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조경 BIM 실무, 한 걸음부터

글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21-03-30
조경 BIM 실무, 한 걸음부터
: BIM 수행계획서(BEP)에 대해 알아보자



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2020년 12월 국토교통부에서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2025년까지 건설산업 전 과정에 BIM 적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BIM 적용 대상은 건축, 토목, 환경설비를 비롯하여 조경까지 건설산업진흥법 상 모든 건설산업이 포함된다. 2025년 전면 BIM 설계라니 조경 실무자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과연 가능할까?

조경 BIM 도입은 일단 새로운 것이니 초기 비용도 들고 배워야 할 것은 많은데다가 모델링 과정은 어려운데 정작 효과는 없어 보인다. 얼마 전 LH에서 조경 BIM 프로젝트가 발주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BIM을 요청하는 곳이 없으니 도입에 서둘지 않아도 될 듯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BIM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활용해 보겠지만 조경 BIM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라이브러리 같은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도리어 업무만 가중될 듯하니 도입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BIM 정책이 공표되고 나서 BIM 도입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 버렸다.

발주처에서도 그다지 사용할 것 같지 않은 BIM 도입을 국내외 여러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프로젝트에서 BIM을 활용하는 궁극적 목적은 프로젝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주인인 발주처는 정해진 비용과 준공기간에 맞추어 더 나은 시설물의 완성을 기대할 수 있고, 설계자는 설계오류를 줄이면서 도면 작성과 수정보다는 더 나은 설계안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시공자는 리스크를 줄이고 공사비의 투명한 관리가 가능해지므로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유지관리자는 구축된 건설정보를 통해 효율적으로 시설물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BIM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모든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BIM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 새로운 일 또는 복잡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는 일단 계획을 세운다. BIM도 마찬가지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이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BIM 수행계획서(BIM Execution Plan, BEP)’이다. 발주자는 BIM 업무수행의 요구사항을 정의한 BIM 요구정의서(Employer's Information Requirement, EIR)를 작성하고 이와 함께 BIM 과업지시서와 입찰안내서를 공지한다. 사업수행자는 BIM 요구정의서를 충족시키기 위해 업무 수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BIM 수행계획서를 작성하게 된다. BIM 수행계획서에는 BIM의 적용 목표와 활용 계획을 포함하여 누가 어떤 부위를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어느 정도 상세하게 모델링 할 것인가, 협업을 위해 정보를 어떤 포맷으로 작성하여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만일에 발생할 데이터 손상에 어떻게 대비하고 보안을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BIM 모델과 성과품을 누가 소유하고 사용할 것인가 하는 등 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서는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반드시 작성하고 공유해야 하는 문서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려할 모든 내용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수행계획서를 살펴보고 미리 작성해 본다면 실무에 BIM을 도입하면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BIM 수행계획서를 작성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막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참고할 만한 템플릿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들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국내에서는 조달청의 [시설사업 BIM 적용 기본지침서 V.2.0]에 ‘BIM 업무수행계획서 표준 템플릿’이 있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템플릿과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건축분야에서는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 Research Group에서 배포한 ‘BIM Project Execution Plan’이 자주 활용되고 있으니 해외 BIM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면 살펴보면 좋겠다. 이 수행계획서와 가이드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와 프로젝트에 맞게 첨삭하여 작성해 보면 된다.

여기서는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조달청의 ‘BIM 업무수행계획서 표준 템플릿’과 CIC Research Group의 ‘BIM Project Execution Plan’을 위주로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1) BIM 수행계획서는 먼저 사업명과 규모, 수행기간, 수행사, 협력사 등을 정의하는 사업의 개요로 시작된다.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라면 그냥 채워지는 부분이다.

(2) 다음으로 프로젝트의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BIM모델의 목적과 활용 방안을 작성한다. 이는 기획, 계획, 실시, 시공 등의 설계단계별로 달라진다. BIM 활용 방안의 예로서는 디자인 검토 및 시각화, 면적 조건, 공간요구 조건, BF(Barrier Free) 및 방재설계 조건, 일조분석, 바람길 분석, 에너지 효율성 분석, 도서작성 및 수량산출, 간섭체크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적절한 활용 방안을 선택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3) 이제 BIM 업무수행 환경과 일정을 계획한다. 업무수행의 조직구성과 BIM 매니저 및 기술자 현황을 토대로 인력투입 계획을 세우고 업무수행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이름과 버전을 모두 기입한다. 그리고 주간 또는 월간보고 등 공정보고 계획에 맞춰 BIM 업무수행 일정을 수립한다.


