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우리에게 찾아갈 ‘작은 숲’이 있다면...

진승범 논설위원(이우환경디자인(주) 대표)
라펜트l진승범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03-09
우리에게 찾아갈 ‘작은 숲’이 있다면...



글_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주))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포레스트가 들어간 제목만 보고 영화를 보았다. 이게 조경하는 사람의 숙명인지 직업병(?)인지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섰으나 이내 두 시간 가까이 스크린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영화는 시골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내고 도시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 연애, 취업 등 뭐하나 뜻대로 풀리는 것이 없는 도시생활에 지치고 찌든 주인공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같은 처지였으나 이미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고향에서 펼쳐보기로 결심하며 살아가고 있는 친구를 만나 자연 속에서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그들만의 삶의 방식(영화 속에서는 이걸 ‘나만의 작은 숲’이라 했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안구정화가 확실히 되는 장면을 통해 담아내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모든 것 훌훌 털고 자연으로 들어가 위로받고 싶었던 마음을 영화 속 젊은 청춘들이 대리만족시켜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화감독의 제작의 변(辯) 또한 ‘도시에 살더라도 사계절이 변하는 흐름을 느끼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뒤도 보고 옆도 보고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한 번만 쳐다보고 그런 휴식이나 리듬, 완급을 조절하자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확실히 먹힌 영화가 아닌가 싶다.

비록 가공의 인물이지만 부딪힌 현실에서 답을 찾기 위해 또 이미 답을 찾아가고 있는 두 인물을 보며 부러움 같은 것이 마음 어딘가에서 꿈틀거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는 잊고 있었지만 그들의 지나온 짧은 삶 속에 내재되어있던 자연과 벗하며 노닐던 유소년시절의 추억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초고층 빌딩과 몇 천 세대를 자랑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입시학원으로 들어찬 환경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다면 어른이 되어 지치고 힘들 때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 할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

영화는 가상의 세계라 치고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의 미래 세대 대부분은 영화 속 인물들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오늘의 도시환경이 어린이의 정서에 바람직한 영향을 끼치지 못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리학자 폴 키드웰(Paul Keedwell)은 어린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놀고 싶어 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원하며, 놀이는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라 하였다. 또한 흥미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환경은 ‘자연 상태’이며 놀이를 위한 최상의 환경이 바로 아이들이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환경이라 하였다. 이러한 자연 상태의 환경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너 나 할 것 없이 탐험과 모험심이 생겨나게 한다.

저널리스트 리처드 루브(Richard Louv)는 그의 저서 <숲에 남은 마지막 아이(Last Child in the Woods)>를 통해 자연과의 접촉이 결여된 어린 시절 경험이 주의력 장애(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와 같은)와 비만, 창의성 부족, 우울증 등의 문제로 이어지며, 이 모든 심리적 장애의 집합체를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 규정하였다. 따라서 그는 아이들이 다른 생명체(동물과 식물)와 접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함을 역설하는데 그 이유는 일단 아이들을 자연 속에 던져놓으면 그들 스스로 다른 생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탐색하면서 그 환경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이를 위한 가장 최상의 환경은 자연 속에서 놀게 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대부분 도시의 아파트 숲과 학원가를 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답은 무엇인가? 도시의 아이들을 몽땅 시골로 내려 보내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을지라도 도시의 어린이공원, 놀이터에서 답의 일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식물의 식재는 물론 놀이기구나 바닥재 등 어린이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자연소재를 충분히 도입하여 놀이터에서 만큼은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써야 한다. 집 안에서, 학교 교실에서, 학원에서 벗어나 공원이나 놀이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플라스틱 제품 보다는 목재의 촉감을, 이름도 규명할 수 없고 성분도 파악할 수 없는 화학성분이 난무하는 고무칩 바닥 보다는 모래와 맨땅이 발바닥에 주는 친숙함을 느끼게 하자.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 초목의 생명력을 통해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기대어 살아가는, 그래서  옆 사람도 보고 뒷사람도 보면서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소중한 삶이란 걸 배우게 하자.

우리 도시의 어린이공원이, 놀이터가 그런 곳이 되면 좋겠다. 살면서 언젠가는 추억할 ‘나만의 작은 숲’으로….
_ 진승범 대표이사  ·  이우환경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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