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시 풍경 속 공공디자인을 찾다

글_윤윤정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초빙부연구위원/노원 구정연구단 연구원
라펜트l윤윤정 초빙부연구위원l기사입력2019-11-22
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시 풍경 속 공공디자인을 찾다



_윤윤정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
노원 구정연구단 연구원


2019년 10월 5일, 네덜란드 로테르담市에서 10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하여,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외 학회 일정이 잡히면 보통 여유 있게 일주일 정도 체류기간을 두고 다녀오는 편이다. 도시계획을 전공하기도 하였거니와 일반 그룹여행으로 가다보면 놓칠 수 있는 도시의 여러 면모들을 조금이나마 개인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로테르담은 최근 도시재생과 관련하여 신흥 건축물과 보행 육교와 같은 대형 공공시설물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과 관련하여 국내에 많이 소개되어왔다.

본지에서는 로테르담市의 공공디자인이라는 보다 디테일하고 생활중심 차원에서 접근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인 시설을 비롯한 가로 경관을 형성하는 여러 공공 시설물들의 배치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내용을 담아보았다. 본 지에 게재되는 로테르담 시설물 및 도시경관 평가에 관한 내용은 본 기사 저자의 단편적인 현장 방문에 따른 견해임을 먼저 밝혀둔다.


1. 로테르담시 소개

1940년 5월4일, 독일군의 폭격에 의하여 로테르담시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상자와 함께 자신들의 삶터를 한순간에 잃게 되었다. 시청과 우체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건물이 붕괴되고, 소실되었다(그림 2 참조). 한편, 건축가 W.G.Witteveen은 큰 재앙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재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전쟁 전 로테르담시 전쟁 전 역사 복원 성격이 강하였다. 이는 실제 실행면에서―그 당시의 혹은 전쟁 이전 상태의 건축 재료의 구하기의 어려움 등―한계가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 도시 설계가인 Cornelis van Traa가 기본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고, 이 계획이 오늘날 로테르담 도시 계획의 기본 골격을 이루게 되었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교통 효율성을 높이는 격자형 가로망을 구획한 것이고, 상업 건물과 공공건물, 상점(shop)이 도심부의 중심을 이루는 구조로 만들게 하였다. 이후 도심 공동화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주거용도 투입을 통한 활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도 하였다.


[그림1] 유로 마스트(Euro Mast)에서 본 로테르담시 경관_에라스무스 브릿지가 보인다


[그림2] 로테르담시 연도별 도시 전경 


[그림3] 유로 마스트(Euro Mast)에서 본 로테르담시 경관_하천과 트램, 자전거도로가 보인다


2. 로테르담 공공디자인 시설물

1) 기능성과 가독성의 극대화

로테르담은 전후 재건된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 표현으로 신도시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도시의 분위기가 옛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던하면서 현대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흔히 공공디자인으로 표현되는 시설물과 건축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디자인이 가미되었지만 기존 시설물 본연의 기능이 필수적으로 유지되어 그 기능이 잘 발현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국내의 경우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이라는 시각적 미화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으나,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이용자를 비롯한 전문가들마저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로테르담 공공시설물의 경우 전반적으로 디자인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1) 로테르담 관광안내센터 & 큐브 하우스

흔히 관광안내센터는 해당 지역에 대한 안내 브로슈어 정도만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도시의 경우라 하더라도 안내 센터는―비록 기념품 판매점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단순히 안내 그 이상의 그리고 디자인적인 차원에서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하여 로테르담 관광안내센터는 양질의 도시 정보 그리고 유니버설 디자인이 함께 녹아있는 시설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4]과 같이 바닥에 설치된 안내시설이 실제 그 시설을 상당히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는 안내 시설의 기능을 제대로 하면서 디자인적인 부분이 가미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상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안내 표시 또한 매우 적절하다고 보인다.

