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관리에 관한 몇 가지 소고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08-05
관리에 관한 몇 가지 소고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1. 필자가 학부의 마지막 시절이던 1996년 즈음, 한 교수님께서 필자에게 권유하길 “대학원에 진학하거든 관리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게”였다. 그 교수님 말씀의 요지는 21세기에는 공원과 녹지를 만드는 수요보다는 관리를 위한 수요가 훨씬 많을 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관리 분야의 중요성은 그리 높진 않다고 느꼈다. 지속적인 신도시 조성과 택지개발사업을 포함하여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수요는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할 대상보다는 아직도 만들 공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최근의 실상은 다르다는 생각이다.  

#2. 3년 전 즈음 한국도로공사의 연구 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다. 과제명은 “고속도로 조경관리 선진화를 위한 관리기준 연구 용역”이었다. 이 연구의 배경에는 한국도로공사 조경팀 예산 중 상당 부문이 관리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었다. 신규 고속도로 조성 공사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어쨌거나 도로에서의 관리 비용을 효율화시키기 위한 좋은 시도라고 본다. 

#3. 최근 서울연구원과 필자의 회사에서는 “공원운영 관리 체계 개선 방안 기본계획” 연구를 착수하였다. 서울시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공원녹지를 대상으로 하여 보다 나은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이다. 연구의 배경 및 목적에는 노후화된 공원을 정비하기 위하여 공원 본래의 조성 취지에 맞게 정비방향 및 기준을 정하고, 공공기관에서 부담해야 하는 재정적 한계의 극복과 운영 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관리 체계 개선 방안에는 적절한 관리 방법과 적정 운영관리 비용 산정, 예산 절감 방안, 수익 시설 활용 방안, 인력 확보 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4.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는 “도시기반시설 내 조경수목 시설물 유지관리 현황 및 실태 조사” 연구를 착수하였다.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조성한 공원과 녹지에 대한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LH에서 조성한 공원녹지들은 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자체로 이관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공원녹지의 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와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 좀 더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지자체에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5. 4대강 수계관리위원회에서는 5년마다 수변구역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4대강변으로는 수질 관리를 목적으로 수변구역이 지정되어 있고, 이곳에서는 토지를 매수하여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사업은 시행한지 20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각 수계관리위원회의 공통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복원할 비용보다도 관리해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강 수계의 경우 2000년에 관리비가 2억 원이었으나, 2016년에는 99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물론 지금까지 매수한 토지를 복원하여 관리할 대상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도 있지만, 복원 지역 주변 토지 소유자들의 민원에 의한 것도 상당하다. 

생태복원 분야에서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태복원에서는 순응적 관리를 근간으로 하여 적절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생태복원 지역에서 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상 생태복원 지역도 매우 구체적 계획에 의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복원 사업이 종결된 직후부터 식생이 안정화되는 시기까지는 집중적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생태복원 지역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달해 나가기 마련이다.
공원이나 녹지, 생태복원 지역에서 사업 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제아무리 잘 설계된 경우라도 관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설계 의도를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계획이나 설계 단계에서 관리 비용이나 적용 가능한 관리 기술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관리 단계로 넘어가면 관리 비용의 산정을 위한 품셈이나 기준, 근거도 상당히 빈약한 실정이다. 실제 필자가 몇 개 지자체를 파악해 본 결과, 단위면적(㎡)당 관리비가 천차만별이었다. 경기도 관내의 지자체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작게 책정된 곳은 113원/㎡이었고, 높게 책정된 곳은 3,645원/㎡이었다.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현장에서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퇴직하신 노(老)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이 앞으로 더 현실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미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설령 앞으로도 공원·녹지의 조성이나 복원에 많은 일들이 있더라도, 우리 조경 분야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 관리와 관련된 몇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우선, 적정한 관리 비용을 계상하기 위한 기준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관리비 산정을 위한 체계화된 방법이나 기준은 부족한 듯하다. 그냥 과거 몇 년 동안의 관리 비용을 평균하여 단위면적당 관리 비용으로 도출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물론 제초작업, 병해충 방제작업 등 관리 행위별로 단가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근거는 다소 미약하였고, 단가는 너무 낮았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관리 단가를 충분히 고려하여 적정 관리 기준과 품셈을 만들고 이를 예산 확보에 반영했으면 좋겠다.

둘째, 공원녹지 공간이든 생태복원 공간이든 관리를 위한 체계화된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관련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단기성 연구 용역인 경우가 많다. 생태복원의 경우, 식생이 안정화되기까지 최소한 3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여 관리와 관련된 연구가 되고 있는 것은 없다.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해 보고, 무엇보다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효율적인 관리 기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 무엇보다도 관리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관리 시점에서 뿐만 아니라 공간의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더라도 과도한 관리비가 소요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관리 비용은 조성한 공원이나 녹지, 복원한 공간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한 계속 소요되기 마련이다. 조금 특수한 경우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청계천 복원 사업의 경우 공사비용이 3,900억 원이었다. 2005년 10월부터 유지관리를 시작하였는데, 연평균 유지관리비가 약 80억 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일반적으로 매년 물가상승률 비율 정도로 늘어난다). 이 중에서 청계천의 유지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비용만 18억 원으로 전체 관리비 중에서 22.5%를 차지하였다. 단순 계산만 해 보더라도 복원 사업 후 50년이 되는 2055년 이후부터는 누적 관리비가 복원 공사비용을 초과한다. 

어떠한 공간이든 지속적인 유지관리비의 소진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이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유지관리비가 들지 않는 공간이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기법을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공원녹지, 생태복원 공간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시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유지 및 관리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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