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아카이빙 기준마련 등 제도적 기반 필요해”

'공원 아카이브' 주제로 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 콜로키움 진행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3-30

(사)한국조경학회 2021 춘계학술대회 콜로키움 

“건축물과 다르게 공원은 더 사적이고 친밀한 기억의 장소다. 공원기록의 보존과 활용은 공적인 기록의 보존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가진 기억의 사적인 아카이빙이다”

‘도시공원 아카이브의 필요와 실천’ 콜로키움에서 전문가들은 공원 기록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아카이빙 기준 마련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아울러 기억의 보존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많은 시민이 공원과 공원기록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원의 소중함과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지난 26일 열린 (사)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도시공원 아카이브의 필요와 실천’이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이 개최됐다. 이번 콜로키움은 공원 아카이브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논하면서 아카이브 작업의 전망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콜로키움에는 박희성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사회를 맡고, ▲윤호준 조경하다열음 소장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고하정 (재)숲과나눔 박사후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했다. 토론에는 ▲박희성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길지혜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상임간사 ▲박재민 청주대학교 교수 ▲주윤주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정책과 공원문화 팀장 등이 참석했다. 


아카이빙 사업, 공공의 역할이 중요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소장은 서울시에서 추진한 ‘공원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도출된 공원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윤 대표는 “큰 체계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공원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통해 관련 기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하며, “예산과 행정적 지원 같은 현실적인 조건들이 처음부터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설계, 시공, 감리 등 여러 분야의 조경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카이브의 표준 기준과 준비과정 체계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적정선의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좋은 아카이빙이 가능하지 않다. 개인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공영역의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는 2019년 1월 29일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도, 해석되지도 않는 사진 6,396장을 받은 것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를 해석해내기 위해 우선 아카이브에 대한 방향성과 범위를 설정했다. 자료 수집의 시작점을 월드컵공원이 조성되기 이전의 시점으로 설정하고, 서울시가 작성했던 난지도의 기록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오래된 각종 서류를 살펴보면서 용어정리와 한자해석문제 등 1차 자료 해독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후 서울시 내부 행정망을 활용해 관련 자료 70만 건의 자료를 확보한 다음 퇴직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자료를 수집했다. 월드컵공원을 관련된 키워드를 설정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기본적인 자료를 정리한 이후에는 신문, 잡지 등의 언론자료를 조사해 구술자료 채록을 위한 인터뷰이를 선정했다. 총 8명을 인터뷰하고 영상과 자료를 정리해 관련 문건과 상호 검증을 했다.

더불어 민간 기록물을 공모해서 일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난지도와 월드컵공원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학생 서포터와 함께 인근 지역 4km 범위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난지도와 월드컵공원에 대한 구술을 얻었어 아카이브를 완성했다.

월드컵공원에 대한 아카이브의 결과는 2020 서울시정협치 ‘공원아카이브 구축 사업’으로 진행된 기획 전시 ‘우리의 공원’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작은 공원 기록물 발굴과 관리가 필요

고하정 (재)숲과나눔 박사후연구원은 작은 공원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앞으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공원관리를 위해서 기록물 생산 및 관리 기준과 방법에 대한 제도적 기반 필요하며, 기록의 보존·폐기 자료선별, 보존 연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공기록물에 관한 연구 목적의 열람권 보장하고, 민간기업과 개인기록물에 대한 수집을 확대하면서 보존을 지원해야 하며, 공원 관련 기록물의 ▲관리 주체 ▲운영 ▲보관 ▲관리방법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 필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원은 “공원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공원을 보존하고 관리는 체계가 정확하게 성립되지 못하고 있다”며 ▲공원 조성 이전 ▲공원계획·조성과정 ▲조성 후 공간변화 ▲생태적 변화 ▲이용 변화 등을 기록해야 각 공원의 특징에 맞는 유지·관리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연구원은 연구과정에서 서울시의 모든 공원을 직접 답사해 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으면서 관리가 되는 1ha 이상의 6~7개 공원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유실되고 보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연구·학위 논문 등 연구자료와 고시공고, 회의록, 예산,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또한, 지역주민 인터뷰, 당시 담당 공무원 인터뷰를 통해서 기록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공원관리와 아카이빙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서울숲공원에서 ‘핌스’(PIMS-Park Intergrated Management Solutions)라는 자체 공원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핌스는 추후 아카이빙작업에도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핌스를 활용하면 ‘경험에 의존한 관리’에서 ‘관리대상 중심의 표준관리’를 적용할 수 있어 공원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공원관리에 필요한 ▲확인목록 ▲점검목록 ▲관리이력 ▲시설정보 ▲부문별 관리 메뉴얼뿐만 아니라 행사 내역, 자원봉사, 수목에 관한 정보도 기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린트러스트는 1단계로 서울숲을 구성하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목 ▲시설물 ▲인력에 핌스를 적용했다. 계획 도면상의 수종과 개체 수를 기록하는 것부터 나무가 식재되고, 옮겨지고, 제거되는 변화와 그 이유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공원의 수목을 전수 조사하고 개화시기를 기록했다.

2단계에서는 관리 이력 기록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식생 유형별로 나누고 군락의 대표 수종을 골라서 관리 중요도와 식생 등을 기록했다.

핌스를 활용하면 주요시설물과 공원 내 물품, 공원에서 진행된 프로그램과 거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관리가 가능하다. 

핌스에 기록된 자료들은 공원아카이브 전시 ‘시민의 숲을 기록하다, 서울숲’과 그린아카이브 2020 전시 ‘우리들의 숲과 공원에 대한 기억’에 활용됐다. 핌스를 통해서 시민들과 함께 성장한 15년을 콘텐츠로 만들고, 시민들과 공유하면서 공원의 역사와 자료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 사무처장은 “관리자입장에서 아카이브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록자들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있어서, 핌스를 활용하는 아카이빙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박재민 청주대학교 교수는 “아카이빙 구축 자체가 초반이기 때문에 연구와 이용·활용 측면이 혼재되어 있지만 연구와 활용이 양립할 수 있다”며 “국가나 지자체 중심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관리하고, 근대문화유산이나 등록문화재 제도를 활용해 오랜 역사를 가진 공원뿐만 아니라 ‘미래유산’이 될 수 있는 공원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주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녹지정책과 공원문화팀장은 “서울기록원이 지난해 개원하면서 공원 기록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공원마다 해마다 1~2장짜리 정례 리포트라도 작성해야 한다”고 말하며 “시민소통 방식으로 계속 사례를 만들면서 아카이브 자료를 공개하고 공감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ejane404@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