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공원이 사라졌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7-16
공원이 사라졌다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999년의 헌재판결(1999,10.21. 97헌바 26 전원재판부)은 “법익의 비교형량면에서도 대지 소유권자가 입은 불이익보다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이익이 더 크고,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성·필요성을 갖추었으므로 헌법 제37조제2항이 정한 기본권 제한 한계요인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재판관 이영모의 공익과 토지공개념의 의견을 제시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목이 대지인 토지에 대해서 매수청구권, 수용신청권의 부여, 지정의 해제, 금전적 보상 등 다양한 보상가능성을 통하여 일정기간까지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적절하게 보상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다만 지목이 임야나 전답인 토지의 경우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어 이렇다 할 재산적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고, 실제 매수청구권 역시 대지인 토지에 한하여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로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실효제도 즉 ‘공원일몰제’라고 하는 공원이 사라지는 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도시계획법(2000년)과 공원녹지법(2005년)을 개정하면서 나대지에 한하지 않고 모든 토지에 대해서 도시계획시설은 20년, 공원은 10년으로 규정하였다. 2005년 자동실효시점이 시작된 공원은 2015년부터 공원조성계획 고시가 없는 미집행공원의 1차 자동실효가 시작되었고 약 358㎢의 공원이 해제되었다고 한다. 2020년 7월1일을 기점으로 약 159㎢의 공원이 해제되었고, 2025년에도 약 164㎢가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서울시 면적 605㎢보다 넓은 681㎢가 사라졌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2000년 시작된 공원일몰제는 학계, 관계 등 어디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표면화하지 못했고 폭탄돌리기로 일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국토부가 공원일몰제의 대책으로 만든 녹지를 팔아서 녹지를 구하는 ‘도시공원부지에서 개발행위특례에 관한 지침(민간공원조성특례제도)’이 만들어지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이 사업이 활성화된 것은 기부채납 완화, 대상면적의 축소조정, 사업자의 시행요건 완화, 기부채납시기 조정, 기타 특례제도 절차 등을 간소화하면서 비공원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에 합법적으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 열풍으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 오기까지 국토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 중에서 가장 표면화된 것은 첫째, 나대지에 한한 법적 판결을 전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적용을 하였다는 것이다. 실제 판결을 받은 학교부지와 유사한 대지 지목의 공원은 전체에서 3%정도에 불과하고 5,000억 정도면 해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둘째, 공원의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지정한 것이었고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재정 지원 없이 공원관리운영책임을 지자체에 이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상하수도, 공항, 항만 등의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국고보조를 하면서, 도시공원 등의 사무에 대해서는 거의 국고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셋째,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없는 국공유지에 대해서도 공원일몰제를 적용하여 해제공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84%의 공원을 지켜냈다는 자화자찬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많은 지자체가 공원일몰제에 대한 대비책으로 다양하고도 의미 있는 노력을 하였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지역인 부산시의 사례를 보면 90개의 일몰대상 공원 중 5만㎡이상 30개에 대해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시행하였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라운드테이블위원회’을 통해 검토한 결과 5개 공원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토지매입비와 공원조성비 5,246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 사업에 신청한 종교기관 소유인 장지공원은 개발을 불허하는 대신 인가공원으로 협약을 체결하여 공원의 85%를 지킬 수 있었고, 화지공원은 임차공원으로 합의가 되었으며 몇 개의 공원이 진행 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토지매입예산 4,400억 원을 확보하였다. LH의 토지은행제도를 같이 활용하여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자연이 우수한 공원에 대해서는 보전녹지로 지정 전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공원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미 일몰제가 시행되었지만,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으로 토지를 매입하여 국민의 미래유산으로 공원을 모두 존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현행 정책으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도 대안이기는 하지만 중앙정부의 이자지원책 정도로는 장기적으로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어 선뜻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첫째, 도시공원이나 도시자연공원구역, 보전지역 등으로 재지정하고 지정된 사유지에 대해서는 상속세, 재산세 등의 일부 경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녹지활용계약, 인가공원, 임차공원 등 다양한 도시공원부지 사용계약의 유형의 확대가 필요하며 셋째, 일본 요코하마 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녹지세(약 만원/1인)’를 활용한 공원토지매입 및 조성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고, 넷째. 시민들의 땅 한평갖기 트러스트 운동 등 적극적인 민간 기부운동의 전개나 SK가 조성한 울산대공원, 계룡건설 이인구회장이 만든 대전 유림공원 등과 같은 기업기부공원의 적극적 유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다른 국가 기반시설과 마찬가지로 공원녹지의 토지매입이나 조성비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법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신종 유행병이 아직 진행형이고, 폭염과 미세먼지의 고통이 상존하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면 공원녹지는 도시의 인간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공원일몰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도전이어야 한다.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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