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프라와 자연의 융합 ‘인프라파키즘’ 지향해야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제5차 학술발표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12-12


“이제는 도시 인프라 자체를 자연과 융합시키는 ‘인프라 파키즘(Infra-Parkism)’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회장 조세환)는 ‘디지털 도시 시대 도심 인프라 공간의 재자연화 패러다임의 출현과 양상’을 주제로 제5차 학술발표회를 지난 7일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조세환 회장(한양대 도시대학원 명예교수)는 도시를 재자연화 하는 ‘인프라 파키즘(infra parkis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인간의 유전자는 1.6%의 문화유전형질과 98.4% 생물유전형질로 구분되고 있으며, 문화유전형질이 도시를 발전시켰다면 자연을 요구하는 생물유전형질은 기계도시에서 유기체도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시에는 공원이 탄생했다. 그 역사적 사실에 한 획을 그은 것이 ‘센트럴파크’이다.


조 교수는 도시의 빈 땅에 자연(공원)을 점처럼 도입해왔던 패러다임 ‘옴스테디즘’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으나 점적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도시의 진통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변화할 도시는 기존 도시와 전혀 다른 구조다. 모든 공간이 연결되고 매개되는 유기체적 도시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도시는 더이상 네트워크, 융합이 아니라 초연결성이 된다. 조 교수는 이러한 도시를 인간 본성 기반의 도시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바이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생명경관도시’로의 진화이다.


조 교수는 “최근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부 공원화하려는 노력들은 인프라를 없애고 걷어내고 재자연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제 도시에 공원을 넣던 옴스테디즘은 한계가 왔다”며 “모든 인프라를 자연화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인프라-파크’의 개념으로 접근해 유기체 도시를 만들자”고 피력했다.


아울러 영동대로 등 도로를 재자연화하는 ‘인프라 파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도시공간을 재자연화할 것을 제안하고,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도시계획 체계에서 제도화를 통해 그린SOC산업의 핵심 분야로 이끌자고 강조했다.



조세환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회장


김창환 서울특별시 동남권조성과 과장



김창환 서울특별시 동남권조성과 과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시 도심 인프라 재자연화 사례를 소개했다.


영동권역 일대는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한강, 탄천, 봉은사 등의 자연·역사문화자원을 지닌 곳이다. 이곳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해 ▲한강/탄천 중심의 지역적 연계 및 공간적 통합 ▲교통인프라 확충 ▲국제업무/MICE인프라 강화 등을 꾀하고 있다.


재자연화 측면에서 영동대로를 지하화해 지상부를 녹색광장으로 조성하고, 한강 탄천 합수부는 생태복원, 삼성교~봉은교 구간은 생태적 친수공간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올림픽대로, 탄천동/서 도로는 수변을 연계하는 녹색공간으로 조성하고, 주경기장 일대는 공원화할 계획이다.


특히 지하화하는 영동대로 지상부는 보행이 우선하는 강남도심의 중심광장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는 설계공모 당시 녹지로 위요된 광장이었으나 유지관리와 다양한 이용상황을 고려해 개방공간으로 변경했다.


사업은 내년 초 기본설계에 들어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PM)는 “영동대로는 재자연화보다는 복합환승센터가 목적이었고 그 과정에 광장을 조성하게 됐다. 초기안은 공원개념이었으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영동대로에 필요한 부분은 공원이 아니라 광장이라는 논의 속에서 광장으로 바뀌었다”며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토론은 영동대로 지상부 광장계획에 의문점을 던지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김진오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영동대로 지상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정전문가들의 위주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광장이냐 공원이냐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 공간을 사람들에게 어떤 체험을 하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 전문가들이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은 “기본적으로 영동대로 복합개발에서 추구하고자하는 광장개념의 오픈스페이스가 이 시대에 합당한가 생각해봐야 한다. 광장은 성숙되지 않은 민주주의시대의사회적 유산으로서 존재했던 것인데 촛불혁명으로 광장이 재소환 됐다. 도시에 대규모 광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숙된 민주 시민사회라면 보다 시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모습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재자연화에 있어 기후변화시대에 맞는 회복탄력성을 가질 것과 도심내 생물종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최종필 (사)한국조경협회 회장은 “광장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세계적 문화적 흐름을 읽어 최소한 20-30년까지는 쓸모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은 “도심의 재자연화는 하이라인과 서울로7017을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종 다양성이 보장된 하이라인과 많은 품종을 심었으나 생태성이 담보되지 않아 종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서울로7017이다. 이는 지속가능하지가 않다”며 생태성이 담보되고 종간의 어울림이 있는 지속가능한 재자연화를 도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삼희 조선일보 환경전문기자는 “결국 강남에도 광화문광장 같은 걸 하나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광화문광장은 쉽게 갈 수 있는 가게나 카페는 없고, 노출되어있어서 직사광선을 받아야한다. 일반적인 시민의 수준에서 바라는 것은 나무가 있고 벤치도 있고 버스킹도 보고는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와서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일 텐데, 광장계획은 사람냄새가 덜 나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거대한 광장보다는 포켓파크 수십 개 만드는 게 활용도와 가성비가 높다”고 덧붙였다.


배성일 (주)유신 부사장은 인프라파크 개념이 시의적절하다. 제도화로 이어져 그린SOC 산업이 도시의 중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맹훈 서울특별시 도시재생본부장, 김홍배 한양대 도시대학원 원장


한편 행사 전 조세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학회는 자연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도시에 도입해왔는가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 세계를 향해 학회가 무엇을 하고 있고 한국의 전문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리려한다. 오프라인상의 학술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며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세계에 공유할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맹훈 서울특별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도시공간의 재자연화는 공원용지 확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사업과 연계해 재원조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공간의 입체적 활용 등 국토도시개발법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대학원 원장은 “도시에 새롭게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융복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세계 주요 도시들은 지구기후변화에 맞춰 재자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과 우리나라를 수준높고 세련된 생명경관도시로 발전시키는 단초를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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