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화해의 시대, DMZ “세계자연유산”화를 다시 고민한다.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04-05
화해의 시대, DMZ “세계자연유산”화를 다시 고민한다.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몇몇 국내·외 언론의 언급처럼 기적적인 일들이 올 초부터 일어나고 있다.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 무드가 일더니, 급기야 올 4월말엔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다고 한다. 앞으로의 일을 알 수는 없으나, 북과 미의 정상회담도 5월 중에 열릴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항상 이렇게 남과 북의 화해 무드가 일고, 정상이 만나고 하면 관심의 대상인 DMZ를 떠오르게 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지난 2000년대 초반에 조성하였던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의 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남북연결 도로와 철도의 사후환경영향평가의 일환으로 매월 대상지역을 출입해야 했다. 물론 필자가 매월 다닌 것은 아니고 몇 번의 동행 기회가 주어졌었다. 실제 DMZ를 보면 자연스런 풍광에 한 번 놀라고, 손 뻗으면 닿을 거 같은 북녘 땅 때문에 또 한 번 놀란다. 파주에서 개성 가는 남북연결도로 주변 DMZ는 높은 산이 없고 과거 농경지였던 곳들이 천이 과정을 거쳐 드넓은 습초지로 바뀌어 있었다. 가끔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지뢰를 밟아 폭음 소리도 난다.

당시만 해도 DMZ는 한국전쟁 이후 50년이 넘게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지역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근 65년 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이 때문에 자연이 보상받았을 혜택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실제로 국립생태원에서 1974년 이후 40여 년 동안 DMZ 인접 지역에서 진행된 생태 조사 결과를 모아서 2016년에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DMZ 일대에는 총 4,873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 조사를 실시한 DMZ 일원의 면적은 1,557㎢로 전 국토 면적의 1.6%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전체 한반도 생물종의 20% 가량이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 DMZ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많은 제안들이 함께 나왔다. 2004년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세계평화공원을 DMZ에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DMZ를 대상으로 하여 접경생물권보전지역(TBR) 혹은 생물권보전지역(BR)을 지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실제 DMZ에서 이행된 것은 없다. 세계생태평화공원이든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이든 말이다. 남과 북의 화해무드가 지속되지 못하고 정세는 변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언급한 DMZ는 실제 DMZ를 말한다. 실제 DMZ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DMZ 관련 연구나 조사, 계획이나 사업 등은 대부분 민간인 통제 지역(CCA)이나 그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을 두고 한 말이기 때문이다. DMZ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 보니, 인근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모두 민간인 통제 지역이나 접경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업들에 DMZ라는 용어를 붙여 쓰고 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DMZ는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는 UN사 관할 아래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며, 모든 사항은 UN사에서 승인해야 할 수 있다. 참고로 DMZ는 통일 이후엔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한 유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어쨌거나 최근의 남북화해 무드를 배경으로 국토부에서는 통일을 대비하여 국토계획을 새롭게 수립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북한 지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고속국도 계획을, 코레일은 남북연결 철도 계획들을 마련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사전에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라고 평가받고 있는 DMZ를 포함하여 개발 혹은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실제 DMZ에 조성하려고 하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도 마찬가지다. 공원이라는 이름 혹은 생태나 평화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지 65년 넘게 사람이 닿지 않은 땅을 뒤집어엎고 개발해야 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DMZ와 접하고 있는 지자체들에서도 각종 개발 계획들을 내 놓다 보면, DMZ는 난개발의 온상이 될 것이다.

현재의 화해 무드가 지속되어 평화의 시대로 가면서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고 가정할 때, 필자는 DMZ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해 보았다.

우선 DMZ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한 대전제로서 현재의 DMZ는 원형 보존(保存)하고, 미래세대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전 지구인이 함께 하는 공간이기도 해야 한다. DMZ를 한반도의 동서 생태축을 온전히 연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설악산과 금강산을 DMZ와 연계하여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으면 한다. 즉, DMZ를 세계의 유산으로 보고, 항구적인 보존을 위해 화해 분위기에서나 통일 이후에도 추가 훼손이 없었으면 한다.

DMZ의 세계유산화에 대한 논의는 그 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가장 좋지 않나 싶다. 특히, 북한이 올해 5월 람사르 협약에 17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이 승인되고, 북한의 중요 습지 2곳이 람사르 습지로 가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더불어서 금강산과 그 인근 지역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2018년 3월 16일 경향신문 단독 기사). 북한이 자연환경 분야와 관련한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지지를 받고자 하는 관심이 높은 때라고 볼 수 있다.

정말이지 시의 적절하게 DMZ의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합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거의 결과들을 봤을 때 차후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DMZ에 대한 합의는 국제적인 협약을 빌어 이행토록 기반을 만들고, 항구적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국제적 협약에 근거하여 어떤 형태이든 실제 DMZ에서의 개발을 제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게 된다면 난개발은 자연스럽게 억제될 수 있고,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진짜 DMZ가 아닌 현재의 민통지역이나 접경지역에 조성하고, 이를 통하여 남북 인접 지역의 환경·사회·경제적 지속가능발전을 유도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남북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남과 북 DMZ 인접 지역에 각각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측과 북측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연결하는 아주 작은 규모의 보행 육교를 만들고, 필요한 곳에 남산타워와 같은 작지만 멀리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조성하면 좋겠다. 달리 이야기하면, DMZ는 영구적으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보행육교나 전망대마저도 거추장스러울 수 있겠으나, 최소한의 지역 발전과 DMZ의 상징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필요할 것이라 본다.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한 이후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 관광, 체험 등을 위한 배후 도시를 지원하여 숙박과 교통 시설들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면 좋겠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남과 북을 연결하기 위한 도로나 철도는 모두 지하로 건설하면 좋겠다. 그리고 생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강 하구쪽으로 대교나 해저터널을 통해서 남과 북을 왕래하고, 동해 바다를 이용하여 남과 북을 연결하면 좋겠다. 현재 DMZ를 가로 지르고 있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로도 이미 충분히 파편화는 되어 있다고 본다. 물론 도로와 철도 조성 과정에서 생태통로를 만들었지만, 충분치 않다. 오히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를 없애고 원래의 자연으로 복원해야 할 판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DMZ를 전혀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개발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DMZ 내부를 걸으면서 생태와 역사, 문화, 안보 등에 대한 체험과 학습이 필요하다면, 현재 군 작전로로 쓰이고 있는 길과 GP(Guard Post, 군 초소) 등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서 군 철책선 등은 현행 유지하여 세계적인 평화 및 안보 자원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한국전쟁이 남긴 아픈 상처의 장소를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천혜의 자연유산이 되기를 고대해 본다. 더불어 그 유산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현재처럼 온전한 상태였으면 좋겠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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