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캐롤 메이어리드

도시 물관리의 선구자
라펜트l박명권 대표, 최이규 지소장l기사입력2013-03-27

2011 7월 서울에서는 지역에 따라 시간당 최고 11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으며, 이틀간 431㎜의 강우량을 기록(기상청 자료, www.kma.go.kr)하여 100년 빈도 강우량을 상회하는 강우가 발생하였다.

 

비슷한 시기 일본 고치현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하루 동안 850㎜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발생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로 이어져 지구온난화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열파,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의 발생이 증가하고 극지방의 빙하면적 감소, 해수면 상승 등 지구의 물리·생태계 전반에 걸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진행 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여 지난 100(1906~2005) 6대 도시 평균 기온은 약 1.5℃ 상승하였으며, 강우패턴의 변화로 침수 등에 의한 피해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방안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른바빗물세도입 등 이미 빗물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고 관련 산업들도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1999 5월에는 미국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지속가능한 개발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두어 미국 각 도시에 녹색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 구축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고, 2010년 뉴욕의 녹색 인프라 계획(NYC Green Infrastructure plan - A sustainable strategy for clean waterways)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의 대도시들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향후 20년 동안 전체 불투수면적의 10%에서 발생하는 초기우수 1인치를 그린인프라를 통해 저류, 침투시키는 것을 골자로 약 24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또한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한 그린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야기되고 있으며, 관련 정책과 산업분야에서 우리 조경인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2회에서는 해일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의 생태적 복원과 설계로 조경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는 수잔 반 아타의 작품을

소개하여 조경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보았다.

 

이번에서는 오리건 컨벤션센터의 레인가든을 통해 빗물관리에 있어서 조경의 역할에 대한 선구적인 작품을 남긴 캐롤 메이어리드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캐롤 메이어리드 Carol Mayer Reed

오리건주 포틀랜드 Mayer/Reed 소장

 

 

그린인프라는 다차원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즉, 수질을 정화하고, 침투를 가능케 하며,

도시의 아름다움과 서식처로서의 역할,

그리고 기후의 계절적 순환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지요.

- 캐롤 메이어리드

도시 물관리의 선구자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인구 당 자전거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 자동차 위에 스키나 카누를 실을 수 있는 루프랙이 가장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포틀랜드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중소도시에 불과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업지대는 도시와 강의 단절을 가져왔으며, 도심지는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도시계획의 상징으로, 환경친화적인 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도시로, 또 많은 젊은이들이 한번쯤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성공적인 도심지를 갈구하는 도시라면, 포틀랜드를 견학하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빛나는 대중교통 시스템, 활력 넘치는 거리, 인간친화적 스케일의 보행자 위주의 도시형태는 유럽의 역사도시와 어깨를 견줄만한 현대 미국 도시의 자존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컬럼버스에서 자라난 캐롤 메이어리드가 유타주에서 조경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포틀랜드로 이주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도시의 환경적, 문화적 배경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뛰놀던 숲속과 큰 공원, 성을 만들고, 나무를 기어오르고, 야생동물들의 자취를 찾아다니거나 동굴을 파고 놀던 시절은 웨스트코스트의 이 생태적인 도시에서 여전히 재현될 수 있었다.

 

자연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를 둔 부모라면, 더 할 수 없이 좋은 환경이었음은 물론이다. 가까운 산과 해변 등 포틀랜드가 가진 자연 유산, 그리고 적절한 도시적 밀도와 어바니티는 미국 전역으로부터 첨단기업과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태평양 연안으로부터 80마일 내륙 강변에 자리 잡은 포틀랜드는 서울과 그 지리적 상황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성공적인 IT, 디자인 기업들의 이주로 인해, 향후 25년간 100만 명 이상의 인구증가가 예상되는 급성장 일로에 있다.

