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인공습지 조성 위해 검토해야 할 5가지

[기고] 정경진 (주)이자인 대표
한국건설신문ll기사입력2011-07-30


정경진 대표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 인공습지가 조성되고 있다. 습지란 그저 축축하고 질퍽한 느낌의 쓸모없는 땅으로만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던 점을 상기해 보면습지보호의 개념을 넘어서, 심지어 도시 내에 인위적으로 습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인공습지는 환경적, 생태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도시 오염원의 저감 기능은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자연친화적인 근원적 오염제어기법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인공습지의 조성은 보다 활발한 적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7년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에 의해 충남 아산시 신정호수의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바이오파크(Bio-Park)가 조성된 바 있다. 신정호의 연중 수질은 COD 6.6~20.5/ℓ, Total N 1.401~5.920/ℓ, Total P 0.094~0.956/ℓ으로 환경정책기본법의 농업용수등급을 초과하는 부영양화된 호수였으나, 바이오파크를 조성해 오염도를 저감시킨 바 있다. 당시 신정호수 내 바이오파크의 구조는 저수지 심층부접근수로양수장송수관침전조인공습지유출관로의 형태로 구성됐으며 저수지의 물을 습지로 양수하고, 습지를 통과시켜 처리된 물은 다시 저수지로 돌림으로써 저수지의 물이 개선되는 시스템이다.

 

전남 보성군 복내면 복내리의 주암호 인공습지는 주암호 등 영산강수계 물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주암호 수질 개선사업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함유된 유기물 및 영양염류 처리와 강우 시 인근지역의 초기 유출수 등 비점오염원 처리를 위한 인공습지(Bio-Park) 시설을 시범적으로 설치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R&D를 통해 향후 확대적용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바 있다. 주암호 인공습지는 침강저류지-자연하천형 인공습지 및 연못-마이크로풀의 순서로 시스템을 구성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시공된 양구생태습지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함유된 인과 기타 유기물 및 영양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인공습지로 조성됐다. 강우 시에는 인접 하천의 유입수와 도로변 비점오염원에 의한 강우유출수를 처리하도록해 하천수질정화 및 환경오염원 제거를 도모하며,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향후 생태적 인공습지의 확산을 위한 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이와 같이 국내에도 지난 십 수년간 다양한 유형의 인공습지가 조성된 바 있으나 인공습지 조성을 위한 이론적 기초가 미약하고 설계 및 시공기술, 자재 및 공법의 품질, 유지관리의 매뉴얼화, 무엇보다도 인공습지조성에 대한 철학의 부재 등이 걸림돌이 되어 일부 조성사례에서 시공 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며, 자연습지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생태자원으로서의 인공습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인공습지 조성을 위해서 관련 실무자는 사업 시, 또는 사업시행 전후에 다음의 5가지 항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의 유형별 검토

습지는 대상지의 입지조건, 목적, 기능, 형상 등에 따라 다양한 시스템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하수처리 및 초기강우 유출수를 처리하기 위해서 제안되는 지표면 흐름형의 수질정화습지에는 ①Shallow marsh, ②Extended detention wetland, ③Pond-wetland system, ④Pocket wetland 등으로 시스템을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상지의 공간이 넓어 다채로운 물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경우 Pond-wetland system을 선정해 침전지, 폰드, 습지수로, 생태습지 등을 순환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태에 따른 효율성 검토

Persson은 습지의 형태, 유입부와 유출부의 위치, 그리고 그 형태가 습지 전체에 미치는 수리동역학적 영향을 연구했고 그 결과 13개의 가상적인 습지의 형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기다란 형태의 습지와 습지에 둑을 쌓아 곡류의 흐름을 유도하는 형태의 습지가 수리학적으로 가장 높은 효율을 보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유입부가 한곳으로 정해진 경우 보다는 곳에서 주입되는 방식이 훨씬 더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상지의 여건에 맞는 습지의 형상을 결정하되 가급적 효율이 높은 형상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입지와 배치에 따른 효율성 검토

인공습지의 입지와 배치는 대상지의 지형, 잠재성과 관계된다. 대상지가 표고가 높은 하천상류역에 입지한 경우와 하류역에 입지한 경우는 인공습지 예정부지의 토양입경, 배수능력, 홍수 시 수위상승여건, 침식 및 세굴, 매립과 매몰의 여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공사 이후 예상되는 지형변화를 고려해 대상지의 잠재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 인공습지 조성지에 홍수기 이후 방문하면 습지의 웅덩이부가 토사로 매몰되어 다시 평지화 돼 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가 대상지의 지형과 잠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 하겠다.

 

정화원리에 따른 효율성 검토

국외 사례에 의하면 약 2만㎡의 습지규모에서 유량은 0.2m/s이며 체류기간은 5시간 정도를 가졌을 때 충분한 수질정화효율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사례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계산식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습지 내에 구성되는 폰드의 규모와 형상, 물흐름 조건, 도입식물의 특성 등에 의해 습지정화원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목적에 적합한 정화원리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식재방식에 따른 효율성 검토

인공습지의 정화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식물이다. 어떤 식물을 도입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밀도와 규모로 식재할 것인지, 어디에 어떤 식물을 식재할 것인지, 유지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인공습지 조성 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식재밀도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습지 조성에서 수생식물에 대해서는 0.5~1.5m 간격으로 식재하고 관목이나 교목의 경우는 3~6m 간격으로 식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밀하게 식재할 경우 식생이 정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적게 걸리는 반면 드물게 식재하면 식생이 습지의 전면에 활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인공습지의 식물식재는 습지 내부의 수처리 단계에 따라 구분해 식재한다. 습지 내부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전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침전지형 폰드, 유량 및 유속조절을 담당하는 폰드, 수질정화의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습지, 체류시간에 영향을 주는 수로, 홍수 시 탄력적 유지관리를 가능케 하는 유수지형 폰드, 수변의 육상부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유형과 목적에 따라 차별화된 식재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습지지역에는 수질정화 효율이 높은 대표종이 우점하도록 식재하며, 폰드에는 다양한 식생을 도입한다. 침전지형 폰드에는 식물자체에 의한 영양염류의 흡수 및 제거기능보다는 침전 및 탈질화 등의 기능이 강하며, 수심이 인공습지보다 깊으므로 자연발생하는 개구리밥 등의 부수식물과 검정말, 새우가래 등의 침수식물에 의한 수질정화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인공습지의 조성은 단순히 웅덩이 파서 물을 채우고 갈대를 심으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습지와 같이 생태적으로 민감한 공간은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접근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합리적인 과정에 의해 인공습지 조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절차상의 원칙이 어쩌면 기술적 향상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위적인 것과 억지스러운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인공습지이지만 억지스러움을 배제하고 합당한 행정적, 기술적 검토에 의해 조성된다면 자연습지에 버금가는 지속가능하고 소중한 생태자원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_ 한국건설신문(www.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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