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책의 제목을 ‘공원 이용의 사회학’이라고 한 이유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8-07-20
책의 제목을 ‘공원 이용의 사회학’이라고  한 이유



_김수봉(계명대학교 공과대학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필자는 조경을 사회학이라고 생각하였다.

1986년 군을 전역한 후 대학원에 복학하였다. 복학 당시 조경 학계는 사회과학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특히 도시공원이용자의 이용행태에 기준을 둔 설계방법 혹은 계획에 관한 논문이 넘쳐났다. 그 유행을 따라 필자도 ‘대구시 도시공원의 성격에 따른 이용자 만족요인 및 행태분석’이라는 학위논문으로 석사를 마쳤다. 나름 조경학이 사회학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의 생각을 했고 환경심리학과 사회통계학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였다. 영국에서 박사학위논문 주제로 ‘공원이용의 사회학적 관점’으로 준비할 때 지도교수께서 내가 SPSS를 이용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을 보시고는 “논센스”를 연발하셨다. 물론 학위논문에는 질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심층토론을 통한 양적 데이터를 동시에 사용하였다. 필자는 박사학위과정 중에 사회과학관련 세미나와 강의를 많이 듣고 관련 논문과 책들도 제법 읽었다. 박사학위논문은 ‘환경정책과 조경계획의 새로운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완성하였다. 지속가능한 주택개발과 관련된 연구로 1년간의 박사후기과정을 마치고 95년 귀국하였고, 96년부터 환경대학의 교수가 되어 대구의 도시열섬과 폭염을 식히는 방법에 대하여 조경을 매개로 연구하고 강의하였다. 그동안 환경계획이나 조경분야의 관련 교재나 연구서를 틈나는 대로 저술했다고 자부한다. 최근 건축학대학과 공과대학에서 대학원생을 지도하면서 문득 남들과 비슷한 조경관련 연구 논문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조경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대로 된 연구를 다시 시작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환경사회학이나 공간사회학 분야에서 도시공원과 광장, 옥상녹화에 관련된 연구가 제법 진행되고 있었으나 조경학분야에서는 체계적으로 제대로 정리가 된 조경과 사회학 관련 연구는 거의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2010년부터 조경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책을 차근차근 준비하였다. 그리고 수년간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그 동안 대학원 학생들 지도를 하면서 축적된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대구시 도시공원의 이용에 관한 데이터를 대구에서 가장 시민들이 선호하는 공원, 앞으로 개발되었으면 하는 공원 그리고 현재 도시공원에서 발생하는 범죄문제의 예방이라는 주제를 공원이용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그 책의 제목을 ‘공원 이용의 사회학’이라고 정했다. 몇몇 분들이 이 책의 제목에 대해 궁금해 했다. 나는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공원설계는 평면설계에 기준을 둔 전체적이며 관념적인 설계방법에 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도시공원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의 장소이며,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이용자들의 행동은 매우 사회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도시공원을 사회과학적 기반위에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도시공원이 탄생했던 근대시민사회의 형성은 마르크스가 그의 책 ‘자본주의적 생산에 선행하는 제 형태’에서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그는 경관의 구조를 선사, 아시아, 고전·고대, 봉건 그리고 근대의 5가지로 분류하였다. 마르크스는 경관형성의 전개는 주로 자연·농촌·도시의 제반관계의 변화에 따라 이해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5가지 경관구조는 역사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감성적 밀착(선사), 농촌과 도시의 일체성(아시아), 도시의 농촌화(고전·고대), 농촌과 도시의 대립(봉건), 그리고 농촌의 도시화(근대)등의 특징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이러한 특징을 가진 5가지 경관의 형성은 자연발생적 공동체, 농촌공동체, 도시공동체, 촌락공동체 그리고 근대시민사회의 순서로 전개된다. 마르크스의 이론에 따르면 근대시민사회의 출발은 공동체의 경관구조가 파괴되어 근대적 경관의 형성됨으로서 가능했다. 근대시민사회의 특징은 사적 독립적 활동이 강조됨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가 배타적인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를 만들어낸 객관적인 조건은 다름이 아니라 상품·화폐·자본이다. 근대의 특징인 농촌의 도시화는 공업과 상업이 농업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도시로 대표되는 공업과 상업이 농업을 삼켜버린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 선행하는 제 형태(우리나라 번역본)

한편 ‘상품의 생산과 교환이 발생한 이후 개인이란 사실 사적 인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개인은 공동체에서 탈취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서로 배타적으로 대립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인은 공동체의 근본적 존재를 그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적이고 배타적인 개인은 직접적이고, 직접적으로는 서로 대립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넓고 깊게 서로 의존하고 있다. 상품의 생산이란 사회적 분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는 히라다(平田)의 ‘시민사회와 사회주의’라는 책에서 그의 주장처럼 근대시민사회란 상품, 화폐 및 자본의 사적 소유체제가 완전히 인정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리고 우에쓰기(上衫)의 주장처럼 ‘근대시민사회의 소유형태는 개체적 소유를 말하며, 현실적으로는 사적소유의 형태를 가진다. 근대시민사회에서는 교환가치가 형성이 되어 공동성이 폐기되고 노동과 소유는 완전히 분리되었다. 상품생산의 형성과 함께 생산물의 교환에 종사하는 상인이 생겨났고, 독립한 수공업자와 상인이 근대적 도시를 형성했던 주요 집단이 되었고, 부르주아라고 불리는 계급이 탄생했다. 근대자본주의사회에서의 경관은 주택, 사무소, 상업시설, 등 사적개발의 집중과 학교, 병원, 공원 등 공적개발의 분산과 정체 그리고 사적·공적개발에서의 분열적 접근, 도시집중과 농촌의 퇴폐, 시민참가와 시민멸시 등과 같은 모순들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다. 근대적 경관 즉 농촌의 도시화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탄생한 것이 바로 도시공원이다. 


코펜하겐 프레데릭스베르그 공원(Frederiksberg Park)에서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도시의 공원은 도시의 축소판이고 도시의 자연을 느끼는 공간이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며 다양하고 역동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는 다분히 사회적이다. 아시다시피 조경은 도시공원과 같은 시기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경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조경을 바라보는 사회의 기대치도 높아졌지만 결국 도시공원은 조경의 일부이자 모든 것이기도 하다. 도시공원을 공부하는 것은 조경의 근본을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에 관한 연구는 다분히 ‘인간의 사회적 행위나 사회관계에 따른 상호작용, 집단 및 사회구조와 변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사회학의 연구주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래서 조경은 사회학이다. 이 책은 공원의 다양한 이용에 관한 사람들의 사회적 행위와 행동패턴을 조경학의 눈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도시공원이용에 관한 연구를 통해 얻어진 질적·양적 데이터를 사회적 관심과 이슈를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았다. 이 책의 제목을 <공원이용의 사회학>으로 한 이유다.” 

나는 지금도 조경학을 사회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문은 유행에 너무 민감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필자는 조경이라는 학문을 하면서 늘 디자이너 코코 샤넬(1883~1971)의 다음의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Fashion fades, style remains the same)” 그렇다 나는 나의 스타일이 명확한, 앎으로 끝나지 않고 삶과 연결된 조경학을 하고 싶다.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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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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