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직결된 그린인프라, 보다 심층적 연구 필요해

조경학회, ‘팬데믹 이후 조경을 말하다: 그린인프라와 건강 세미나’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2-02
그린인프라와 건강 문제는 근대조경의 시작부터 고민해왔던 문제다. 조경분야는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왔으며, 기후위기와 팬데믹 시대에 조경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한국조경학회(회장 조경진)는 ‘팬데믹 이후 조경을 말하다: 그린인프라와 건강 세미나’를 28일(목) 오전 10시부터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팬데믹 이후 조경의 역할과 대안을 조명해보고, 건강 사회를 위한 그린인프라 국토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6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이들은 건강과 그린인프라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그린인프라의 다면적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중요해

김건우 한양대 도시대학원 공학대학원 조경학과 조교수는 “환경문제와 팬데믹 시대의 건강문제는 도시화의 경제적 혜택과 효과를 상쇄시키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환경과 건강의 문제는 그린인프라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인프라가 조경에 적용될 수 있는 콘텐츠는 다양하며, 팬데믹 시대 그린뉴딜 정책과도 상통할 수 있다. 조경은 기후변화, 생태계파괴, 탄소중립, 도시민의 보건과 안전 등 시대적 아젠다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그린인프라 정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일한 목표나 저영향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교수는 이를 넘어 그린인프라의 다양한 혜택에 대해 연구해야 하며, 특히 건강,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와 연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린인프라가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받아들여지지만 생태계서비스의 수량을 계측하고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관리를 가이드하기 위해서는 그린인프라의 구조, 기능 및 가치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치평가는 그린인프라 정책, 계획, 관리에 중요한 자료로 이용되며 그린인프라 전략계획을 지원하고 인간의 환경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중요한 데이터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 사례로 ‘i-tree’나 ‘벤트맵 맵핑’ 분석을 통해 생태계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방안을 꼽으며, “그린인프라 가치기반 접근방식을 통해 도시생태계 구조, 기능,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그린인프라가 팬데믹 시대에 다면적 생태계서비스 및 건강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고 수치화해 각각의 그린인프라 관리 개선방안을 도시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는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인구취약계층에게 보다 지속가능하게 다면적 생태계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경실무자와 연구자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공간으로서의 가로, 그린스트리트의 중요성

임주원 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가로를 통로가 아닌 장소로 인식되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도모하며 보행자와 주민에게 여러 편의시설이 제공되는 그린스트리트는 이상적 도시개발계획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트리트는 단순한 가로녹화사업이 아닌 빗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빗물플랜터가 설치된 환경친화적인 그린인프라이다. 빗물오염원을 제거하거나 과도한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임 교수는 이상적인 도시주거가로로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가로 ▲건강한 환경의 가로 ▲커뮤니티로서의 가로 ▲개인 영역으로서의 가로 ▲즐거움과 배움이 있는 가로 ▲녹화로 쾌적한 가로 ▲장소의 정체성과 역사를 품은 가로 등으로 설명하며 그린스트리트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트리트의 디자인 요소에는 다양한 가로시설과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도로폭을 줄이거나 건널목의 거리를 줄이고, 자동차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커뮤니티 공간도 장소의 특성에 따라 포함할 수 있다.

임 교수는 “팬데믹으로 도시 가로가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이 때에 사회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도시의 이미지와 역할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린스트리스트의 중요성이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이 가져온 공원의 유행과 형평성 문제

박근현 유타주립대학교 조경환경계획학과 조교수는 “팬데믹은 시민들의 건강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시공원의 역할을 다시금 일깨워줬지만 공원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성이 모두에게 열린 것은 아니라는 ‘환경 부정의’의 문제 또한 부각됐다”며 “팬데믹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초점에 둔 정책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미국 여가공원협회(NRPA)에서 발표한 ‘2021년 공원/레크레이션 예측’에 따르면 팬데믹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와 결부돼 인종, 소득, 장재, 거주지역 등에 따른 공원 이용의 형평성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교수가 연구 중인 공원 이용자 조사를 살펴보면, 19년 대비 20년에 공원이용률은 늘었으나 여성과 소수인종의 공원 이용률은 더 감소했다. 소득에 따라서는 보다 젊고, 월세를 내는 사람의 공원이용이 더 증가했다. 공원 이용이 균등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행 행태 조사결과, 성별, 나이, 소득 수준 등이 같을 때 장애인, 특히 인지기능을 가진 장애인들의 야외활동이 크게 감소했다. 작장이나 병원, 학교 등 필수시설은 감소폭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공원을 비롯한 여가공간의 방문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팬데믹의 영향의 형평성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팬데믹은 기존의 차량중심도시를 인간, 환경 중심으로 재편할 기회이며, 보행, 자전거,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위한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환경 정의’와 ‘건강 도시’ 구현을 위해 조경+도시+교통+환경+복지 등의 통합적 접근이 필수”라고 전했다.


