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서리풀에 대한 소고

글_정정수 환경예술조경연구원 원장
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0-03-11
정정수의 자연예찬
서리풀에 대한 소고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구름, 안개, 물안개는 머무는 위치와 장소는 다르지만 작은 물방울의 입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현상으로 판단한다면 모두가 같은 것이다. 서리란 이것을 차가운 기온에 의해 얼게 만든 것인데 물이 어는 것하고는 그 형태가 매우 다르다.

차가운 공기 중에 떠도는 얼기 직전의 수분이나 물 입자들은 영하의 차가운 풀이나 땅, 나뭇가지 등에 닿게 되면 얼면서 달라붙는다. 반투명했던 입자들은 얼면서 흰색으로 바뀌는데 나무보다는 풀이나 솔잎처럼 얇고 가늘어야 미세한 눈가루에 접착제를 묻혀 담갔다가 꺼낸 것 같이 전체적으로 코팅이 된다.

눈은 하늘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와 물체의 위에 쌓이지만 이것은 아랫부분까지 흰색으로 코팅이 되기 때문에 눈이 내려 쌓은 것과는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확연히 구분이 된다. 이렇게 풀을 감싸듯 풀 전체에 흰색으로 코팅된 풀을 나는 ‘서리풀’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우리의 옛 지명 중에 서종면에 있는 ‘무드리’라는 마을이름이 있는데, ‘물이 들어오는 마을이라는 이름이었다. 이것이 일제강점기 때에 ‘수입리’라는 한자로 바뀌었듯이 서리풀이라는 이름이 한자로 바뀌면서 그 뜻을 바르게 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듯 하다.
 
瑞草(서초)란 ‘상서롭지 않은 풀’이라고 해석 할 수 있고 霜草(상초)란 그대로 ‘서리풀’이다. 그런데 상초라는 발음으로는 서리풀을 연상시키기 어려우니 서초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려했던 것인지 일본 사전에서 樹氷(수빙), 樹霜(수상)등을 찾아내어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빌려다 사용함으로써 자료를 찾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한다. 대신 사과라도 해야 할 노릇이다.

서리풀을 사전에서는 일반적으로 상고대와 같은 것으로 설명되어지고 있으나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리풀은 강가나 호숫가 등 낮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상고대는 높은 산에 걸쳐있는 구름의 작은 물방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서리풀이 만들어지는 물안개가 있는 장소에 비해 많은 양의 구름과 지속적인 낮은 온도,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상고대다.

특히 차분한 느낌의 서리풀은 아침 햇살에 의해 물방울로 변하는 것과 달리 상고대가 보여주는 최고의 모습은 ‘새우꼬리’에 있다. 이것은 고산지대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나뭇가지에 붙은 백색의 불투명한 얼음 알갱이들이 무수히 많은 새우꼬리와 같은 형태를 만들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서리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추운 날씨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이나 호수 등 물이 가까이에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서초동 가까이에는 강과 호수가 없다.
 
송파구에 있는 석촌호수. 애초에는 한강줄기가 휘돌아 가는 곳이었으나 점차 지형이 바뀌면서 호수로 변한 것이다.

서초동 근처에 있는 지형을 보면 반포를 포함해서 이수교 근처는 강으로 인해 만들어진 습지였었던 곳을 복토를 해서 도시의 부분이 형성된 곳이다. 한강줄기가 한남동 유엔 빌리지에 위치한 바위산에 부딪히며 서초동쪽으로 휘돌다가 동작동에서 꺾였을 것으로 현재의 지형으로 짐작이 된다.
 
서초동(서리풀마을)에서 겨울이면 강가에 서리풀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떠올려보면서 선조들이 ‘서리풀 마을’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서리풀 : 나무밑에 지피식물들을 서리가 감싸고 있다. 눈이 내린 풍경과 구분할 수 있는 시지각이 필요하다.


상고대 : 기온이 낮은 고산지대에서 눈과 서리와를 바람이 나무에 붙여가며 만든다. 이것을 누가 서리라고 하겠나?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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