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작고 낙후된 공간에 좋은 영향력을 심는 힘

[인터뷰] 강릉원주대 이수인, 이준행, 심규만, 임호진, 이윤겸, 정인호, 이성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11-27
지난 18일 열린 2019 ASLA Student Awards에서 Community Service부문 Honor Award에서 강릉원주대 조경학과 학생들의 ‘Beyond 72 Hours’가 수상했다. 이는 2018년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자투리땅을 살려라!’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도시를 바꾸는 점적인 변화’로, 작은 규모의 땅일지라도 조경이 지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과 함께 김유진 강릉원주대 조교수,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이재현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리, 장서희 프리랜서 조경가가 함께 팀을 이루어 작업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작은 공간을 바꾼다고 누가 알아주겠어?”라는 생각은 곧 “작고 낙후된 공간이 조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변화되는 프로젝트였다고 소회한다. 수상한 강릉원주대학교 조경학과 이수인, 이준행, 심규만, 임호진, 이윤겸, 정인호, 이성헌 학생에게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소감을 들어보았다.


강릉원주대학교 조경학과 이수인, 이준행, 심규만, 임호진, 이윤겸, 정인호, 이성헌 학생과 김유진 교수


2019 ASLA Student Awards에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정인호 : ASLA Student Awards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ASLA 당선작의 작품을 보고 연구하면서 접했기에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좋은 성과를 이룬 것에 대해 저희 모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김유진 교수님과 조용준 소장님을 비롯한 전문가분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저희에 그치지 않고, 후배들에게도 계속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줘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 것 같습니다.

이성헌 : 72시간 프로젝트의 가장 좋았던 점은 낙후된 작은 자투리공간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프로젝트라는 것이었습니다. 자투리란 무엇을 활용 후 남은 것을 의미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대상지는 말그대로 방치되어 남은 작은 공간이었지만 저희의 설계를 통해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도시 속에서 조경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만든 작은 변화는 이전에 공간을 경험했던 시민들의 좋지 않은 기억에도 다시 추억, 설렘, 사랑 등의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시민참여와 공동체 형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당선된 내용 또한 지자체 담당자과 전문가, 학생, 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 Community Service부문에 선정되셨습니다. 경험을 반추해보시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정인호: 기존의 것들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과 그것을 바꾸려는 전문가들의 생각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장답사 및 정보수집에 도움을 주신 전문가분들과 지자체, 프로젝트의 모든 전반적 사항에 대해 조율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 서울시, 이 과정을 관심어린 시선으로 봐주신 주변 상인분들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프로젝트는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도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번 경우처럼 좋은 결과물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릉시와 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학생들의 콜라보 형식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강릉시와 회의를 거쳐 최종적인 설계안을 내고 시공작업만 남은 상태에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기한 연장되어 아쉬웠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전문가가 팀을 이루었고, 지자체 담당자와 주민 등이 함께 만들어갔습니다. 콘셉트부터 설계안을 만들기까지 여러 의견들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이수인 : 대상지는 신림역 근처 상업지구의 중심이자 세면이 모두 상가와 도로로 둘러싸여 많은 유동인구를 통한 큰 활용성이 기대되는 공간이었으나, 흡연자, 노숙자, 취객들에 의해 그 잠재력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기존 보도블럭의 면적은 줄어들고, 녹지는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여 이 작은 공간의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하는 프로젝트여서 전문가님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김유진 교수님, 조용준 소장님, 장서희 조경가님, 이재현 대리님 등 많은 전문가분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3일 동안 시공한 경험은 물론이고, 시공 이전에 제작해야 했던 블라인드, 철판, 안내판은 직접 디자인부터 회사와의 협의, 운반까지 많은 과정을 겪으면서 위기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윤겸 : 시공을 하던 중 저희가 큐블럭으로 단을 쌓은 것이 있는데 시공 중에 상인 협의회 분께서 이렇게 높게 쌓으면 쥐가 나오고 그 너머의 상가가 가려진다면서 단을 낮추라는 항의를 하셔서, 설계한 5단에서 1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때 당시 저희는 시공작업이 처음이어서 그렇게 시민분에게 항의가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현장에서의 또 다른 문제점이 도출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경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규만 이준행 : 설계할 당시에는 5단이 적절하고, 저희의 그라데이션 콘셉트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큐블럭의 모습을 정면으로 자세히 보시면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막힌 부분이 줄어들고 열린 부분이 많아져서 뒤에 식재가 더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계당시엔 만족했는데 현장에서 다른 이유로 문제가 생길 것에 대해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고 난 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윤겸 : 아쉬운 점은 저희가 72시간 내에 시공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촉박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때 당시 비도 많이 와서 하다가 중단한 날도 있었고,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그 시간 안에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잦은 실수도 하며 시간에 쫓긴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심규만 임호진 : 시간의 압박감 때문에 많이 걱정 했지만 72시간 내의 모든 작업을 끝내고 난 뒤 해냈다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없이 좋았습니다.

정인호 : 72시간 프로젝트의 취지는 매우 좋지만, 72시간이라는 시간의 제한 때문에 설계과정부터 시공 결과물까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72시간 도시생생이라는 서울시의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작은 규모 또한 조경공간의 대상지이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수인 : 학교 설계수업에서는 다소 큰 면적의 대상지를 주로 다뤄, 작은 공간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투리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설계할 때는 ‘이렇게 작은 공간을 바꾼다고 누가 알아주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공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그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작고 낙후된 공간이 조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큰 공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공간에도 관심을 가지고 바꿔나가다 보면 점차 주변으로도 번져 보다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올해도 있었고, 내년에도 있을 텐데요, 앞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잠정적 학생 또는 전문가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성헌 : 도시생생 72시간 프로젝트는 한 공간의 잠재력을 보고, 7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을 이끌어내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경험도 쌓고 조경의 매력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작은 자투리 공간을 다루기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더욱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설계과정에서부터 시공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것이 72시간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경을 꿈꾸거나 나아가고 있는 학생이라면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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