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멜버른편 -3

6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 멜버른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08-31

무려 6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뽑힌 멜버른에서 잠시나마 거주할 기회를 얻었다. 디자인이 있는 항구도시, 박물관 내 숲, 전시회가 열리는 공원까지 멜버른은 조경을 공부했던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멜버른 시티 내에는 거대한 자연이 함께 숨쉬고 있었다. 호주인에게 자연은 개발의 대상이 아닌,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였던 것이다. 이런 노력이 세계인들에게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인상을 심어줬던 것은 아닐까. 


6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 멜버른


멜버른 위치도



멜버른 도크랜드 Melbourne Docklands



도클랜드 항구

도클랜드 도로 경관


멜버른은 1851년 서쪽 약 100km에 있는 밸러랫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가 일어나 지금의 대도시가 됐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유일하게 대형선이 드나들던 항구이기도 했다. 현재는 호주 제2의 무역항이자 연방수도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 인텔리전스 유닛(EIT)에서 실시한 '2016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조사 결과, 6년 연속 호주 멜버른이 1위로 뽑혔다.


이에 대해 '정원의 도시'로 불릴만큼 많은 양의 공원과 주변 자연경관의 조화, 이 속에 녹아든 문화생활을 6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이유로 든다.



항구 주변 칼라풀한 색감이 인상적인 휴식공간


독특한 조형물과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시티로 이어지는 트램


오피스 단지내 독특한 조경 디자인


처음 멜버른에 정착했을 때, 도클랜드에 거주지를 마련했었다. 시티와는 단 5분거리에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야라강, 마리아나, 거대한 쇼핑몰 등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앞까지 오는 트램 덕분에 시티 중심지로 가는 것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시티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도클랜드는 칼라풀한 건축물과 독특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항구가 있는 이곳은 상업지구 용도로 사용되는 신도시이다. 드넓은 야라강과 경계석 없는 도로는 이상적인 도시의 형태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멜버른 관광객들은 시티 내에서만 문화생활을 즐기다 가는 경우가 많다. 예술적인 감각을 공부하는 조경학도로써 오히려 도클랜드가 보여주는 세련된 도시경관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멜버른 박물관


칼턴 정원 안에 있는 멜버른 박물관은 1854년 문을 열었다. 총 7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1800년대 이후 멜버른의 역사와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공룡 뼈와 거대 동물의 유해, 각종 곤충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빅토리아 주에 서식하는 나무를 심어놓은 삼림전시장이 있다. 온실 속에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데크로 만든 길을 따라 숲에 서식하는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갓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동선을 걷다보면 긴 기둥들과 만나게 된다. m마다 표시된 홈을 따라 거대한 높이를 한 눈에 가늠해볼 수 있다. 이 기둥들은 빅토리아 주에 서식하는 거대한 나무들이다. 나무 기둥 아래에는 화분에 담긴 어린 묘목들이 자라나고 있다. 각 묘목마다 안내판이 함께 설치되어 있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유리 벽면 넘어로 보이는 삼림전시장

멀리서도 높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둥


기둥 아래 식재된 작은 화분들


상세한 설명이 나온 안내판

곤충 전시장을 구경하는 가족들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이 박물관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박물관 내 삼림전시장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박물관과 삼림 자체가 전혀 매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보니 수목원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박물관에 오는 입장객들은 많았다. 그 지역의 역사와 유물을 지닌 곳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정말 말도 안되는 둘간의 조합이 대상자가 다소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수목원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걸로 보였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큰 규모의 삼림전시장이 실내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투명한 천장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공간의 테마에 따라 일부는 미스트 형태의 분사기가 설치되어 있고 개울이 조성되어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생태환경을 관리하는 분들도 보였다. 수목의 생장에 필요한 요소들이 완벽히 갖춰지자 실내에 숲이 그대로 옮겨졌다. 


이상기후는 갈수록 심해지고, 4차산업 혁명과 맞물려 실외보다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멜버른 박물관은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멜버른 왕립 전시장 Royal Exhibition Building



멜버른 왕립 전시장


화려함이 돋보이는 웨스트가스 분수


전시장 주변에 수높은 화려한 화단


박물관 바로 옆에 멜버른 왕립 전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1880년 멜버른 국제 박람회에 맞춰 세워진 이 건물은 빅토리아 여왕의 중요한 식민지를 세계무대에 알리려는 의도로 조셉 리드 건축가에 의해 건립됐다. 세계에서 몇 안되는 오픈 플랜 건축물로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최소화한 것이 인상적이다. 멜버른 왕립 전시장에서는 수많은 지역이나 국가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칼턴 정원은 전시장의 남쪽 부분과 19세기 두 차례 박람회를 치른 후 조경이 마무리된 북쪽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장을 마주보는 남쪽 정원은 공원과 전시 공간으로 이용된다.


박물관에서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화려한 웨스트가스 분수(Westgarth Fountain)를 만나게 된다. 19세기 정원 양식을 담고 있는 칼턴 정원은 장식적인 화단과 3개의 분수, 웅장한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엄청난 규모의 소나무 (우측 사람)


칼턴 공원의 호수와 수목


자연은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하기란 쉽지않다. 멜버른의 공원은 오랜 기간의 역사를 머금고 웅장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호주인들에겐 자연이란 개발의 대상이 아닌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명예가 주어진 게 아닐까.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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