. 해녀들은 물질을 한 후에 해안가 용천대 목욕탕에서 씻는다. 지금도 남아있는 곳이 많이 있다. 이것은 제주가 가지고 있는 아주 독특한 문화경관이다. 제주도는 화산지형이라는 자연이 사람들의 문화까지도 지배를 하고, 거주유형이 다르게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굉장히 독특하다.

또 하나는 제주의 군사시설이다. 제주는 일제강점기 말, 중일전쟁 초기 폭격기지나 일본 본토결전 작전준비지로 사용되는 등 여러 군사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알뜨르비행장 근처에 가면 일본인들이 구축한 진지동굴, 비행장, 포대, 대피소, 격납고 등이 있다. 군사시설 구축에는 소년부터 청장년까지의 제주도민들이 동원되었다. 이런 군사시설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고려대상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코모스에서 문화경관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는 관련 주제를 가지고 심포지엄 등 국내외 회의를 열면서 자료를 모으고, 다른 지역과 비교연구를 하면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타진한다.

2006년에는 문화관광 학술분과위원회(ICTC) 회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와 함께 서울과 안동에서, 2014년에는 돌 학술분과위원회의(ISCS) 회의가 공주에서, 이번에는 문화경관 분과위원회(ISCCL)의 연례회의와 국제심포지엄이 제주에서 개최됐다. 내년에는 전통도시 및 마을 학술분과위원회(CIVVIH) 국제회의가 ’도시유산과 지속가능성‘이란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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