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벤자민 돈스키

공원운영의 마술사
라펜트l박명권 대표, 최이규 뉴욕지소장l기사입력2013-12-27


클라이드 워렌파크 ⓒthe Office of James burnett

 

지난 2003 5, 당시 새롭게 조성된 서울숲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3,800명의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은 성금으로 나무심기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트러스트 숲을 조성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도시의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인당 9㎡의 녹지가 필요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녹지는 이 권장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운동의 첫 번째 과제로다음 세대를 위한 1평 녹지 늘리기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공원조성은 공공의 역할이었고 많은 조경가들은 발주처가 원하는 대로, 때로는 설계가의 독선적인 디자인 철학으로 공원을 조성해왔다. 하지만 정작 공원을 이용하는 주인공은 정책 방향이나 설계가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대중들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공원을 디자인했다고 해도, 실제 만들어진 공간이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하여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실패한 디자인일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자기만족을 위해 실제 이용자들을 무시하고 너무 자의적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재단하지는 않는가? 의도된 설계대로 공간의 쓰임새가 결정되도록 강요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지 않을까? 디자인으로 만들어질 공간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담아야 하고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영역이 아닌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달에는 미국 뉴욕 첼시와 미드타운의 브라이언트파크(Bryant Park), 최근 개장한 댈러스 클라이드워렌파크(Klyde Warren Park) 등에서 성공적인 공원 운영 프로그램으로 도시재생과 공적 공간 확립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벤자민 돈스키(Benjamin Donsky)를 소개하고자 한다.

 

벤자민 돈스키는 브라이언트 공원의 부활을 이끈 다니엘 비더만(Daniel Biederman) BRV사에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며, 비영리기업인 뉴욕의 첼시발전회사와 뉴저지 밀리터리 공원의 부회장으로서 공원과 도시 계획, 디자인과 운영에서 실무를 이끌고 있다. 브라운대학에서 도시학을 전공한 후,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벤자민 돈스키 Benjamin Donsky

BRV, CIC, Military Park 부원장

 


 

공원을 만드는 일이란, 지역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관찰한 후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신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벤자민 돈스키

 

공원 운영의 마술사

 

BRV의 공원 운영에 대한 철학은 민영화가 그 핵심에 있다.

 

BRV와 연계된 공원 및 거리와 광장 등의 공적 공간은 대개 지역의 사업자나 건물주로부터의 후원, 노점상의 영업권, 이벤트, 각종 자선기부금 등에 의해 재정을 마련하며, 브라이언트파크는 1996년 이후 뉴욕시로부터의 지원금이 전혀 없이 자체적인 경비 조달로 운영되어 왔다.

 

1980년대, 공원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지방정부를 대신해 자립적인 재정 구조를 확립하고 관의 개입이 최소화된 독자적 공원 운영의 바탕에는, ‘정부라는 조직에는 기본적으로 공적영역인 공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만한 민감성과 능력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 판단이 내재되어 있다.

 

뉴욕시의 여타 공원이 위험하고 비위생적이며 마약거래와 매춘이 횡행하던 시절에, 안전, 청결, 식물, 아름다운 조명, 24시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프로그램이 BRV가 운영하는 공원에서 나타나는 극적인 특징이었으며, 그 후 비영리기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상권활성화구역(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BID)이나 대학 캠퍼스, 광장, 지역 커뮤니티, 거리, 관공서 외부 공간 등 각종 도시 프로젝트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도시 재생과 공적 공간의 확립에 있어 신화적인 성과들을 창출해 왔다.

 

공공공간에서 사적인 비즈니스를 허락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의는 줄곧 이어져왔다. 공원과 같은 공유지는 전적으로 세금에 의해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사기업의 진출을 철저히 배제하여 순수하게 공적인 장소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이나 부자들의 기부로 공적인 영역을 유지한다는데 대한 자존심 차원의 반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브라이언트파크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공원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공원을 아름답게 유지하는데 사용한다는 점은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시와 시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브라이언트 공원의 뜨개질 클럽 활동
ⓒBiederman Redevelopment Ventures

 

브라이언트파크에서는 규칙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노숙자들 또한 제재되지 않는다. 오히려 13명의 고정 노숙자들은 브라이언트파크 직원들과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1980년대와 지금이 다른 점은, 당시에는 공원 이용자 250명에 노숙자들이 13명이었고, 현재는 시민 4,000명에 13명의 노숙자들로 절대적인 비례가 바뀌었다는데 있다.

 

매일 4,000~5,000명의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탁구를 치거나 회전목마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겨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며, 가을에는 뉴욕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사시사철 주야간을 가릴 것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곳곳에서 아카펠라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페탕게임을 하는 노인들의 탄성이 들리고, 체스를 두는 사람들, 태극권이나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고정된 벤치 대신 이동이 가능한 의자와 탁자를 사용하고,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여성 이용자들의 편의를 가장 중시하였다. 우선 화장실 입구에 큰 꽃꽂이 장식, 내부에는 모자이크벽화, 전신거울 등을 배치해, 여느 가정집에 있는 화장실과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포장면에도 화분을 두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기업의 후원을 받되 요란한 광고나 표식을 지양하도록 세심하게 계획하였다. 그 결과, BRV의 공원에서 여성의 비율은 55~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성공적인 공원의 단면이다.

 

브라이언트파크 태극권 수련의 날 행사
ⓒBiederman Redevelopment Ventures

 

공동글 _ 박명권 대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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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park@grouphan.com
공동글 _ 최이규 뉴욕지소장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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