 

캐롤 메이어리드는 최근 포틀랜드 노스웨스트 예술대학에서 개최된 ‘Left Coast/Right Brain’ 전시에서,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밴쿠버 등 태평양 연안 북서부 4대 도시들 간의 인구 및 사회·환경에 대한 비교를 통해, 포틀랜드가 현재 보유한 도시적·자연적 유산을 어떻게 보존해가면서, 급격한 인구증가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조경가로서의 견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캐롤 메이어리드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후, 유타주립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77년 포틀랜드에 정착한 후 두 곳의 사무실에서 6년간 경력을 쌓고 그래픽 디자이너인 남편 마이클 리드와 함께 지금의 회사 메이어/리드를 창립했다.

 

북서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조경과 도시설계, 시각디자인 실무를 해오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팩커드, 나이키 등 유수 대기업들의 본사 캠퍼스, 포틀랜드의 이스트뱅크 수변공원과 도심지 트랜짓몰 프로젝트로 ASLA상을 각각 수상했다.

 

오리건 컨벤션 센터에 조성된 레인가든은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대표적 초기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틀랜드 공항 내 항공항만청 프로젝트는 LEED 플래티넘의 최첨단 환경프로젝트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녀는 매일 아침 8층 사무실에서 보이는 도시와 강, 캐스케이드 산맥을 조망하며 자주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캐롤 메이어리드는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직원들과의 소통, 고객 응대, 마케팅전략모색, 시장분석에 쓰고 특히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주로 일의 업역이나, 과정, 각각의 단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방해없이 디자인을 해야 할 때면, 부엌 식탁을 이용할 때가 많으며, 특히 기회가 날 때마다 대상부지나 공사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통해 큰 배움을 얻는다고 한다. 오레고니언(Oregonian, 오리건주의 사람)답게 그녀는 산행, 스키, 카약, 요트 등의 야외 활동을 무척 좋아하며, 자연이 영감과 치료, 통찰력의 원천임을 강하게 믿는다고 한다.

 

또한 조경가로서의 훈련은 직업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규모에서 관찰하고 조망하는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일견 매우 복잡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경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인접 디자인이나 과학 분야와 협력하여, 세계적으로 처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공헌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ike headquarters 나이키 본사
ⒸBruce Forster and Mayer/Reed
 

이스트뱅크 수변공원(Eastbank Esplanade)

1980년대 중반 포틀랜드는 윌라메트강 서측편 고속도로의 철거를 시작으로 역사에 남을 새로운 도시계획의 장을 열었다.

도로가 없어진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섰으며, 오리건 주지사였던 탐 맥콜의 이름을 따 명명된 이 공원은 모범적 도시 오픈스페이스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인위적인 조형적 지형조작이나 기하학적 배치, 혹은 과도한 디자인 의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미감이 이 공원의 특징이다. 길고 넓은 잔디밭과 공간을 감싸는 수목들, 가끔씩 배치된 분수와 예술품이 전부다. 간결한 철재 난간이 콘크리트 격벽 상부를 따라 이어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간결미는 가까운 도심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방문자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어,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대중적 행사나 이벤트가 진행됨을 볼 수 있다.

 

그 후 여전히 고속도로가 남아있던 동측 편 강가에도 공원 조성의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심지에 인접한 서측 편과 사정은 달랐다. 즉 자투리땅만 겨우 남아있는 이 강변에 과연 효과적인 공원 조성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었다. 거대한 예산을 들여 공원을 만든다 해도, 도로에 의해 단절되고, 소음에 의해 지배되어 훌륭한 공원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아예 고속도로 자체를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에서는 공원조성 논의 자체를 고속도로의 존치를 옹호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간주하곤 했다.

 

포틀랜드시는 결국 1.5마일(2.5)에 이르는 부지를 확보하였고, 북쪽의 오리건 컨벤션센터, 남쪽의 오리건 산업과학박물관을 기점으로 하는 선형 수변공원을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쟁점이 되었던 접근성 부분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교량 측면부를 이용, 다수의 보행자 교량을 설치함으로써 서쪽의 탐 맥콜 공원 및 도심지와의 연계를 원활하게 했다.

