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케언즈 -2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우림, 쿠란다 국립공원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2-10

영화 '아바타'의 배경인 세계 유산 쿠란다 열대우림을 방문했다. 쥬라기시대에 서식했던 식물부터 희귀식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눈을 사로잡았다. 쿠란다의 마스코트인 파란나비 율리시스와 거대한 새 카사와리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세계 최대 길이의 케이블카, 100년된 관광열차, 물과 육지를 다니는 수륙 양용차인 아미 덕을 타고 열대우림을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해 보는 것도 큰 묘미 중 하나이다.


이번 편을 끝으로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연재를 마치게 된다. 그 동안 독자들과 함께 호주의 주요 도시인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케언즈를 함께 여행하면서 글의 방향성을 맞춰 나갈 수 있었다. 부족했지만 함께 해 준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다음편으로 찾아올 이야기는 <신기자의 유럽 탐험기>이다. 총 15개국, 45개 도시를 연재할 예정이며, 좀 더 필자만의 색깔을 입힌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우림, 쿠란다 국립공원



케언즈 위치도




스카이레일 레인포레스트 케이블카

Skyrail Rainforest Cableway


쿠란다 국립공원의 마스코트, 율리시스 제비나비 ⓒ신혜정 기자

지구상에서 3번째로 큰 날지 못하는 새, 카사와리(Cassowary) ⓒ신혜정 기자

케언즈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쿠란다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쿠란다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지역 중 하나로 케언즈에서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쿠란다 국립공원이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파란나비 율리시스(Papilio ulysses)가 서식하고 있는 보호지역으로 영화 '아바타'에서도 나비족들이 모여 사는 나비마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아바타의 이야기를 쫓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또한, 쿠란다 마을은 케언즈에서 무려 34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와 100년 넘게 운행 중인 관광열차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케이블카와 관광열차를 탑승해 보기 위해 일부러 쿠란다를 방문할 정도이니, 이 정도면 쿠란다를 방문해 볼 이유가 분명하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케언즈 마을 ⓒ신혜정 기자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전경 ⓒ신혜정 기자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전경 ⓒ신혜정 기자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전경, 아마존 강을 연상시킨다 ⓒ신혜정 기자

우선, 쿠란다 마을을 가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 길이인 7.5km의 스카이레일 레인포레스트 케이블카(Skyrail Rainforest Cableway)에 탑승했다. 

케이블카는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하여 약 1년여만인 1995년에 완공됐다. 32개로 구성된 케이블 타워 중 가장 높은 곳은 해발 545m에 달하는 레드픽 역이다

케이블카는 레드픽역과 배런역에서 두 차례 갈아타야 한다. 두 역에서는 약 5~10분 정도 산책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탑승시간은 편도 90분 정도 소요되며, 하늘 위에서 울창한 숲과 폭포, 강 등 아름다운 경치를 맛볼 수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8시 15분부터 저녁 5시 15분까지이며, 가격은 편도 $37, 왕복 $54이다.


산책길에서 바라본 전경 ⓒ신혜정 기자

오래된 나무인 듯 상당히 거대하다 ⓒ신혜정 기자

국립공원 산책길 ⓒ신혜정 기자

산책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신혜정 기자

국립공원 산책길에는 곳곳에 가이드가 배치돼 있다 ⓒ신혜정 기자

쿠란다란 뜻은 '열대 우림에 둘러쌓여 있다'는 뜻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이 이곳을 감싸고 있다. 열대우림에는 쥬라기시대에 서식하던 식물과 희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원주민들이 만 년 넘게 살고 있다. 우수한 자연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레드픽역과 배런역에서 내려 산책길을 따라 수천년간 살아온 자연 생태계를 감상했다. 곳곳에서는 해설사들이 수목 하나하나 세심히 설명해주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영어실력이 짧아 전문적인 해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 어떤 해설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색을 해봤지만, 이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케언즈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략적으로라도 어떤 식물이 쥬라기시대에 서식하던 식물인지 희귀 식물인지 정도는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 내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이만큼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쿠란다 빌리지 Kuranda Village

쿠란다 빌리지로 통하는 입구 ⓒ신혜정 기자

쿠란다 빌리지 첫 모습 ⓒ신혜정 기자

쿠란다 마켓 ⓒ신혜정 기자

원주민 문화체험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 행사 진행자 ⓒ신혜정 기자

원주민 그림을 판매 중인 가게 ⓒ신혜정 기자

쿠란다 마켓 ⓒ신혜정 기자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 중인 상점 ⓒ신혜정 기자

조개껍질로 만든 아기자기한 용품들 ⓒ신혜정 기자

쿠란다 마스코트 율리시스 나비 그림 ⓒ신혜정 기자

대자연을 담은 사진전 ⓒ신혜정 기자

케이블카의 최종 목적지인 쿠란다 빌리지에 도착했다. 쿠란다 빌리지는 1880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생긴 곳으로 인구 1,000명 미만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원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쿠란다 마켓은 쿠란다 관광 안내소가 있는 센터네리 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이다. 쿠란다에는 오리지널 마켓, 헤리티지 마켓, 뉴마켓 3개의 시장이 있다. 그 중 오리지널 마켓이 가장 볼거리가 많은데, 수요일부터 금요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열린다. 

쿠란다 마켓에서는 주로 각종 수공예품과 악세서리, 미술품, 캥거루 가죽 제품 등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핸드메이드 제품들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볼거리들이 많았다.