고령친화 외부공간을 위한 조경의 역할

이성민 Texas A&M University 교수는 “코로나 이후 외부공간의 중요성은 중요해졌으나 외부공간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입장에서는 두려운 공간이 될 수 있기에 노인에 맞는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다양한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와 미국은퇴자협회는 노인들이 오래,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줄이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의 가장 좋은 행위는 걷기이며,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일주일에 150분 이상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 걷는 행위가 줄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안전하게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노인사회에서도 코로나19 이후에 불평등이 발생했는데, 흑인노인의 경우 백인노인에 비해 5배 높게 감염됐다. 병원입원률은 6배, 사망률은 3.5배 가량 높았다.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갈 수 있는 공간이 저소득층일수록 한정적이다. 지역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멤버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식료품과 지병과 관련한 의약품에 접근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주거지로부터 생활환경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가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외부인이나 복지시설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다. 그러나 헬스케어서비스 등으로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도 있기에 도보생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 교수는 “그린인프라가 여러 공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발표돼있다. 그러나 조경 디자인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적으로 노인전용 이용시간을 두는 등 다른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체적 건강과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장치들이 중요하다”며 “접근성이 용이하고 코로나에게 취약한 이들에게도 배려될 수 있는 공간과 디자인적 해법으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오디자인을 활용한 도시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한 조경계획

한소영 Virginia Tech 연구원은 지오디자인이 리질리언스 계획 및 정책을 만드는 도구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리질리언스 계획뿐만 아니라 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협업해서 계획을 도출하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지오디자인은 디자인 제안 생성과 지리적 컨텍스트에 따른 영향 시뮬레이션을 긴밀하게 결합하는 디자인 및 계획 방법이다. GIS에 기반한 계획에서 협업이 강조되고, 온라인 형식이 가미된 계획방법이지만, 리질리언스와 연결하면 하나의 실천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오디자인 허브’라는 온라인 베이스 시스템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자료와 정보를 쉐어하고, 종합하고,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이 마련돼 있어 협업을 통해 종합 리질리언스 계획을 도출하기에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지오디자인 자체가 GIS를 대체하는 하나의 용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시간,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계획설계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다.

한 연구원은 “지오디자인 프레임워크는 추가 수정 및 개선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용으로 사용한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 시스템을 준비해 더 많은 것을 더 배울 수 있다”며 향후 논의와 연구가 더욱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인프라와 홍수저감효과

팬데믹과 홍수의 영향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가 많이 없지만 최근 중국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홍수시 합류식 하수도에서 역류한 강우와 우수를 통해 도심지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손원민 Michigan State University 교수는 “홍수로 인해 전이된 바이러스가 사람의 신발, 자동차 바퀴, 건물지하로 흘러들며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팬데믹 시대에 홍수저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홍수위험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홍수 경감, 대비, 대응, 복구과정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그린인프라는 경감과정에 속한다. 홍수와 관련해 도시수문학에 있어서 TIA(총 불투수성 면적)와 DCIA(지하우수, 하수도망을 통해 직접적으로 유출수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면적) 중 어느 요소가 더 중요한 예측변수인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걸프만의 텍사스 지구를 대상으로 불투수성 면적이 홍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연구결과, 홍수를 유발하는 강우량에만 주목할 경우 휴스턴에서는 DCIA가 홍수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 우수관리정책은 TIA를 제한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홍수피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DCIA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DCIA가 크다는 것은 많은 양의 강우가 지표면에 닿는 즉시 토양으로의 침투 없이 하수도를 통해 빠르게 배출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그린인프라와 LID 적용시 TIA 감소는 크지 않지만 DCIA의 감소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TIA규제는 그린인프라 확충을 통한 홍수저감 혜택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DCIA의 효과성은 강우량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 그린인프라와 LID의 역할이 막연히 긍정적이라기보다 강우세기에 따라 효과성이 다르고 강우의 규모가 일정지점을 넘어서면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공유했다.

손 교수는 “그린인프라의 총량뿐만 아니라 특정한 패턴에 따라 홍수피해를 줄인다. 뿐만 아니라 집값상승 효과 등 부가적인 경제효과까지 고려한 그린인프라의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세미나를 마련한 조경진 회장은 “조경학회는 젊은 학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로 자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많은 논의가 있는 장을 펼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매월 주제를 가지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실천적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며, 2월에는 ‘기후변화 대응 조경 디자인’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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