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조경, 가을에 느끼는 조경세상

[기고]조영철 부장(GS건설)
라펜트l조영철 웹기자l기사입력2011-11-02

조영철 부장(GS건설)

 

제가 근무하는 회사가 있는 곳은 서울역 건너편인데 회사건물 뒤편으로 남산이 있다보니 요즘 같은 계절엔 점심식사 후 가볍게 남산길을 산책하곤 합니다.

 

벌써 계절은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아차!하면 겨울의 찬바람이 올 것 같습니다. 서서히 바래져가는 단풍과 흩날리며 바닥에 뒹구는 낙엽은 아쉬움과 멋스러움을 함께 느끼게 하곤 하죠.

 

요즘처럼 팍팍하게 하루하루를 힘겹고 바쁘게 보내다보면 이렇게 느긋함을 맛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행복이라고도 생각한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접한 게 90년초 였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조경분야가 갖는 위상은 부분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비슷한 고민과 문제점을 여전히 풀지 못하고 가는 듯해서 마음 한 켠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중 제가 경험했던 몇 가지의 내용을 함께 고민하면서 향후 더불어 해결하는 노력을 갖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첫 사회경험은 엔지니어링회사에서 설계(예전엔 제도판에서 연필, 로트링펜 등으로 작업하고 청사진, 그리고 내역작업은 수작업으로 했었죠), 기본계획에 대한 보고서작업, 건설회사에서의 설계관리 및 현장시공관리, 그리고 턴키설계 관리업무와 기술영업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설계, 시공, 관리과정중 조경이라는 분야가 갖는 복합적인 성격으로 때론 다양성 있는 접근으로 영역의 확대로 나타나지만 때론 디테일 부족으로 난처한 경우의 경험도 종종 있었답니다.

 

지나치게 디자인을 강조한 설계안, 자의적인 공간설정, 현실감이 반영되지 못한 식재설계(그래서 대부분의 설계사에서 식재설계는 경험이 미숙한 직원이 담당하곤 했죠)와 같이 설계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고스란히 현장시공에서도 구체적되어 나타나곤 했습니다.

 

시공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결절부와 조경공간(혹은 시설)과 접하는 다른 분야(건축, 토목, 전기, 설비 등) 공간(혹은 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부분(예를들면 건물 필로티와 동선이나 공간이 연결되는 부분의 레벨이나 배수처리, 옹벽과 녹지연결부분, 녹지 내 D/A, 지하주차장계단, 건물 캐노피 선에 의한 조경공간과의 연계부분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조경공간 내 배수시설(집수정, 빗물받이, 측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부족, 조경구조물의 구조검토, 슬라브상부의 하중에 대한 설계검토 등 인접분야에서 의도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 적절한 대처가 미약한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학문적인 접근에 있어서 좀 더 실질적인 접근이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설계에 할애하는 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조경시공 분야가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인접분야의 비아냥도 무시할 것만은 아닌 이유이기도 하지요.

 


 

전체 건설 공사 중 조경공사의 비중이 흔히 3~5%정도라고 하는데 공사규모의 측면에서도 회사 내 역할에서도 비슷한게 사실이긴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당백이란 말이 있는데 조경업무에서 많이 해당되는 말인듯 합니다. 인원도 적고 규모도 적기 때문에 못하는게 아니고 의지의 부족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일당백은 아니더라도일당십이든일당오라도 함께 풀어가야 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건축 설계사에 묶어서 계약되는 관행도 변화시키고 현실적인 조경분야의 구체성과 전문성을 확보(설계내용이나 시공의 우수성이나 학문적인 연구 등)하고 정보의 공유(모듈화된 인공지반의 구조검토, 많이 이용되는 조경구조물의 구조검토결과, 배수관련 시공 데이타의 축적 등)가 이루어지질 바랍니다.

 

일률적인 식재설계도면의 형태와 질도 새롭게 향상시킬 필요도 있고 제 살깎기 식의 투찰관행의 극복, 현란한 개념설계를 지양하고 이용자측면의 공간조성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품성을 추구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을 위해지금”, 그리고함께시작해야 할 때입니다.(정책적인 문제점이나 제도적인 문제 등은 또 다른 부분에서 논의하고 풀어야할 것입니다. 이 내용은 다른 많은 전문적인 선후배님들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바로 건물밖에 남산의 멋진 가을풍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이 가을 단풍구경을 가야하는데하며 넋두리는 하지 말아야죠. 설악산이나 내장산의 단풍놀이에 앞서 우리네 삶이 녹아있는 터전주변의 그것을 즐기며 만들어가는 것이 나중 멋진 가을의 진정한 운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위기의 조경현실은 지금 함께 고민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더불어...

 

※본 기고는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회장 임승빈)에서 매 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뉴스레터)에 게재된 '그린한마당'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는 다양한 조경 및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정보를 최근 개편된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홈페이지(www.ecoearth.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조영철 웹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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