 

Eastbank Esplanade 이스트뱅크 수변공원
ⒸBruce Forster and Mayer/Reed
 

또 다른 문제는 당시 많은 행정부서에서 서식처 보존 여론을 의식하여, 강변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에 대해 상당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오리건주의 지배적 정서상 공원조성보다는 생태 환경 보호와 복원이 우선시 되던 분위기였다. 새로 제정된 멸종위기종에 관한 법률(Endangered Species Act, ESA)로 인해 도시 오픈스페이스의 조성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급격한 관점의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공원에 대한 수요와 보존에 대한 노력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듯 보였다.

 

캐롤 메이어리드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양측의 요구가 모두 수용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 자연의 힘과 동적 사이클을 인정하고 보완했으며, 사람들이 이러한 다이내믹한 요소들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제안은 단순한 절충안이라기보다는 대립을 뛰어넘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너지 효과를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

 

공원은 부지에서 가장 높은 부분을 연결해 조성되었고, 수변에 인접한 낮은 부분에 억지스런 디자인과 접근의도를 절제해 서식처로 조성하고, 적절한 거리에서 대중의 접근을 제한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고속도로에 의해 단절된 특정 부분에는 수위에 따라 변동하는 부양산책로를 조성하여 사람들이 물의 흐름과 파동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디자인 의도는 세심한 디테일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을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난간의 높이와 재질 하나하나까지도 관찰과 배려에 의해 설계되었다. 이 부양산책로 부분은 이미 포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트 장소이며, 사진가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도심지와 멀리 산줄기들이 교차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스펙터클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Eastbank Esplanade 이스트뱅크 수변공원
ⒸBruce Forster and Mayer/Reed

 

오리건 컨벤션센터 레인가든(Oregon Convention Center Rain Garden)

이 프로젝트 이전에, 레인가든이란 대개 건물 뒤 구석진 곳에 큰 토양침투조를 조성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 기념비적 프로젝트는 컨벤션센터의 각종 홍보물과 마케팅에 이용되는 얼굴이 되었으며, 건물벽에서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빗물의 이미지는 『Sustainable Landscape Construction』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신축 건물뿐 아니라, 현존하는 건물이라도 성공적인 빗물관리와 홍수저감을 위해 효율적으로 리노베이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한 작업이다. 메이어리드는 이 밖에도 워싱턴주립대학 캠퍼스, 미국건축가협회 포틀랜드 지부사무소 등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통해 빗물이라는 자연현상을 매력적인 도시적 요소로 변환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Oregon Convention Center 오리건 컨벤션센터

ⒸBruce Forster and Mayer/Reed


318피트(97m) 규모의 오리건 컨벤션센터 레인가든은 소와 여울, 자갈과 화산암이 다양한 식물과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풍경을 연출할 뿐만 아니라, 5.5에이커(22,260)에 이르는 옥상으로부터 집수되는 다량의 빗물을 매우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특별히 설계된 방수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세 군데의 빗물은 폭포가 되어 경사진 석재 배수로로 쏟아진다. 계단식으로 조성된 일련의 침전연못들(방수처리가 되지않은)을 거쳐, 지하 토양으로 스며들게 되고, 연못 바닥의 자갈과 사초, 골풀, 붓꽃 등 습지식물들 표면에 번성하는 미생물들은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거르고, 생물학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 식물들은 최소한의 관수로도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각 연못들이 일정한 양의 빗물을 저류하면서 자연적으로 침투되거나 증발하게되는데, 그 정확한 분배량은 정확히 산정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방류되는 빗물의 수질이 훨씬 향상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곳은 2003년도에 완공되었으며, 25년 주기 홍수량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다. 집수되는 옥상면적은 24만 제곱피트(22,300)이며, 이를 처리하는 레인가든의 총 수체부 면적은 2,000제곱피트(186)이다. 옥상뿐만 아니라, 컨벤션센터의 트럭주차장에서 집수되는 오염된 빗물 또한 기름분리장치를 거쳐 205피트(62.5m)의 바이오스웨일을 통해 정화된 후, 최종적으로 레인가든에 합류된다.

 

Oregon Convention Center 오리건 컨벤션센터

ⒸBruce Forster and Mayer/Reed

 

공동글 _ 박명권 대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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