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명호 섬이정원 대표

경상남도 민간정원 1호, 섬이정원
라펜트l황은결l기사입력2016-08-30
2015년부터 산림청에서 정원에 관한 법률을 새로 도입하면서 정원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등록 제도가 도입됐다. 등록된 정원은 입장료를 받으면서 일반에 공개됨은 물론, 경우에 따라 정부의 예산을 지원토록하고 있으므로 등록을 의무화한 것이다. 

경상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남해에는 우리나라에서 민간정원 3호로 등록된 ‘섬이정원’이 있다. 섬이정원은 한려해상공원의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였으며, 층층이 내려오는 계단모양의 다랑이 논을 그대로 이용하여 자연스럽고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차명호 섬이정원 대표를 만나 정원을 만드는 조성과정과 그의 정원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차명호 섬이정원 대표


섬이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원래는 서울에서 태어나 의류업에 종사해왔다. 젊었을 때부터 귀촌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 일을 정리하고 파주 헤이리 마을로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호미를 잡아봤다. 어느날 서점에 들어가 모네의 화집을 보다가 정원에 나오는 다리를 보고 마당에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연스러운 다리를 만들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는데, 공간이 협소해 다리를 설치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변사람들이 다리없는 연못을 보고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말해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제대로 된 나만의 정원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찾던 중, 2007년 3월에 제주도를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3월의 제주도는 평소 내가 생각하던 온화한 모습이 아니였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삭막한 모습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남해를 방문하게 됐다. 그곳이 바로 현재 섬이정원이 있는 곳이다. 처음 보자마자 '바로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이 들어올 땅을 계약하자마자 고정희 박사의 도움으로 한택식물원에서 6개월간 잡역부로 일하면서 배우게 됐다. 그 뒤, 곧바로 독일의 베를린으로 떠났다.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칼 푀르스터의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을 둘러보자 '정원이 이런 곳이구나'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무작정 한국의 고궁을 돌아다니며, 도서관에서 정원 공부를 시작했다. 2008년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를 방문하게 됐는데,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씨를 만나 보름정도 영국의 정원을 둘러보며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2009년 마침내 2년간 섬이정원을 위한 여정이 끝이났다.

섬이정원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섬이정원이라는 이름의 뜻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남해라는 섬 자체가 정원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섬이는 두 자녀의 이름인 예섬(딸)과 한섬(아들)에서 가지고 왔다.

정원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관람객을 위한 정원과 나를 위한 정원은 구조나 동선에서 모양이 다르다. 영국의 정원을 둘러봐도 관람객보다는 나를 위한 정원으로 조성됐다가 관람이 가능한 정원으로 전환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 내가 사는 숙소의 조망이 가장 아름답다.

정원을 지나 차례로 나타나는 다양한 문은 우리나라 궁궐을 연상시킨다. 문을 통과할 때의 묘한 즐거움과 반대쪽 문으로 나아가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또한, 섬이정원 내에 있는 물고기를 닮은 ‘물고기 정원’과 아마존의 강 줄기를 그대로 가져온 ‘봄 정원’이 있다. 두 곳은 해외정원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조성됐다. 물고기 정원은 스페인의 어느 섬을 방문했을 때, 자그마한 돌담을 쌓고 그곳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스페인에서 돌담이 아니라 나무로 심겨졌으며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반영해 돌담이 아닌 올리브 나무를 식재했다. 그걸보고 아들(한섬)이 물고기를 닮았다고 해서 '물고기 정원'이탄생하게 됐다.







섬이정원만의 특징이 있다면?

다랑이 논으로 사용되던 곳에 정원을 조성했기 때문에 유럽식 정원과 우리나라 정원만의 특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돌담 사이사이는 자연스럽게 식재할 수 있고, 돌담이 구획해놓은 동선 또한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다랑이의 높낮이를 이용한 자그마한 폭포로 정원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였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고정희 박사가 독일에서 정원에 대해 3년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어떻냐며 권유해보기도 했으나 나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조성하고 싶어 배우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더 많이 겪은 것 같다.

이곳의 수목 90%가 남부수종이다. 서울에서는 전혀 접해볼 수 없는 수종들이 많다. 이런 생소한 수종들을 공부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경상남도 진주수목원에서 다양한 남부수종들을 접하며 식재플랜을 진행했다.

녹나무를 정원 내 까페에 식재하면 좋겠다 싶어서 진주에서 구입해 심어도 보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나기도 전에 모두 얼어 죽어 지금은 가시나무를 식재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을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웃어 넘기고 있다. 정원을 혼자 조성하기에 나무를 심을 때 고민이 많다. 우선 수목의 높이와 위치를 알기위해 다양한 색의 헬륨풍선을 띄워 조감해보기도 했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대부분 외국에서의 정원은 미술과 건축에서 다뤄진다. 우리나라 조경관련 학과에서는 미술과 건축에 대해선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조경을 공부하는 분들이 미술과 건축 수업을 병행해서 듣게 된다면 조경이나 정원이 지금보다 더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섬이정원 살펴보기


섬이정원에서 보이는 한려해상공원의 모습

차명호 대표의 작업화


































글·사진 _ 황은결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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