지하 1층에는 로테터르담시의 역사와 주요 시설물 정보를 모델링으로 만들어 이를 소개하고 있었다(그림 참조). 내가 센터를 방문할 당시에는 대학교에서 온 교수와 학생들이 마침 방문하고 둘러보고 있었다. 교수는 로테르담 과거와 현재에 대한 동영상을 함께 보며 도시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였다. 이처럼 대학생들에게도 유용하고 볼거리를 담은 관광안내센터는 내용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디자인 차원의 질과 양을 매우 충분히 이용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육각면체의 지붕모양을 지닌 큐브 하우스는 로테르담시의 건축 아이콘의 하나이다. 마켓홀 뒤편, 펜슬 하우스 옆에 위치하고 있다. 큐브 하우스는 그 모양 자체만으로도 건축학도뿐만 아니라 방문자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본 저자는 큐브 하우스의 신선한 공간 설계도 눈에 들어왔지만, 큐브하우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안내판 [그림 7]은 큐브하우스 디자인 전반의 일관성을 지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보통은 시설 안내판은 기성 디자인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이 건축물 자체의 독창성과 유니크함을 배가하게 된다.


[그림4] 로테르담시 관광안내센터 


[그림5] 관광안내센터 바닥 안내시설(좌), 관광안내센터 내 지하 1층 안내 띠


[그림6] 관광안내소 지하 1층 로테르담시 소개관 


[그림7] 큐브하우스와 시설내부 안내판_육각형 혹은 솟아오른 큐브 형태 이미지의 안내판 디자인 

(2) 분리수거 휴지통

로테르담시를 거닐면서 자주 눈에 들어왔던 공공시설물 중의 하나가 분리수거 휴지통이다. 병과 종이, 일반쓰레기가 지니는 기본적인 모양 즉, 병은 원통형, 종이는 얇고 편평한, 일반쓰레기는 불규칙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 로테르담시에 비치된 분리수거 휴지통은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여, 쓰레기를 버리는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모양과 재질에 따라 ‘분리하여 버리고 싶게’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테르담 시민들도 분리수거를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휴지통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도록 디자이너가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그림8 참조).


[그림8] 로테르담시 분리수거 휴지통_쓰레기 모양 특성별로 투입하는 구멍의 크기와 모양을 달리 하였다


2) 도시 경관과 시설물 색채의 조화

네덜란드 기후는 영국과 유사한 기후대에 속한 관계로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리면서, 바람도 강한 편이다. 그래서 본 저자가 방문할 때에도 대부분 비와 바람이 동반하는 날씨였다. 햇빛이 비치는 날씨는 체류하는 일주일 중 하루 낮일 정도로 맑은 날씨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도시가 항상 젖어있는 글루미한 느낌이 드는, 색채로 표현하자면 회색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건축물 입면부에 노란색과 같은 강한 채도를 사용한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울한 기분을 위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1) 로테르담 경찰서 건물과 경찰차

앞서 언급하였듯이 건축물의 고채도 계열의 과감한 사용은 건축 설계자라면 기본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물리적인 아이코닉함을 드러내기 위함도 있겠지만, 본 저자의 관점에서는 외생적 환경 특성과 맞물린 불특정 다수를 위한 건축가의 공공선(公共善) 차원의 선택이라고 보고 싶다. 일례로 로테르담시에 있는 경찰서는 옥색(blue-green) 계열의 건물 입면 색을 지니고 있다. 옥색 계열은 건축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컬러는 아니지만, 사용할 경우 건축물을 매우 눈에 띄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공공건축물 외장 컬러에 활용한 것은 아마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눈에 쉽게 띄게 하여, 이용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로테르담 경찰을 상징하는 배너를 인쇄해 넣은 경찰차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형광 계열의 채도가 가미된 배너는 시각적으로 주목할 수 있어 가독성이 높이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림9] 로테르담 경찰서 


[그림10] 경찰서 주변에 주차된 경찰차 

3) 도시 갤러리 작품으로서의 환경 조각과 벽화, 공사장 가설 울타리

건물 앞에 설치되는 환경 조각은 일종의 공공미술로써 국내 도시 전반에도 많이 설치되어 있는 편이다. 최근에는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 회화를 그려 넣어 삭막한 공사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에도 마찬가지로 도시 곳곳에 환경 조각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작품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으면서도 주변 도시환경과 어우러지기도 하고, 혹은 그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로테르담시에 설치된 공사장 가설가림막은 국내의 그것보다 울타리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가설울타리 입면이 캔버스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꽉 채움으로써 회화의 느낌이 들게끔 하였다.