[그림 1. BIM 업무수행계획서 표준 템플릿 1(조달청)]  


(4) 그 다음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남았다. 바로 BIM 데이터 작성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어떤 요소들을 3D BIM 객체로 작성할 것인가, 그리고 각 객체별로 어떤 속성정보들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조경 BIM에서는 지형, 포장재, 옥외시설물, 식재가 주요 설계요소이며 이들에 대한 구분코드, 용도 및 재료, 생태적 속성, 시공상의 주의점 등이 속성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 여기서 설계단계별로 적합한 상세수준(Level Of Detail, LOD)에 의해 어떤 부재와 어느 부위까지 모델링할 것이지를 객체별로 미리 고민하여 지정해야 한다. 상세수준에 대한 기준은 국내에서는 BIL(BIM Inforamtion Leve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단계별 정의 수준이 LOD와 매우 흡사하다. 일반적으로 기획단계 BIL10, 계획설계 BIL 20, 중간설계 BIL 30, 실시설계 BIL 40, 시공수준 BIL 50으로 보면 된다.

(5) 모델 작성 이후에는 BIM 품질관리 계획에 들어간다. 품질관리는 앞서 BIM 모델의 활용 방안에서 선정된 여러 가지 조건의 검토 및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포함한다. 또한 정보 품질로서 부위객체에 대한 라이브러리 및 부재 이름, 속성정보 등이 제대로 입력되었는가, 물리적 품질로서 부위 및 부재 간 간섭충돌이 없는가, 기타 다른 설계 요구조건이 모두 수용되었는가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기술하게 된다.

(6) 품질관리 계획을 마치면 BIM 성과품 제출 계획을 세운다. 어떤 모델 객체들을 포함시킬 것인가, 그리고 폴더의 위계와 파일명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하는 성과품 목록을 계획한다.

(7) 마지막으로 BIM 모델의 책임과 권리에 대해 작성한다. 납품한 결과물의 데이터 품질에 관한 책임, 소유권과 사용권은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모든 품질의 책임은 모델을 작성한 프로젝트 수행자에게 있다. 소유권은 일반적으로 모델 작성자(설계자, Project Team Member)에게 귀속되고, 발주자는 BIM 데이터 사용을 허가하는 라이센스를 가지게 된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다른 참여자들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브-라이센스(Sub-License)의 권한을 가진다. 서브-라이센스란 라이센스를 부여받은 사용자가 권한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다시 제3자에게 라이센스를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 2. BIM 업무수행계획서 표준 템플릿 2(조달청)]


이때 성급히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BIM 데이터 작성 계획을 세울 때 분야별, 설계단계별, 그리고 심지어는 하나의 프로젝트 내에서도 객체별로 서로 다르게 모델 작성 여부와 상세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BIM 저작도구들이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조경 BIM 모델의 LOD 수준은 중간설계의 BIL30 정도이다. 노르웨이조경가협회(Norwegian Association of Landscape Architects, NLA)에서 제시한 것처럼 해외에서 구현되는 조경 BIM 모델링 수준도 이 정도를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그림 3. 참조). 따라서 건축 및 토목분야와 협업하는 실시설계 수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면 다른 분야처럼 BIL40(LOD 400) 수준의 모델을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수목의 형상은 어떻게 표현해야하는가 등의 걱정은 접어 두도록 하자. 우선 내부적으로 사내에서 어떤 수준까지 BIM 기술을 구현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소프트웨어 선택과 구입, BIM 인력 배양, 적당한 수준의 라이브러리 객체 구축 등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나가면 어떨까?

[그림 3. 노르웨이조경가협회에서 제시한 조경 BIM의 LOD]


이상에서 BIM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여러 가지 절차와 업무들을 수행계획서를 훑어보면서 간략히 설명해 보았다. 조경실무에서 BIM을 도입함에 있어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BIM 수행계획서 템플릿을 다운받아서 차분히 작성해 보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감이 잡힐 듯하다. 그리고 관련 공공기관 및 발주처에서는 현재 조경 실무에서 어느 정도 BIM을 구현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조경 실무자들이 BIM 용역을 수행할 때 도움이 될 것인지 현황을 잘 파악하고 무리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BIM 요구정의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BIM이란 우리의 설계를 도와줄 지원자가 되어야지 발목 잡는 방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BIM 모델은 결코 팬시하지 않다. 또한 BIM 결과물은 단순히 시각적인 3D 모델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델이 담고 있는 정보가 결과물이며 이를 활용하여 설계의 가치를 높이고 시설물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이 BIM의 결과물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BIM을 바라보면 억지로 해야 할 숙제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 조달청 시설사업 BIM 적용 기본지침서 (조달청 홈페이지)
* CIC Research Group BIM Project Execution Plan (클릭)

글·사진 _ 김복영 대표  ·  림인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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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im@limresea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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