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4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④
라펜트l기사입력2011-06-17

7. 사월의 산천초목(山川草木)은 계절의 면류관(冕旒冠)

소리 없이 웃으며 꽃이 피고 진 가지마다 잎이 말없이 피는 사월은 산과 들이 신록의 면류관(冕旒冠)을 쓰는 위대한 계절이라고 어느 시인은 읊었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은 그의 유명한황무지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역설적으로 읊은 것도 막강하고 엄청난 자연의 위대한 변화에 감동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잎은 꽃이 맺어 놓은 어린 열매를 키우기 위해 폭양(曝陽)과 풍우(風雨)를 견디는 위대한 모태이며 생산자이다. 이제 먼 산야(山野)로 시야를 돌려 산천초목(山川草木) 즉 자연의 위대한 변화를 느끼고, 산을 오르며 호연지기를 함양 하는 계절이다.

조선조의 문인 조식(曺植)산을 오르는 것은 선()을 쫓는 것과 같고, 악을 따름은 무너져 내림과 같다고 유두유록(遊頭流錄)을 통해 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은 우리 농경문화의 뿌리이기도 하다. 산은 문학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소박하고 순수한 순자연성(順自然性)의 정신문화는 노장(老莊)의 자연관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은 우리의 영원한 모태(母胎)이고 상징이며 강은 산을 원류로 영원히 흐르는 고향의 정이다. 또 나무와 숲은 항상 기다리며 손짓하는 어버이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조선조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서는 모든 산에 대하여 의미 있는 산의 형태성과 특성을 부여하고 분류하였다. 특히 삼신산(三神山)으로는 한라산(漢拏山)은 영주(瀛州), 금강산(金剛山)은 봉래산(蓬萊山)으로, 지리산(智異山)은 방장산(方丈山)으로 지칭하였고, 오악산(五嶽山)으로는 백두산(白頭山), 금강산(金剛山), 묘향산(妙香山), 지리산(智異山), 그리고 삼각산(三角山)을 쳤으며 십이명산(十二名山)으로는 금강산(金剛山), 덕유산(德裕山), 묘향산(妙香山), 태백산(太白山), 속리산(俗離山), 칠보산(七寶山), 소백산(小白山), 지리산(智異山), 설악산(雪嶽山), 가야산(伽倻山), 오대산(五大山), 그리고 청양산(淸凉山)을 꼽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추앙 되지만 아름답고 신묘하며 감동이 서리는 산으로 금강산과 지리산은 모두 3대 분류에 속해 있으며, 그 다음이 묘향산을 꼽고 있다. 그곳에 사월의 신록으로 물드는 정경을 어찌 계절의 면류관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은 국토이고 숲은 사회이며 그 속에는 우리의 꿈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옛 조선팔도의 각 지역과 산수(山水)의 모습을 발로 쓰고 마음으로 그린 산수화풍의 고지도는 오늘날의 계량적인 지형도 못지않게 당시 우리의 과학과 기술과 미술 등이 어우러진 거시적인 종합예술임을 보여주고 있다(서울 역사박물관소장 복사본 전재).

 


옛 한양도성을 안으로는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의 내사산(內四山)으로 둘러싸고, 외곽은 북한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의 외사산(外四山)으로 둘러진 유현미(幽玄美)가 돋보이는 산수화풍의 한양도성도(서울 역사박물관소장 복사본 전재).

 

 


8.
사월의 등월(燈月)과 찔레꽃 피는 향촌(鄕村)

떡갈잎이 퍼질 무렵인 사월은, 본격적인 농사일도 시작되는 몸과 마음이 바쁜 계절이다. 또한 사월(음력)은 부처님 오신 초파일인 등월(燈月)의 계절이기도 하다. 서울 남산의 팔경(八景) 가운데 제육경(第六景)으로, 사월 초파일 밤 남산에서 보는 연등(蓮燈)의 야경과 제등행사(提燈行事)의 광경은 오늘날의 도시야경과 비교 할 수 없는 그윽하고 행복한 마음의 황홀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사월은 산기슭이나 냇가에 하얀 찔레꽃이 향촌의 순정처럼 피어나는 계절이기에 농가월령가에서는사월이라 초여름 입하소만 절기로다 / 비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아라 /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이삭 패어나니 / 꾀꼬리 소리 난다 /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가물 없을 손가 / 이때를 놓침 없이 나 할일 생각 하소라고 읊고 있다.

 

이제 먼 산야에는 산촌의 참된 벗, 산벚나무와 구룡목(九龍木)인 귀룽나무가 신록의 숲속에서 목화송이처럼 구름이 일 듯 피어나고 계곡의 물가에 복사꽃이 점점이 붉게 수놓으면 봄은 바로 무릉도원의 경지에 이른다.    

그래서 조선조 문인 조식(曺植)의 지리산 기행시조에서도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어라 / 아이야 무릉도원이 예가 아닌가 하노라라고 읊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야생이나 재래종의 복숭아나무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더욱 그 향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점차 여러 개량된 과수용 품종만을 볼 수 있어 복사나무에 얽힌 동양적인 신비한 설화나 전설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특히 복숭아나무와 오야나무의 꽃은 여타의 꽃과는 그 아름다움을 형식미로 견줄 수 없이 군자의 내용미로 표현하고 있다. 예부터복숭아꽃과 오야 꽃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밑에 저절로 길이 난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서경적(敍景的) 표현이 있다.

 이제 봄날은 가고 있다. 산에는 들에서처럼 화려한 꽃보다는 요란한 웃음소리 없이 그윽이 피고 지는 나무가 더욱 많다.

그 한 예로 시무나무와 오리나무는 나그네의 이정표가 되어 시름을 달래는 나무이기도 하다. 유명한 방랑시인 김삿갓의 풍자시에서스무나무 밑 서러운 나그네(二十樹下三十客) / 망할놈의 집에서 쉰밥을 주는 구나(四十家中五十食)”라고 읊고 있어 꽃을 피우는 나무보다 더욱 많은 운치 있는 풍류의 나무들이 우리 산야에서 지금 신록으로 피어나고 있다.



옛 전주읍성을 산수화풍으로 그린 지도로 남쪽의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봉안했던 경기전(慶基殿)을 중심으로 짙은 숲과 학이 날며 화사한 복사꽃이 마치 맑은 봄날의 무릉도원 같은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서울 역사박물관소장 사본을 전재).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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