벽화의 경우 벽화가 그려진 건물과 배치되기 보다는 건물 입면부와 조화되어 하나의 건축 요소가 되어, 건물과 일체화 되는 느낌이 더욱 컸다. 무엇보다 벽화라고 하면 일종의 그래피티 특유의 슬럼가의 폭력성이 묻어나거나 자극적이기 보다는 매우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공간을 매우 매력적이며 친근하게 느끼게끔 하고 있었다. 


[그림11] 로테르담시 공공미술인 환경 조각






[그림12] 공사장 가설 울타리








[그림13] 로테르담시 건물 벽화


[그림14] 보행육교 하부 벽면 및 계단부 벽화


3. 시사점

짧은 여행기간동안의 경험만으로 해외 도시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우나 도시 설계를 전공한 입장에서 로테르담市에 대한 감회를 간단히 전하자면, ‘젊은 도시’ 이미지였다는 점이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준공년도가 10년 이내인 신축 건물이 즐비한 도시로서의 젊음이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한 일상적인 출퇴근과 통학―사실 자전거 도로상 자전거 속도는 사이클링 속도까진 아니었지만 출퇴근용 교통수단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속도감이 있는 모빌리티를 보여주었다―트램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교통 시스템, 독창적인 건축물과 보행 육교는 방문하는 이로 하여금 매우 도시가 역동적임을 체감하게 한다. 

로테르담시 공공디자인은 국내 차원의 공공기관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에 매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공시설물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공공성(가독성 및 기능성)이 디자인이라는 ‘심미성’에 묻히게 되어, 오히려 공적인 기능이 퇴색해버리는 그래서 지자체에서 이것이 전시 행정의 수단으로 왜곡되어 활용하거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로테르담시는 공공디자인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건축물 입면부 구성에 있어 도시 경관의 심미성과 직결되는 고채도 계열의 부분적이면서 악센트적 사용은 비바람이 잦은 회색 도시를 보다 따뜻하게 배려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광활한 영토에 비해 적은 인구수의 인구 밀도(2017년 기준 로테르담: 2,969명/㎢, 서울시: 16,728명/㎢) 특성상 로테르담은 다양한 건축적 시도가 그래서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로테르담 도시 경관에서 보이는 아이코닉한 건축들은 분명히 개별적인 차원에서는 정말 멋지기 그지없었으나, 한국에서 태어나 높은 도시 인구밀도를 반영한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는 도시설계를 해야 하는 전문가 관점에서는 그러한 건축물의 입지는 스카이라인을 고려치 않은 혹은 난개발과 같은 부분으로 보였던 것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제도의 차이라 생각한다. 로테르담시의 토지 이용 특성한 건축적 실험을 그래서 가능했고, 렘쿨하스를 비롯한 MVRDV와 같은 설계 그룹이 이를 적절히 구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무엇보다 건축적 실험을 도시경관의 ‘교란’이 아닌 도시의 ‘재건’ 혹은 ‘부흥’이라는 새로운 도시 생명체 출현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로테르담시의 젊은 리더십도 한 몫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이충훈·임준홍(2018),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도시재생 로테르담 공중육교 루크싱, 미학사.
Paul Groenendijk 외, Rotterdam Architecture City: The 100 best buildings, nai010 publishers.

 

글·사진 _ 윤윤정 초빙부연구위원  ·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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