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서울시 녹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라면서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안영애 대표l기사입력2018-09-20
서울시 녹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라면서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확실한 미래를 위해 녹지 확충은 서울시의 중요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생태계를 괴롭혔던 황소개구리가 토종 생태계의 반격으로 개체수가 감소한다고 한다. 우리 호소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먹이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가 점차 먹이로 인식하면서부터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조절된다는 것이 이유다. 『식물은 위대하다』라는 책에 따르면 식물은 동물과 달리 이동성이 없기에 인간이 알 수 없는 자기들만의 사인을 보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유전체계를 전달한다. 동물도 식물도 나름 변화하는 생태계에 대응하면서 사는데 하물며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근시안적인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공존한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보다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폭염이 심했고 기상청에서도 이러한 이상 기온은 상당기간 지속,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거에도 이상기온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참기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당시 도시화가 이 정도로 진행되지는 않았고, 중국이 개발 전이라 인접국인 우리에게 영향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기온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가? 아니 아무것도 안할 것인가? 올해의 이상기온을 재난이라고 얘기하고 전기료를 깎아주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가? 이러한 기상이변은 우리가 환경을 훼손한 결과이므로 우리의 노력으로 부분적으로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녹지에는 공원과 녹지 외 생산녹지도 포함한다. 그동안 시에서 지속적으로 녹지를 확충하려는 노력은 하였지만 확보노력에 비해 더 많은 녹지가 사라졌다. 도심 이전부지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녹지가 아닌 용도로 변하는 사례가 많아 1974년 1인당 녹지면적을 정점으로 43년이 지난 지금 1인당 녹지면적이 감소했다. 도시의 변화는 물리적 근거가 아닌 산업구조 변화 외에도 많은 변수에 기인하지만, 녹지 확충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장래에도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공원녹지는 한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이자 사회적 약자에게는 가장 보편적 혜택이기도 하다. 올해와 같은 폭염은 경제적 약자로 하여금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만약 도심기온을 1℃만 낮출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좋을 것인가? 외부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저녁시간이라도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녹지가 필요하다. 물론 녹지는 양이 중요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양적 확대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녹지는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이든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데, 공간은 생산자체가 불가하므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 방법에는 신기술도 있지만 새로운 개념, 즉 발상의 전환을 해야할 것이다.

서울 곳곳을 다녀보면 보도 혹은 차도에 잡초가 무성히 난 광경을 볼 수 있다. 남북방향인지 동서방향인지에 따라, 또는 고층인지 저층인지, 혹은 건물입지에 따라 생육환경은 현저한 차이가 난다.

몇 년 전 보행이 거의 없는 보도가 어느 날 보니 차도로 변경된 것을 발견했다. 그 차도는 갓길로, 갓길 고유의 기능보다는 주행 중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자 하는 ‘끼어들기 위한 도로’로 변질되었다. 결국 그 차도는 ‘누구를 위한 길’도 아닌 ‘누구나 화나게 하는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만약 차도가 아닌 녹지로 조성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공간조차 녹지는 후순위로 밀려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공간적으로는 도로를 확충하였는지 몰라도 환경이나 사람사이에 신뢰를 해치는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여의도 어느 블록의 2차선도로는 남북방향으로 양측 플라타너스가 식재되어 있는데 보도나 차도에서 하늘을 보면 한여름에 하늘이 안 보일정도로 덮여있다. 한여름 그 가로를 지났을 때의 감동이란! 서울, 그것도 이런 도심에 이런 가로가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였다. 정말이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범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

