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유럽 탐험기, 이탈리아 -2

신들의 도시, 로마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6-01







신들의 도시, 로마


이탈리아 로마 위치도



나보나 광장 Piazza Navona
나보나 광장과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 ⓒ신혜정 기자

나보나 광장에 있는 길거리 화가들 ⓒ신혜정 기자
나보나 광장과 길거리 화가들 ⓒ신혜정 기자
피우미 분수 ⓒ신혜정 기자
넵투누스 분수 ⓒ신혜정 기자

나보나 광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분수 외에도 광장은 무명 화가와 아티스트들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나보나 광장은 고대 그리스 경기장을 본떠 만든 고대 로마 경기자 위에 세워진 광장이다. 그래서 성당에는 '인 아고네' 즉, 경기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붙게됐다. 

로마 바로크 양식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나보나 광장에는 3개의 주요 분수가 있다. 피우미 분수(Fontana dei Fiumi), 넵튠 분수(Fontana di Nettuno), 모로 분수(Fontana dei Moro)로 불려지며, 이 중 중심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가 가장 대표적이다. 

피우미 분수는 베르니니의 걸작으로 1651년 만들어졌다. 4대 강을 뜻하는 피우미분수의 명칭 그대로 유럽 대륙의 다뉴브 강, 아시아 대륙의 갠지스 강, 아프리카 대륙의 나일 강, 남아메리카 대륙의 플라타나 강을 상징하는 신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광장 주변에는 노천카페가 많아 휴식을 위해 들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곳에서 파는 젤라또도 추천할만 하다. 한여름에 방문했다 살인적 더위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로마이다. 유명 명소에서 먹는 젤라또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면서 더위를 식혀주는 데 도움을 준다.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 Sant'Agnes in Agone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 돔 형태의 천장 ⓒ신혜정 기자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은 나보나 광장에 세워진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은 1652년 교황 인노센트 10세의 요청에 의해 광장을 바라보도록 세워졌다. 성당건축에는 지롤라모 라이날디와 그의 아들 카를로 라이날디, 바로크 예술의 2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프란체스코 보로미나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가 참여했다.

성당에 들어가면 모두가 하나같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두운 성당에서 빛이 들어오는 천장에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막상 천장으로 돌아간 시선은 좀처럼 내려가질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다름아닌 1670년대 그려진 성모승천(Assumtion) 때문이다.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된 사람들은 처음엔 빛을 향해, 다음에는 그림 속 인물들을 향해 시선을 빼앗긴다.


판테온 Pantheon
판티온과 파빌리온 ⓒ신혜정 기자
 

판테온 신전 외관 ⓒ신혜정 기자
판테온 신전 내부 ⓒ신혜정 기자

판테온 내부로 들어오는 채광은 천장에 뚫린 구멍이 유일하다  ⓒ신혜정 기자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온(Theon)이 합쳐진 명칭이다. 그 활용 용도는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으나 남아있는 석판을 통해 로마제국의 장군이던 아그리파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한다. 

유일하게 내부로 들어오는 빛은 돔 형태의 천장에 뚫린 구멍 뿐이다. 이는 행성의 중심인 태양을 상징하며, 둥근 천장은 우주를 상징한다. 은은한 불빛은 거대한 판테온 내부를 돌아 로마를 상징하는 7개의 신들을 빛춘다. 우주와 신. 판테온은 신들을 향한 로마인들의 관용 정신이 잘 반영된다.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 Campo de' Fiori

알록달록 과일이 인상적인 시장 전경 ⓒ신혜정 기자

과일 뿐만 아니라 꽃을 파는 소규모 상점들이 보인다 ⓒ신혜정 기자

현지인 시장을 구경하는 외국인 관광객 ⓒ신혜정 기자

시장 한가운데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품기는 동상 ⓒ신혜정 기자

로마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판테온과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주로 치즈, 과일, 꽃을 판매하고 있다. '캄포 데이 피오리' 라는 용어 자체도 '꽃이 만발한 들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이런 명칭이 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장을 가득 채운 과일과 꽃의 알록달록한 색감 때문은 아닐까.

광장 주변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품기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은 16세기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로, 당시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무한 우주론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결국 카톨릭에서 그를 이단으로 보고 1600년에 광장 중앙에서 화형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의 동상을 세워 놓고 보존하는 것을 보면 그를 옹호했던 세력들도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화형당한 사람의 동상이 시장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화적 충격을 주는 것 같다.

이곳은 주로 밤이 되면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레스토랑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마침 근처에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어느새 하루가 마무리 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는 중천에 떠있다. 유럽은 여름 해가 길어도 너무 길다.


로마 속 스트릿 조경
식당 야외 테이블에 배치된 꽃과 화분들 ⓒ신혜정 기자
부족한 식재공간을 대신하여 덩쿨식물이 식재돼 있다 ⓒ신혜정 기자
사람들의 왕복이 적은 공간에도 어김없이 오래된 분수가 놓여있다 ⓒ신혜정 기자
작은 화분들이 골목마다 소소하게 배치돼 있다 ⓒ신혜정 기자

어쩌다 만난 수목이 이토록 반가울 수 없다 ⓒ신혜정 기자

로마의 거리를 걷다보면 녹색 식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석조 건축물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밀집돼 있다. 어쩌다 공터가 나올까 싶다하면 이마저도 나무 한그루 없는 광장과 유적지이다. 

로마를 방문했던 7월은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이상기후로 인해 40도 가량 올라간 열기 속에서 걸어 다니는건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였다. 관광지마다 비싼 가격에 얼음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이 보였다. 로마는 아름다웠지만, 더운 더운 열기에는 취약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이런 탓에 하루 일과는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 오후부터 이뤄졌다. 때때로 일사병에 쓰러지는 사람들은 다반사였고, 갑작스러운 구급차의 출현에 좁은 길거리는 혼선을 빚었다. 동물도 뜨거운 더위를 피해갈 수 없었다. 관광지 주변으로는 마차들이 많이 다녔는데, 찜통 더위에 참지 못하는 말들도 쓰러지거나 가까스로 서 있는 정도였다. 이 모습을 본 일부 관광객들은 얼음물을 말에게 뿌려주기도 했다.

전통적인 도시의 모습을 고수하는 로마에게 더위는 최대 난재가 아닐 수 없다. 돌로 지어진 전통 집과 유적지는 한증막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작은 화분들만 배치해도 훨씬 더 시원한 공기가 형성될텐데 조경학도의 시선에서는 무척이나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약간의 해답은 독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추후 독일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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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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