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식물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2020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 ‘식물의 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10-13


비대면 시대에 식물원·수목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2020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 ‘식물의 힘’이 8일(목)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수집과 전시, 교육 분야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의 식물원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코로나 시대, 식물원의 역할’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식물원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식물원들이 일정기간 폐쇄기간을 갖는 가운데, 식물원들은 식물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에 두고 대응해나가고 있었다. 

미국은 정부요청에 따라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의무폐쇄기간을 가졌다. 미국의 식물원들은 롱우드 가든은 식물원의 식물들을 유지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인력을 재배치했다. 시간제 근무인력이나 자원봉사자들을 임시적으로 해고하고, 총무부 등 원예관련 부서가 아닌 상근직원들을 대상으로 원예교육프로그램을 열어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가르쳤다. 6월 재개장을 목표로 전 직원이 식물관리업무에 투입된 것이다. 뉴욕식물원 또한 식물을 지키기 위해 원예담당직원 80명, 엔지니어링 운영담당 20명을 제외하고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6월 재개장에 맞춰 여름전시를 준비했다.

팬데믹 이후로 사람들은 자연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도시에 근접한 식물원을 개인별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온라인교육과 병행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과학기술과 접목한 교육프로그램이 불가피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이와 함께 각 식물원들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시 가치관에 대해 공유했다.

중국 천산식물원의 경우 모든 교육에 비판적 사고함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왕시민 중국 상해 천산식물원 부장은 “환경교육이 단순히 환경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판적 사고를 가신 사람이 됐을 때 진정한 환경보로, 자연사랑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식물원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에 접목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지식을 알려주려 하지 말고 그들이 직접 자연을 경험하고 스스로가 논의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가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도록 독려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말했다.

미국 브루클린 식물원은 프로그램을 개발함에 있어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도 신경을 많이 쏟는다.

몰리 컬커 브루클린식물원 매니저는 “브루클린 식물원에는 뉴욕시 전체의 관람객이 방문하지만 지역사회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결국에는 지역민들이 ‘나의 정원’이라고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낼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니즈파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관광객과 지역사회의 니즈는 다르기 때문이다. 브루클린의 경우 정원을 갖지 않은 사람이 많기에 작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뉴욕시와 NGO와 협력한 인증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한 원예교육이 아닌 분야의 리더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1995년부터 인턴십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필요인력을 확보하고, 임시로 고용하기도 하며, 결국 이 분야에서 직업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식물원이 식물원만으로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어떻게 주변자원과 협력하고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식물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정규교과과정에 편성하기 위한 노력들도 있다.

브루클린 식물원은 인근 지역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정기적으로 식물원을 찾아 교실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식물원 직원이 학교에 파견돼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 식물원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정원공간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아이들은 이곳에서 나뭇잎을 모으고나 흙을 파는 등 자발적인 활동들을 하기도 한다.

천산식물원도 마찬가지다. 학교교육과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특히 학교선생님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보태닉 가든은 학교의 커리큘럼에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짠다. 학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고,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까지 더 나은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한다. 동시에 교육담당 직원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고, 대부분의 교육을 정원 자체인력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여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편 식물연구와 전시기능이 강화된 뉴욕식물원과 롱우드 가든, 에버랜드의 사례도 공유됐다.

식물연구 기능이 강화된 뉴욕식물원은 식물수집과정에 있어 ‘다양성’에 중점을 둔다. 원종과 재배품종 모두를 취급하고 그 비중을 동일하게 두고 있다.

브라이언 설리반 뉴욕식물원 부대표는 “원종과 품종을 다양하게 갖추는 이유는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기후 등 환경적 변화가 일어날 경우 원종과 품종이 다양하게 확보돼있을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물원내 나무가 쓰러졌을 경우에도 각 종마다 적응력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식물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정원에서 키우기에는 원종보다 품종이 훨씬 적합하기 때문에 그러한 식물을 소개하는 측면도 있다. 뉴욕식물원에서는 native와  cultivar의 합성어인 ‘nativar’라는 단어를 사용해 품종 중에서도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집식물의 자료를 구축하는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자료구축 및 식물수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식물의 정확한 종류와 특성, 기원뿐만 아니라 과거에 사용된 명칭, 유사명칭,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명칭 등을 기록하고, 식물원을 들고나는 식물들, 나아가 식물원에서 자란 적이 있던 식물들이 어디로 옮겨져 자라고 있는지까지 맵핑하고 있다.

전시기능이 강화된 롱우드가든은 전시콘텐츠 개발과정을 공유했다. 롱우드가든은 식물평가위원회를 두어 식물을 매달 평가를 하고, 이 평가에 의해 전시에 활용될 식물 선정을 선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기준은 이 식물이 보존가치가 있는가, 식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가, 식물을 기르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 병충해는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등으로, 각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에 기반해 전시할 식물을 결정한다. 식물원 안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더라도 따로 길러서 전시에 활용하기도 한다. 즉, 설계사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기준에 의해 점수별로 식물을 선택하고 그 다음이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식물전시기획을 할 때는 원예팀, 마케팅팀, 교육팀, 방문객서비스, 공연팀 모든 부서에서 함께 기획하며, 하양식 의사결정과정은 지양한다. 5년간의 달력을 가지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에버랜드는 식물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먼저 정한다. 혼합식재로 할 것인지 매스식재로 할 것인지, 주된 색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후에 콘셉트를 잡는다. 매년 열리는 튤립, 장미축제, 여름축제, 가을축제의 콘셉트와 어울리는 콘셉트를 잡고 그 다음 식물을 선정한다. 따라서 1년 전에 모든 기획과 디자인이 완성되며 이듬해에 사용될 식물소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기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이원영 서울식물원 원장은 “국내외 식물원 관계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시민에게 힐링이 되는 공간으로, 나아가 세계적인 식물원으로 커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심포지엄은 서울식물원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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