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생태공원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라펜트l기사입력2009-06-17

지난 6월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는 "생태공원 10년, 길동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길동생태공원 10주년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자리에는 관련 공무원, 자원봉사자, NGO, 일반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참석하였고, 다양한 주제토론도 이어졌습니다. 본문에서는 주제토론 중, '길동생태공원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이란 제목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생태보전시민모임의 민성환 사무국장의 글을 실어보고자 합니다.

길동생태공원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글: 민성환 사무국장(생태보전시민모임)


저는 길동생태공원(이하, 길동공원)과 인연이 깊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현장조사과정, 현장시공과정, 개원 후 관리․운영과정에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1996년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서울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태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서울시립대 에코플랜연구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었습니다. 마침 서울시가 이런 의견에 긍정적이었고, 뒤이어 적당한 장소 선정을 통해 길동공원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대상지 자연생태계 조사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게 길동공원과의 맺게 된 첫 인연이었습니다. 그 후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가 이루어지고, 공원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그게 1997년 9월부터 1998년 12월까지입니다.

우연이었겠지만, 제 친구가 길동공원 시공을 담당한 회사의 현장책임자로 일을 하게 되었기에, 수시로 시공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조사에 참여했던지라, 대상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어찌어찌해서 길동공원 해설판 기획에 참여하게 되어, 초창기 공원 해설판 조성에 나름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쉽게 끊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길동생태공원이 1999년 5월에 개원하게 되는데, 생태공원 관리운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NGO와 행정당국, 민관 파트너십 구축
생태공원은 다른 공원과 달리 교육기능이 중요하고, 이런 교육기능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원 프로그램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던 때라, 행정당국의 준비가 미미하였습니다. 이런 때에 생태보전시민모임이라는 NGO에서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진행해보겠다는 제안을 했고, 행정당국에서 흔쾌히 받아들여 유지관리 및 운영은 행정당국이 맡고,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은 NGO에서 맡는 독특한 파트너십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흔히 보는 민간위탁의 형태는 아니었던 것 같고, 시민참여의 선진적인 사례란 생각이 언뜻 들기도 합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성해 마련하고 2년 동안 길동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됩니다. 그때 당시 저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길동공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2년 동안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자원활동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성부터 관리운영까지 6년 정도 길동공원을 가까이서 지켜본 셈이죠.


탐방객 제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공원은 개장과 더불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게 됩니다. 많은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자원활동가를 양성하고, 그 분들이 다시 주체가 되어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참여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길동공원이 생물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용력을 고려한 탐방객 제한 및 사전예약시스템을 시도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설득과 해설, 홍보작업이 진행되면서 차츰 반발은 수그러들었고, 어느덧 탐방객 제한과 사전예약시스템이 길동공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공원을 조성하고 개장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그 공간에 천연기념물 원앙이도 찾아오고, 물총새도 찾아오고, 개체 수는 많지 않았지만 다양한 새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활동을 했습니다. 3월에 꼬마물떼새도 찾아왔습니다. 알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개장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자, 꼬마물떼새는 새끼 키우는 걸 포기하고 떠나버리고 맙니다. 아마, 탐방객 제한 및 사전예약제는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물서식처와 교육공간
길동공원은 생각보다 면적이 넓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생물서식처로서의 기능과 사람들의 교육학습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모두 충족시키는게 한계가 있습니다. 공간계획과 디자인을 통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길동공원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소음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음측정을 통해 방음벽 설치의 타당성 기초자료를 만들기도 했고, 길동공원 구간 인근을 통과할 때는 경적 울리지 않기, 제한속도를 50km로 낮추자는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탐방객의 생각과 의견을 파악하고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문조사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공원의 유지관리와 프로그램 개발운영
공원에서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처음 접해 본 사람들은 이런 공원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체 탐방객도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언론에서도 길동공원을 많이 취재해갔습니다. 자연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는 소외계층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운영하였습니다.

공원유지관리와 프로그램 개발운영이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고, 가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원활동가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교육자료를 확인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기획하여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유지관리 하시는 분들이 그 해설 자료를 전부 제거해버려 문제가 됐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후 정기적인 협의과정이 있긴 했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더군요. 생태공원에 대한 입장과 우선하는 가치가 조금 다르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훈련이 되지 않았던지 그 후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행정, 관리운영맡아
2년이 지난 2001년 초에 길동공원 관리운영 시스템에 일대 전환이 일어납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에서는 안정적인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위해 민간위탁 형식의 체계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더불어 길동공원 관리운영을 담당할 ‘관리운영협의체’ 구성 제안도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2년동안 활발했던 생태보전시민모임은 떠나고, 행정이 관리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프로그램 운영까지 행정이 책임지는 형태로 전환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2년 동안 길동에서 활동했던 자원활동가 일부가 맡게되어 2년 동안의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유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 시민참여 형태는 지금 서울시 공원 대부분에서 운영되는 모델이 되어 버렸습니다. 행정당국의 역량이 2년의 파트너십 과정을 통해 커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민참여, 공원관리운영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점이 아주 많습니다. 여하튼, 매년 새롭게 충원되고 교육받아 배치되는 자원활동가들의 헌신과 땀을 통해 8년동안 길동공원은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왔고, 사회에서의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10년입니다.

앞으로의 10년
사람들은 10년에 의미부여를 참 많이 합니다. 무엇이든지 10년이면 사회에서의 자기 위치, 역할이 자리 잡게 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 때문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길동공원의 10년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동공원의 성과는 제가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이제 앞으로 10년입니다. 길동공원은 무엇을 꿈꿀 것인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 것인가?

우선 길동공원이 새로운 형태의 관리운영모델을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하나의 공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야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길동공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행정가, 생태계전문가, 교육전문가, 디자이너, 자원활동가, 정치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논의하고 협의하고 결정, 집행하는 그런 구조가 한번 고민되고 시도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을 담는 그릇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관리운영협의체란 그릇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현신적인 가능성을 논외로 한다면 ‘재단’이 될 수 있겠죠.

다음은, 길동공원의 생물서식처로서 기능을 좀 더 고려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때그때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생물서식처 유지관리가 아닌,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과학적인 조사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지침, 방향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시민참여의 영역과 내용을 훨씬 풍부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민은 다양합니다.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기업도 시민의 영역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업시민이란 말을 쓰더군요. 그런 다양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내용과 방법을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재정에서부터 모니터링, 관리, 운영 전반에 모든 시민이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의 제안이 바람직한지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길동공원의 앞으로 10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창대하리라 믿습니다.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50여분의 자원활동가와 신념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행정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나창호, 월간 환경과조경(2005년 1월호)

나창호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ch20n@paran.com
관련키워드l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게시물

인포21C 제휴정보

  • 입찰
  • 낙찰
  • 특별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