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식물원·수목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천리포수목원, ‘미국 식물원·수목원의 행보’ 세미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06-05



천리포수목원(원장 김용식)은 ‘미국 식물원·수목원의 행보(Inherited reminiscence of the botanic gardens and arboreta in USA)’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지난 24일(금)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 명의 前·現 미국 식물원·수목원 원장을 통해 미국 식물원·수목원의 현황과 전 세계 식물원·수목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널드 라코우 박사(前 미국 코넬식물원장)은 식물원·수목원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그 기관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규정하는 사명서”라고 말했다. 


식물원·수목원은 사명서를 통해 어떤 활동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해 작성하고, 이와 함께 무엇을 지향하고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지역사회와 직원, 일반인들이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장부터 원예담당 관리자, 가드너, 교육책임자, 비즈니스 매니저, 직원은 마케팅 소통관리, 자연구역관리, 방문자 서비스 관리, 시설관리, 건설직원, 식물기록전문가, 정부관련 전문가 등 수목원의 다양한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도널드 박사는 “이 모든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식물원·수목원은 없기에 수목원의 사명을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별하고, 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에 초점을 두고 비전을 가지고 경청을 잘 하는 지도자와 현재에 초점을 두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과 자원, 인력을 배분에 능하며 소통을 잘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식물원·수목원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식물원·수목원은 변화하고 있다. 연구, 교육, 보존을 위한 수집식물 유지는 물론이고 생물다양성 보존, 기후변화 경감, 웰빙 향상 등 필수적 문제들도 요구된다. 따라서 단지 생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용기와 지속가능을 위한 과감함, 매출증진을 위한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널드 라코우 박사(前 미국 코넬식물원장)



폴 마이어 박사(前 미국 모리스수목원장)


폴 마이어 박사(前 미국 모리스수목원장)는 식물원·수목원이 겪는 예산부족에 대해 모리스수목원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모리스수목원은 천리포수목원처럼 개인이 작게 시작해 공공수목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모리스수목원은 수목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반적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걸어서 들어와야만 했던 수목원에 차로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주차장을 만드는 대신 투수포장을 통해 빗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한다거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방문자센터로 만드는 일, 수목원 어디든 연결될 수 있도록 오솔길을 만들고, 장애인이 편안하도록 유니버셜 디자인을 하는 등의 사업계획을 세웠다.


폴 박사는 “이 모든 일들은 예산을 수반하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리스수목원은 장난감 기차를 오브제로 정원을 꾸려 수목원을 찾는 어린이와 가족들의 관심을 촉구했고, 이는 곧 전 지역으로 확산돼 수목원의 사업들을 실시하기 위한 펀딩으로 이어졌다.


이 도전 이후 수목원은 지역사회에 수목원의 사계절 다른 모습을 제공하며 더 나은 경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수목의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캐노피워크’를 설치해 국제적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폴 박사는 “사업뿐만 아니라 전기세, 수도세 등 식물원·수목원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지불하기 위해 이사회멤버들을 설득하는 일도 필요하다. 식물원·수목원 자체적으로는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과 이웃과 손잡고 유지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퍼 위치맨 박사(現 하와이 국립열대식물원장)




치퍼 위치맨 박사(現 하와이 국립열대식물원장)는 “전시하고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역할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치퍼 박사는 인턴으로 시작해서 원장까지 올라간 사례로, 원장이 됐을 때 식물원이 가져야할 미션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새로운 사명서를 만들었다. 새로운 사명서에는 ‘발견, 보존, 연구, 교육’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중요한 역할에서 더 나아가 생태계에 대한 보존 개념과 열대지역의 문화적 지식의 영속시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포함되어 있다.


치퍼 박사 역시 훌륭한 사명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나 더 이상 안전한 범주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와이 국립열대식물원의 경우, 가지고 있는 자원을 통해 누구도 연구하지 않았던 태평양섬에 대해 50년간 연구했으며 120종 이상의 신종을 발견, 이름을 부여하고 식재, 관리하고 있다. 20년간 22개의 간행물을 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학적 첨단연구로서 특정한 식물이 갖고 있는 염색체의 게놈을 발견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연구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축·공유하고 있다.


치퍼 박사는 “생물다양성에서 종을 잃어버리는 것은 셔츠에서 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범지구적 문제 앞에서 담대할 필요가 있다”며 식물보존에 있어 범지구적인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와이는 타 지역과 떨어져있기에 특이한 자생종이 많으며 멸종위기에 놓인 종들도 많다.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해 여러 기관이 파트너십으로 일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국립식물원이 국제적 식물보존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을 때 기뻤다. 천리포수목원의 김용식 원장은 연구자이면서 세계의 식물원과 특별한 관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미나 전 도널드 박사의 『Public Garden Management』 한국어 번역본 출판 기념식이 거행됐다.


도널스 박사는 “그동안의 지식들을 지역사회, 나아가 세계와 함께 나눌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식물원·수목원 운영과 식물에 대한 지식을 통해 식물원·수목원에 대해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은 “ 식물원·수목원 직원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도서”라며 “코넬대 원예학과 교수이자 코넬식물원 원장을 역임한 도널드 교수의 책을 통해 우리나라 식물원·수목원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도널드 라코우 박사의 『Public Garden Management』 한국어 번역본 출판 기념식







행사 후 가든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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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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