녹지 확충이 어려운 서울에서 사람과 자연이 한 영역을 가지고 다투기보다는 사람의 영역, 자연의 영역을 감안한 공간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도로변 가로수도 가로가 동서인지 남북인지, 인접하여 건축물이 어떻게 입지하였는지에 따라 가로수의 생육정도는 차이가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도로변 가로수에 대해 좀 더 세밀히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큰 골격을 만드는 도로계획에서 단순히 대로, 중로라는 보도폭의 물리적 기준에 의한 정량적 접근이 아닌 정성적 접근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즉, 서울시의 공공인프라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토목에서는 동절기 토양결빙으로 포장이 훼손되는 것 때문에 중앙분리대 녹지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중앙분리대를 없애기보다는 훼손이 일어나지 않은 설계기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기존 방식으로 조성된, 그것도 도시의 팽창으로 급히 만든 도로에서의 중앙분리대녹지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는데 든든한 협력자가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넘쳐나는 교통문제이다. 하여 그 많던 중앙분리대 녹지는 사라지고 차도로 변하였다. 정책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를 만들고자 하면서 역설적으로 녹지를 없애고 차도로 만드는 것은 정책적으로 일치된 것인가?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 도로율은 2.1%로 동경의 1.7%보다 높은 편이다. 도로연장은 8,214㎞이다. 이 도로에서 녹지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10%만 적용하고 거기에 1m 녹지만 조성할지라도 0.8214㎦의 녹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면적은 서울 숲의 약 2개 면적에 이른다. 재정이 확보되어도 이만큼의 녹지면적을 확충하기는 불가능하기에 공공에서 확충을 하여야 하고, 평면적 또는 입체적으로 하는 등 새로운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어쩌면 토지를 수용하여 공원녹지를 만드는 것보다 공공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철도부지를 완전 녹화하여 도심의 바람길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추진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가 많다. 이러한 정책이 혹시 토목공사로 인식되는 것이라 주저한다면, 토목은 기원전에도 있었기에 이를 우려하는 것이 큰 틀에서 정책추진과 괴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는데 우리가 실행하는 설계는 형태적으로는 많이 수용하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다소 그러하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일선에서 일하는 설계자, 시공자의 경우는 어렵지만 자치단체에서는 연구와 실험, 도전을 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가로수 정책을 새로이 조성하기를 제안한다. 지금처럼 도로폭원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가로수가 가장 효율적으로 생장할 수 있는 여부를 판단하고 유형을 결정하는 것이 가로수생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도로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졌는지, 도로주변으로 도시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고려하고, 도로변 가로수의 경우도 단순히 도로폭원을 기준으로 가로수가 동서방향도로 양측에, 고층빌딩이 많은 지역은 가로변 녹지보다는 중앙분리대 녹지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체보다 부분을 시도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이 세상에 완벽함은 없다, 우리는 완벽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이런 제안이나 노력이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두려운 것은 실패 그 자체보다 실패를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 25개 자치구에서 일부 구간을 시험적으로 시도하였으면 한다. 좋은 변화를 야기할지, 혹은 반대일지는 모른다. 미래에 발생할 것을 알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진해야 하기에 앞으로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두려워말고 시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에도 기고하였듯이 서울시 곳곳에 현실을 감안한 소규모 주차장을 조성하고, 상부를 녹지나 시설이 적은 어린이놀이터로 조성하는 것, 그리고 녹지를 만들고 도로에 풍부한 가로수가 식재된다면 서울의 녹지량은 얼마나 풍부해질 것인가!
 
청계천복원을 하면 교통난으로 도시적 문제가 생겨 어려울 것으로 걱정하였지만 나름 적응하면서 지내지 않았는가? 중앙버스전용차선을 만들면 교통난은 심할 것이라 얘기하지만 나름 잘 적응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생태계를 얘기할 때 복원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인간 역시 큰 틀에서는 생태계이다. 사회생태계. 우리가 도로에 녹지를 확충하면 당장은 교통문제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만 우리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적응할 것이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확실한 미래이다.

현재 서울 4대문 내에서 추진 중인 도로를 축소하고 보도와 녹지를 확충하는 계획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아쉬운 것은 서울시의 추진이 다른 중앙정부의 지원은 고사하고 추진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좋은 정책이라면 중앙정부이든 자치단체이든 잘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실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책의 큰 틀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역할에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 정책 자체가 달라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정책 자체가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이라면 중앙정부 역시 이러한 정책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 우리를 보면 국토는 협소하고 인구는 많고 자원은 부족한 나라이기에 더욱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효율적인 정책추진에는 자치단체와 중앙정부, 시와 25개 자치구와의 협업, 그리고 부서간의 협업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가?

우선 잡초가 있는 보차도는 모두 식재공간으로 하는 것은 녹지 확충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잡초가 난 도로, 잡초가 났던 도로는 녹지로 환원하고 양호한 조건에서 수목이 성장하여 수관폭이 닿을 정도의 폭원을 기준으로 도로에 녹지대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올해처럼 더운 한여름 기온을 다만 1℃라도 낮출 것이고, 집중강우에도 우수의 유출속도를 조절하여 도심재해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존 설계기법이 아닌 변화하는 환경, 우리가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기법으로 추진하여야 성공할 것이다.

광고 카피 같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오늘을 일구었듯이 좋은 정책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해하고 우리 후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선도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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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a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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