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도시 – 푸코의 감시와 처벌 1

진양교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라펜트l진양교 대표l기사입력2019-05-07
스마트도시 – 푸코의 감시와 처벌 1




_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경설계전공 교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안전과 편함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기꺼이 우리의 자유와 자율을 포기할 수 있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 말이다. 안전하게 거리를 걷고, 편하게 자동차를 타고, 언제든지 친구들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저녁에는 가족들과 티비를 보고, 걱정없이 잠자리에 들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내 일상의 생활에서 기본적인 행복의 조건들이 갖춰지고, 그 조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는 때에 따라서 방해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 일말이다.

휴대폰의 위치추적은 아직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설왕설래이지만 요즈음의 우리 사회에서 자기 아이의 위치를 아이의 휴대폰을 통해 확인하는 일은 아이들의 안전에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에게는 필수적인 일이 됐다. 실종자들을 찾고 사고위치를 확인하여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 일조하거나 통화기록 등을 통해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휴대폰을 통해 가능한 일이 됐다. 휴대폰의 도감청기능과 요즈음 한참 시끄럽듯이 카카오톡과 같은 소설 네트워크의 서버에서 찾아내는 내용들은 범죄를 재구성하고 범죄의 과정과 내용을 적시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다. 웬만한 거리나 공공공간에서의 쉽게 볼 수 있는 CCTV도 거리의 안전을 지켜내고 불법의 범법자들의 범죄기회를 줄이고 범죄의도를 억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도시에서 많은 범죄의 현장을 CCTV가 찾아내고 범죄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CCTV는 최근에도 종종 아이의 안전에 대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유효한 장치가 되고 있다.

미셀 푸코Michel Foucault는 자신의 책,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에 등장한 ‘감금’과 실제적 감금의 공간인 ‘감옥’이 과거 처형이나 즉각적인 일대일 처벌 (예를 들면, 태형이나 절단 등과 같은)의 비인간적인 모습―실제 근대 이전의 유럽은 가두기보다 벌을 주거나 처형하는 방식을 따랐다―로부터 벗어나려는 이성적인 인본주의적 모습을 갖추고는 있지만, 사실상 감금을 통해 감금되는 사람들의 복종과 복속을 이성적으로 강제하는 거라 보았다. 그리고 신랄하며 재미있는 관점인데, 푸코는 ‘감금’이란 우선 철저한 감시를 전제로 하므로, 보이는 사람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복속되며 계몽된다고 보았다. 감금되는 동안 감금된 사람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 사회의 지배계급이 고용한 교도관에 복종하고 차후 감옥을 나가 사회의 질서를 지킬 계도를 받게 된다. 이러한 감금의 기능과 의미는 감옥에 국한되지 않고 학교에서 병원에서 회사에서 공장에서 ‘봄’과 ‘보임’으로, ‘능동’과 ‘수동’의 형태로 재생산되고 학습되며 반복된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푸코의 감시와 감금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현대도시의 절대적 관찰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년전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Enemy of the State]는 빅브라더를 꿈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가 추진하는 ‘모든 사람의 활동에 대한 포괄적 관찰’의 비판적 폐해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실현되지 않지만 몇 년 전 미국의 첩보위성을 이용한 에셜론 Echelon의 국제적인 도감청통신망의 존재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에셜론은 정말 무차별로 모든 나라의 모든 통신을 다 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걸 보면 푸코의 감금과 감시에 대한 이론은 현대에 와서 보다 정교하게,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을 위반하고 감금되어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현대사회에서 감금되어 있는 사람은 없다.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정말 사실일까. 관찰이 일방적일 때 관찰은 감시가 되고, 감시되는 이는 감시하는 이에게 감금된다. 나만 볼 수 있는 한, 들을 수 있는 한, 관찰되는 그 사람은 내 손안에 있다. 현대에 와서 인간의 편리와 안전을 목표로 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장치 그리고 과학과 기술을 동원한 최첨단의 장치는 감옥이라는 공간적 장치를 취하지 않고도, 엄격한 처벌이라는 위협적 수단 없이도, 근대의 감옥제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상대를 관찰하고 감시하며 결과적으로 감금한다. 걱정은 그 ‘관찰’이란 게―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적격자를 걸러 내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거지만―스마트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_ 진양교 대표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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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y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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