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인간의 역사는 건설의 역사,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을 위해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안영애 대표l기사입력2018-11-13
인간의 역사는 건설의 역사,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을 위해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조경사에서 메소포타미아 시대 네부카드네자르가 조성한 바벨탑은 기원전 8세기, 그러니까 2800년 전에 건설하였다는 역사가 상상이 아닌 기록에 있다. 건설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고 건설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그러나 과연 인간만 그렇겠는가! 어떤 동물들도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주변 소재를 이용해 건설을 한다. 자연소재를 구하기 어려운 도심에서조차 철사를 이용해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도 건설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이 만든’ ‘자연의 순리’이다.

건설의 양과 질은 한 국가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경제적 효과가 즉각적이고 파급효과가 커서 때로 정치적, 정책적으로 부침이 있어 왔지만 2800년 전 역사가 말해주듯 꼭 필요한 산업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건설’이라는 얘기만 나와도 상당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사람이나 동물 모두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터를 만들어왔지만 지속적으로 가꾸기보다는 더 좋은 것을 만들고 기존 것을 버리는 것을 반복해 왔던 것 같다. 만들어지고 버리기를 반복한다 해도 그것이 자연이 감당할 정도라면 복원이 되지만 그 한계를 벗어났을 때는 환경파괴나 훼손과 같은 부정적 결과가 남는다. 근래에는 물리적, 사회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목도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가꾸기보다는 만드는 것에 익숙해 많은 양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도 했다. 부수고 새로 만들기에 어려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재생’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늘 보이는 것만을 성과로 평가하기 때문에 재생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주거환경의 기본적 권리로, 건설에서는 가치라는 개념을 반영하여야한다. 사회적 가치,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사실 가치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 계량화가 어렵지만, 가치가 없는 좋은 공간은 찾기 어렵다. 지방의 경우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었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도시, 그중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부족하다. 양적충족이 된다 하더라도 질적 문제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서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부족상태가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특히 새로이 주거공간이 필요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비교적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았기에 좋은 주거환경은 선택이 아닌 당연함으로 여길 수 있다. 설계입장에서 주택정책, 특히 세금, 은행이자율 등 거시경제는 우리 분야가 아니기에 의견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양질의 주택보급을 얘기한다면 조금은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도 정확히 맞지 않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건설을 통해 물리적인 것으로 남겨지겠지만 그 안에는 사회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사회학자의 의견이 중요하다.


콤팩트 시티

양적 공급을 위해 외연확대 정책결과 이동을 위한 교통, 이동에너지로 인한 환경오염, 확대된 도시 관리를 위한 공적비용증대 등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콤팩트한 도시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 지금처럼 확대, 공급정책을 추진하는 우리는 한번 쯤 일본의 사례를 생각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이 걸어온 길을 우리도 많이 따라가는데, 일본의 잘못된 정책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가용부지가 없어 어려움이 있지만 과도한 규제를 풀어(그린벨트를 풀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님) 민간에게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 왜냐하면 공공은 복잡한 절차와 이익수혜자는 아니면서 책임만 지는 시스템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개인은 책임도, 이익도, 소수가 신속하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지닌 공공주택이 바람직하나 신속한 실행이 어렵다. 실기는 실행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간’이 중요할 때는, 민간에게 ‘가치’가 중요한 때는 공공에서 역할을 분담하면 좋지 않을까?


왜 경제가 어려운가?

주택공급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에서 문정지구나 마곡지구처럼 잠재력 있는 땅을 일시에 시행한 것이 아쉽다. 그나마 마곡지구는 서울식물원이라는 양호한 공공시설을 남겼고 문정지구 역시 일부 공공시설을 만들었다. 그러나 건설사의 업무시설공급을 통한 막대한 이익, 분양을 위한 엄청난 홍보와 편리한 공공인프라로 주변의 업무지역이 자연스럽게 이동한 결과, 기존 도심업무지역은 많은 공실로 쇠퇴, 낙후되어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하는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본권인 주거공간을 위해 이 땅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았다면 요즘처럼 주거문제로 어려울 때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을 것을. 건설사의 이익과 기존 도심의 낙후가 그 결과인 것 같아 착찹하다. 왜 도시전체는 완전히 개발되어야 하는가? 일부는 개발하지 않고 도시의 유휴지로 두면 능력없는 것인가? 학교에서 모든 도시나 단지계획 시 반드시 유휴지를 두어 미래에 대비한다고 배웠건만 도시의 유휴지는 빨리 채워야 한다는 조급증이 문제가 아닌가? 그 결과 그린벨트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근시안적 정책을 골육지책으로 내놓고, 기존 도심의 공실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침체, 부족한 주거로 인한 부동산폭등과 같은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일 죽을 것이 아니라서.


