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조경이 만드는 문화, 문화를 품은 조경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조동길 대표이사-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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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9-05-23
조경이 만드는 문화, 문화를 품은 조경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문화라는 단어를 생각해 봤다. 원래 필자는 노래와 같은 대중문화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어쨌거나 다시 문화라는 단어부터 찾아보았다.
문화(文化, culture)라는 말은 상당히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화를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영어의 culture는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 “colore”에서 유래했다.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관점에서 보든 문화라는 말은 우리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매우 넓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순수한 자연이 있을 때 인공적·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으면 그냥 “자연(自然)”이라고 보는 것이고, 이 순수한 자연에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든 변형을 가하면 그 것은 “문화”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맥락이라면 “조경은 문화다”라는 공식이 성립할 법도 하다. 조경은 종합예술과학이니 문화에 속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문제는 이 문화의 한 요소 중에 조경은 어느 정도 인식되고 있느냐 일 것이다. 

필자가 생태복원이나 국가생태탐방로 등 공무원 직무 교육을 할 때에 항상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이다. 일 년에 천만 명 가까이 다녀가는 명소다. 잘 알다시피 순천만 습지는 람사르 사이트이면서 습지보호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순천만 국가정원을 조성하였다.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개념을 활용하여 핵심지역인 순천만 습지를 보전하고, 그 주변에 완충지역으로서 순천만 국가정원을 둔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로 전이 및 협력지역인 도시화된 지역들이 존재한다.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는 관광객은 상당한 상승세를 보여준다. 2009년 순천만 국가정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1년에 260여 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순천시 예산 규모가 약 7천억 원이었는데, 순천만 습지에 의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천억 원으로 파악되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있었고, 이후 이 공간을 활용하여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탈바꿈하였다. 2015년에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의 입장객은 500만 명에 달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906만 명이었으며, 지난 해 다소 주춤하였지만, 799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참고로 지난 해에는 전국 지자체들이 상당 부분 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학교에서 2018년에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4,100여 억 원으로 나타난 바 있다. 초기 기반 시설 투입비가 25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자연을 활용한 관광은 상당 부분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경비는 입장료 등 수익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순천만 국가정원 조성 후 4년 만에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유지 및 관리, 운영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경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론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순천만과 국가정원, 그리고 주변의 관광지를 찾아오지만 실질적인 이득 측면에서는 맘이 편하지만은 않다. 필자가 아는 바로 순천시의 속사정은 찾아오는 관광객 대비 실질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돈이 되는 것이 부족한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순천만과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대부분 관광을 마치고 나면 순천이 아닌 여수에서 저녁을 먹거나 유흥을 즐기며 잠을 잔다. 원래 관광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볼거리 이외에도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야 한다. 당연히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에 머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순천시의 경우 먹을거리는 분명 여수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순천만 국가정원은 낮에 둘러보기만 하는 곳이고, 저녁에는 여수로 가는 현상은 왜 생길까. 
필자는 당연 “여수 밤바다”라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2012년 발매)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열심히 볼거리 관광을 하고 나선, 여수 밤바다를 떠 올리면서 혹은 여수 밤바다의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여수로 향하는 것이다. 그 많은 관광객들 중에서 상당 인원이 여수로 향하는 것이다. 여수에는 낭만포차거리까지 생기면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먹고 마시고 자는 것들이 여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자 여수 낭만포차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 소음 때문에 민원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명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고 하는 과잉 관광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 해 여수시 관광객 수는 1,508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통계의 정확성은 뒤로하고서라도 해마다 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여수를 다녀간다. 
참고로 단일 관광지로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기준 국내 관광지 중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에버랜드(696.5만 명)였고,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은 4위로 543.2만 명이었다. 2위는 경복궁, 3위가 고양 킨텍스였다. 10위권 이내에 여수 관광지는 한 곳도 없었다. 

요즘 여러 지자체에서는 관광객을 끌어 들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지역 방송 아나운서가 썬글라스를 쓰고 나오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뉴스나 드라마, 예능 프로에 해당 지자체가 노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시기이다. 그런데 여수에서는 홍보를 하지 않아도(실제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지만),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대중문화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문화를 품은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 항상 우리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 더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조경이 뭐하는 직업이냐고 물어볼 때 일반인들이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조경하면 누구나 서슴없이 떠오를 수 있는 무엇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대중문화와 연계되어도 좋고, 훌륭한 공간이 탄생하여도 좋고, 멋진 스토리가 만들어져도 좋을 것이다. 조경하면 이곳을 꼭 가봐야 한다는 식으로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것이 바로 “조경이 만드는 문화, 문화를 품은 조경”이라고 본다. 이 모든 것들이 조경의 대국민 인식 증진과 연계된다. 모든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조경이지만,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더욱 더 친근하고 익숙해지기를 바래본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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