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논단] 정원의 사회적 가치증진을 위한 통섭

글_진혜영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연구센터 센터장
라펜트l기사입력2021-02-21

정원의 사회적 가치증진을 위한 통섭



_진혜영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연구센터 센터장



정원 정책의 과거와 현재

산림청이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2015.7.21.)」을 개정한지 5년이 지났다(이하 수목원정원법으로 명칭). 순천만정원박람회(2013)를 계기로 본격적인 법적‧제도적 검토를 시작하긴 했지만, 실제 준비는 국립수목원의 한국 전통정원과 한국의 사찰정원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시작되었다. 보통 교집합이 많은 대부분의 새로운 정책업무는 그것이 자리잡기까지 부처 간의 업무조정, 주무 정책 부처와 업역 간의 갈등을 순조롭고 원만하게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 가면서 자리 잡고 발전하는 것 같다. 2015년 정원연구와 정책지원을 시작해서 달려온 지 딱 10년이다. 그 동안 늘 받아온 질문이 2가지인데 첫 번째가 산림청이 왜 정원을 하느냐와 두 번째 정원을 국가가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정원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정원 전체를 아울러 제도화 시킨 입법례나 정원에 대한 개념을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정원만을 규율하는 입법을 찾기 쉽진 않다. 하지만, 정원 본래 기능과 임무에 대한 고찰과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법제화에 대한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법제연구원 보고서. 2020).

국외 정원관련 정책과 법률 사례

구분

내용

영국

- 정원을 규정한 법령으 대부부 '도시계획'이나 '주택'에 관련된 법으로서,

- 지역개발법 또는 도시계획법의 경우 임대용지 정원(garden allotment)이라 하여 일부공간을 open space로 인정하고 있으며,

- 주택법의 경우 garden을 주택의 일부 또는 부속물로 봄

- 법령 : UK Statutory Instruments, Northern Ireland Statutory Rules, UK Public General Acts, UK Local Acts

- 커뮤니티 활성화 : 전국정원연합(NGS)의 커뮤니티 정원상 제도 마련(2011년)

- 건강 및 치유 : 학교 정원 프로그램(School Gardening 캠페인), 왕립원예협회(RHS)와 건강기구의 협력, 자연 처방전(Nature Prescriptions)제도

- 기후변화 대응 :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첼시 플라워쇼의 정원 트렌드

- 차세대 정원 인력 양성 : 정원 종사자의 고령화 문제와 사회변화에 따른 신지식 및 기술 필요성 인식, Horticulture Matters 캠페인

- 온라인 플랫폼 구축 : 가든 트러스트(Garden Trust)의 , 국가정원체계의 정원 플랫폼 운영

- 정원 유산 보호 : 히스토릭 잉글랜드 (Historic England)의 정원등록제, 가든 트러스트의 활동

프랑스 

- 국토 내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환경적 관점에서, 문화재 보호의 관점에서 해당되는 규율사항을 각각의 법률에서 정하고 있음

-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은 통합버전(CODE)의 체계를 가진 프랑스에서「농촌 및 어업법전」(Code rural et de la pêche maritime)에서 정원에 대한 규정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

- 일반적으로 심미적으로 조성하고 전시하는 왕궁이나 귀족의 정원과 달리 '생활밀착형' 또는 '생활기반형'정원으로서 도시농업을 겸비하여 일반시민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경제수단으로서 존재

- 기존의 개인적인 생활공간으로서의 정원이 점차 사회적 약자의 사회편입을 위한 편입정원(Jardins d'insertion)이나, 공유정원(Jardins partagés)과 같은 '공동체 정원'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적 참여를 담당하는 기능을 가지게 되었고, 그를 통하여 사회가 통합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일조(입법화에는 실패)

독일 

- 정원을 녹지의 한 유형으로 보아 국토이용의 관점에서 주택이나 대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확보와 배치에 대해 언급

- 그린 인프라 구축 : 연방정원박람회(BUGA)를 통한 공원 재설계, 폐산업부지 활용, 도시 개발, 정원의 영구적 활용

미국 

- 2009년 커뮤니티가든 법안(Community Gargen Act)이 상정되었으나 입법화되지 못하였고, 각 주는 유사법령에 정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건강, 도시농업, 영양 : 2014년 커뮤니티 가드닝과 영양공급법 제정, 도시농업 활동에 인센티브 제도 및 자금 지원 법령 마련

- 커뮤니티 활성화 : 커뮤니티 정원 활등을 지원하는 뉴욕 주의 농업 및 시장법 제2조, 정원 보전협회 (The Garden Conservancy)


산림청 산하에는 국립수목원이 있다. 1987년 광릉수목원으로 개원, 1995년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한 이후, 국제식물원보존연맹(Botanical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이 규정하는 식물원의 기능과 역할을 포괄하는 국립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CBD GSPC & GTI(지구식물보전전략과 지구분류화사업)의 국가 연락기관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은 국내 수목원‧식물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가 식물의 수집, 보존, 증식 및 산업화,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무를 함께 해온지 20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산림청의 정원 업무를 확대‧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이다.

정원 인프라와 네트워크, 다양한 식물 기반의 관리 기술과 정원 조성, 정원 교육 프로그램의 노하우로 접근성이 좋은 생활권으로 진입했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정원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여기에 중요한 뒷받침은 조경, 원예, 임업 분야의 협업이었다. 정원 산업과 정원 문화 활성화를 위해 국가 견인이 필요하고 “파이나누기”가 아닌 “파이판을 키우는” 정책 수립에 든든한 지원자그룹이 되어 주었다. 결국 정원은 네트워크와 협업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여전히 “정원”의 학문적‧사전적 정의 논란은 있지만,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정원은 “정의”에 개념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인 그린인프라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주도의 견인과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비율이 높고 개인정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정원은 개인 영역에서 공공 영역으로 변화와 진화를 겪어가고 있다.