레인포레스테이션 자연공원
Rainforestation Nature Park

수륙 양용 차 아미 덕 ⓒ신혜정 기자

ⓒ신혜정 기자

ⓒ신혜정 기자

ⓒ신혜정 기자

이밖에도 쿠란다 빌리지에는 원주민 문화체험, 코알라 와일드파크, 나비 보호구역, 레인포레스테이션(RFS)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갖고 있다. 이 중 열대우림을 근접해서 볼 수 있는 레인포레스테이션을 선택해 마을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레인포레스테이션 자연공원(Rainforestation Nature Park)은 2차 대전 때 사용한 수륙 양용 차인 아미 덕을 즐길 수 있다. 약 30ha 규모의 넓은 숲에 여러 종의 열대 과일이 있다. 이곳은 금광 개발을 하면서 과일 농장과 커피 재배 농장을 지었던 곳이다. 아미 덕 입장료는 $15이다.


쿠란다 늪지대 ⓒ신혜정 기자

쥬라기 시대부터 서식하던 식물 ⓒ신혜정 기자

쥬라기 시대부터 서식하던 식물 ⓒ신혜정 기자

숲에서는 자동차로, 늪지대에서는 보트로 변신하는 아미 덕을 타고 자연공원을 세부적으로 관람했다. 아미 덕에 함께 탑승한 가이드는 수시로 차를 세워가며 식물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 갈수록 쥬라기월드에서 봤었던 것 같은 식물들이 많이 보였다. 갑자기 공룡이 뛰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열대우림 속에서 운이 좋게도 파란나비, 율리시스 제비나비를 볼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마치 파란나비들이 나를 환영하는 듯 눈 앞을 날아다녔다. 이 때다 싶어 운을 가져다 준다는 율라시스에게 '앞으로 남은 일정도 별 탈 없이 소화할 수 있기를…, 그리고 매 순간순간에 감사함을….' 간절히 빌었다.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앞으로 더욱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Kuranda Scenic Railway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탑승권 ⓒ신혜정 기자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쿠란다 빌리지 역 ⓒ신혜정 기자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쿠란다 빌리지 역 카페 ⓒ신혜정 기자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내부 ⓒ신혜정 기자

끝으로 1915년에 세워진 관광 열차,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Kuranda Scenic Railway)에 탑승해 케언즈로 향했다.

쿠란다 관광열차는 케언즈로부터 식량과 광물을 실어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다. 철로는 15개의 터널과 12개의 교량 위에 75km 길이로 설치돼 있다. 가까이에서 열대우림과 스토니 크리크 폭포(Stoney Creek Falls)의 풍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성 당시에는 철로를 짓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탑승시간은 1시간 45분이며, 운행시간은 케언즈 역에서 오전 8시 30분, 9시 30분, 쿠란다 역에서 오후 2시와 오후 3시 30분에 하루 두 차례만 운행한다. 가격은 편도 $37, 왕복 $52이다.


스토니 크리크 폭포를 보기 위해 정차 중인 열차 ⓒ신혜정 기자

폭포와 운행 중인 열차 ⓒ신혜정 기자

비가 내리는 쿠란다의 전경 ⓒ신혜정 기자


ⓒ신혜정 기자

쿠란다 시닉 레일웨이 케언즈 역 ⓒ신혜정 기자

열대우림 속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애환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지어진 관광열차라서 그런지, 마침 구슬비가 내리던 날씨 때문인지 마음 한켠이 자꾸만 먹먹해졌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오늘로써 호주의 모든 일정이 끝나기 때문일 것이다.

쿠란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자연의 위대함에 놀랐고, 자연이 주는 웅장함에 경외심을 느꼈다. 앞으로 보기 힘든 자연경관을 조금이라도 가슴 속에 담아두기 위해 보고, 또 보았다.

약 2시간 가량의 열차시간은 하루를 되돌아 보기에 충분했고, 9개월 간의 과정을 회상하기에 충분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긴건 필연적이였다.

다음 날이면 호주를 벗어나게 된다. 지금의 마음 상태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이다. 호주가 그새 익숙해진 탓일까, 떠나야 한다는 사실 자체로 자꾸만 코끝이 징해진다. 이미 너무 오래 전부터 스스로와 약속을 했기에 그리운 고국을 다시한번 뒤로 한채,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다.

필자는 이 당시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려 2개월간 15개국을 밟게 될 것이란 걸 말이다. 아무 계획없이, 그저 발길따라 키 만한 배낭을 메고 유럽 전역을 다녔다. 국가를 넘어갈수록 신발 밑창은 달아 찢어졌고, 어느새 배낭은 누더기처럼 변해갔다. 이번 편을 끝으로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신혜정 기자

그 동안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를 사랑해 준 모든 독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린다. 사실 조경기행 치고는 전문적인 이해도나 견해가 많이 부족했다. 변명을 대보자면 조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도 아니였고,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무턱대고 떠난 여행이라 미진했던 부분들도 많았다.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떠난 탓에, 직감으로 돌아다닌 탓에, 정작 조경학적으로 의미 있는 곳들은 미쳐 소개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연재가 길어질수록 전문성보다는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은 가장 자유로운 청춘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청춘답게 잘 즐겼다고 말이다.

다음 편인 <신기자의 유럽 탐험기>에서는 그 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개선해서 찾아뵙도록 하겠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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