민원을 두려워 하기보다 설득하여 미래를 대비

국토부에서 그린벨트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에 서울시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뚝심 있는 대응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서울은 미세먼지 등 가뜩이나 열악한 도시환경을 그나마 지탱하는 그린벨트보존정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현재는 물론 미래도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이다. 국토부의 그린벨트해제는 장기적인 비전이라기보다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라고 확신한다. 당장의 민원 때문에 소중한 우리의 환경자원이자 미래자원인 그린벨트 해제는 최선이 아닌 최악의 정책이다. 무분별한 도시확장, 전쟁으로부터 도시를 보존하고자 하는 의도로 만든 우리 그린벨트를 더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훼손하겠다는 국토부의 입장을 일부 이해는 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녹지확충을 노력하였지만 1974년 1인당 녹지면적을 정점으로 1인당 면적이 축소되고 있는데 주요한 것은 그린벨트, 자연녹지가 감소로 추정한다. 사라진 만큼 우리 환경이 좋아졌다면 다행인데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푸른도시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녹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에서는 녹지를 지속적으로 훼손하여 확충보다 훼손속도가 더 빠르기에 1인당 면적은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망치가 아닌 송곳이 필요

모든 정책은 어렵지만 안 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추진해보는 것은 어떤가? 한 평의 땅에도 수많은 규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어떤 정책추진을 위해서 ‘규제완화구역’으로 지정하여 추진하기도 한다. 코엑스에 옥외광고물자유표시구역, 세종시나 부산의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도시와 같이 온갖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는 것을 기존 도심에 부분적으로 제안한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였다.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망치가 아닌 뾰족한 송곳이 필요하다고. 규제는 마치 얼음 같아서 지금 이 시점에 우리에게는 송곳이 필요하다. 안 되는 것은 단 한마디로 가능하지만 되는 이유는 실행을 위한 수많은 생각과 노력 그리고 도전이 필요한데 많은 규제로 시도조차 못한다면 되는가? 기존 방식이 아닌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구역을 만들어 현재의 주거 정책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건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해당사자가 많아 사업추진이 어렵기에 소규모로 추진하되 비교적 낙후된 강북에 우선 추진하여 균형있는 도시발전을 하면 어떨까 한다. 전체적인 큰 틀은 시에서 만들고 실행은 소규모로 하는 것이 공공에서 속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은 빠른 속도로, 공공은 보다 공공성 있는 주거환경으로 경쟁하노라면 언젠가는 환경가치가 좋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고 이로 우리 주거환경을 좀 더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에서 공공성이 있는 주거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면 민간의 조악한 주거는 시장에서 외면 받을 것이고 민간 시장에 맞는 양호한 주거환경을 만들면 우리 환경은 한 단계 개선될 것이다.

그린벨트가 아니라도 서울에는 많은 유휴부지가 있다. 철도차량기지 상부에 주거공간을 조성은 기존 차량기지 경관보다는 경관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현재 시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기존 방식도 기존 개념도 아닌 새로운 방식,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실행을 제안한다. 차량기지는 면적이 커서 주변과 완전 단절되어 지역발전에 저해요소가 되어 왔는데 이곳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주변과 같이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변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혜택이 주어진다면 지난 번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정책의 좌절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신정차량기지의 주택건설계획을 반면교시로 삼아 양적 목표달성이 아닌 주변 지역을 충분히 고려한 계획이 필요하다. 용답동 철도차량기지의 경우, 그동안 단지개발 시 막대한 토지매입비로 인한 경제성충족을 위해 초고층, 고밀도로 단지를 공급하였지만 토지보상비가 건설비보다 저렴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완충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주변의 저층 주거지를 고려하여 초고층이 아닌 저층과 중층으로 해 주변을 경관적으로 위압하지 않고 조화되는 도시 스카이라인을 만들 수 있다. 휴먼스케일로 인간을 배려한 아름다운 단지, 낙후된 강북지역개발, 건설공사를 통한 경기활성화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가치있는 건설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환경과 타이밍

변화는 불편한 현실이다. 변화는 변한 것이 적응하여야하기에 내 스스로도 변해야한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실기는 실패보다 더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는 미래의 결과이지만 실기는 현재의 결과이다. 규제를 없애 실행을 독려하고, 큰 틀을 만들며, 현장에 귀 기울이고 환경을 중히 생각해 어느 누구도 일방적 손해가 아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를 바란다. 이상적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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