빅데이터로 본 정원인식 변화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는 동안, 자연, 식물, 정원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것은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도 보여주고 있으며, 정원정책이 여기까지 달려오는 동안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뚜렷했다. 수목원정원법 개정 전‧후 워드클라우드 분석을 보면 법 개정 전인 ′14년에 비해 ′18년에는 정원을 원거리가 아닌 가깝고 흔한 장소, 실내공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의 이용연령과 문화패턴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이에 대한 키워드가 2배 이상 증가하고 가족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정원을 찾아본 것은 국내 정원의 큰 트렌드가 되었다. 정원만 구경하는 또는 식당이나 카페의 부대시설로서의 정원이 아닌 갤러리, 호텔, 봉안당 등에 정원 중심의 다양한 기능과 공간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제1차 정원진흥기본계획의 수립 전‧후 비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014년 워드클라우드
(수목원법 개정전)
2018년 워드클라우드
(수목원법 개정후)


수목원법 개정 전‧후의 정원관련 워드클라우드 분석 결과


제1차 정원진흥기본계획 수립 전(2014~2015)과 후(2018~2019)에 “국가”나 “힐링”에 대한 버즈량이 이전 대비 상승했고, 대중의 정원활동 또는 방문 시 기대효과 중의 하나로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태화강”, “별빛”, “미세먼지” 등의 키워드가 신규로 출현했다. 이것은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정원에 대한 키워드와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정화 효과와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가정원에 대한 호기심과 인식이 뚜렷해졌고, 해외보다 국내정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정원의 양적, 질적 성장의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전‧후의 정원과 치유에 관한 국민 인식 변화를 살펴본 워드클라우드 분석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18년 대비 ′19년 비교 결과 정원과 관련된 버즈량이 1.7배 가량 증가했으나, 키워드 변동은 적었고 실외활동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였다. 코로나19 상황 전인 ′19년 2월 ~ ′20년 1월(1년)의 기간 대비 코로나19 상황인 ′20년 2월~8월(6개월)은 기간대비 정원관련 버즈량이 증가했고 키워드의 변동이 많았으며, 특히, 실내, 치유관련 키워드 비중이 높았다.

더불어 지난 4년 간의(′17~′20) 정원박람회 및 정원조성, 정원관련 논문을 분석해보면 이제는 정원의 양적 증대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통해서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실천해주는 공간이다. 도출된 이슈들은 정원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실천을 위한 무게중심의 이동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정원과 치유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 및 키워드 분석


이러한 인식에 도달하기까지 정말 많은 분야의 자문과 참여가 있었다. 가깝게는 임업‧조경‧원예 영역, 멀리는 예술‧건축‧보건 영역까지 참으로 많은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를 통해 탄탄한 기반을 쌓은 정원 사업의 내년 예산은 올해의 55%가 증가한 32,294백만원 규모이다.


정원정책의 미래

앞으로의 정원정책과 연구, 사업은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생활밀착형 복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건강하게 잘사는 것”을 지원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영국 Eden project의 경우, 정원은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정원의 사회적 역할과 공익적 기여에 대한 끊임없이 실천을 강조한다. 영국에서는 일반의사를 찾는 20%의 환자가 건강질환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클리닉을 방문한다고 하며, 영국의 NHS(국민보건서비스)는 이런 국민들의 정신건강 지원을 위하여 2023/24까지 90만명이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을 받을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계획도 수립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의료적 서비스(No-clinic Service)의 하나로 정원활동(Gardening)가 포함되어 있다. 생활권 내에서 지역주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그램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장기간 모니터링 한다.

지역 사회에 중요하고 유망한 건강 자원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정원은 개인이 땅을 사서 조성‧관리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고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건강이고 행복이며, 자연, 생물과의 공존이라 감히 단언하고 싶다.

플랜테리어(Plant+Interior)가 공간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정원 활동과 결합된 주거 생활의 통합적인 측면(Home&Gardening)에서 시장이 형성 중이고, 다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홈 가드닝은 확산되고 있다. 정원과 식물을 활용한 우울감 극복 및 면역력 증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정원 치유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통계적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는 차고 넘친다. 정원 기능이 개인 취미활동을 넘어 지역발전과 공동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등으로 재평가됨에 따라 그린뉴딜 등 정부 핵심 아젠다로 정원분야가 포함되었다. 앞으로의 정원은 환경, 에너지, 생물다양성 등의 친환경 분야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이기도 하며, 혐오 및 기피시설, 훼손지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될 수 있다. 이제는 정원의 사회적 가치에 보다 많은 분야의 협력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개인을 넘어 국가가 앞장서 정원을 계획하고 조성하고자 한다면, 국가는 세계 전반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여 주요한 이슈에 긴밀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산림청은 2021년부터 5년간 실행할 제2차정원진흥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여기에는 ① 생활권 내의 정원 접근성과 공공정원의 역할 강화, ② 자생식물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정원 산업 구축, ③ 융·복합 정원문화 콘텐츠 개발: ICT, IOT, 실감기술, 미디어아트 ④ 정원 전문 인력 및 영역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인력 양성 ⑤ 정원과 정원활동이 주는 사회·환경문제의 해결과 보건‧복지의 가치를 접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들이 포함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민-관-학의 협업, 업역‧학문‧기술영역을 결합한 뉴노멀의 정원정책과 정원 사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원을 통해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함께하는 「같이의 가치」를 만들어가길 바래본다.
_ 진혜영 센터장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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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ye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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