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 BIM도 지켜야 할 서로 간의 약속, LOD

글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라펜트l김복영 대표l기사입력2021-06-02
조경 BIM도 지켜야 할 서로 간의 약속, LOD



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우리는 평소 많은 약속을 하며 산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스케줄과 의견이 다르기때문에 누구와 언제 어디서 만날 것인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에서 만날 것인가, 온라인에서 만난다면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BIM도 그렇다. 조경을 비롯하여 건축, 구조, 토목, 기계설비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에 분야별 참여주체들은 개별적 BIM 모델을 작성하고 이를 한데 모아서 통합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이때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참여자들이 많고 다양하기때문에 서로 어떻게 BIM 모델을 구축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이러한 약속 중의 하나가 LOD이다.


LOD가 무엇?

LOD란 Level Of Detail 또는 Level Of Development로 설계 단계별 BIM 모델의 상세수준을 의미한다. BIM 도입 초기에는 Level Of Detail로 통용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상세수준’이라고 된 듯하다. 엄밀하게 이 둘은 조금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Level Of Development라고 하는 편이 BIM이 추구하는 맥락 상 더 맞는다고 생각된다. BIM 모델은 각 단계별로 적합한 형상과 정보를 함께 포함하고 있는데, 형상을 의미하는 Detail보다는 포괄적으로 설계의 전개 단계를 의미하는 Development가 BIM의 개념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LOD를 Level Of Definition이라고 정의하며, 여기에 형상의 상세수준인 Level Of Detail과 정보의 상세수준인 Level Of Information을 포함시키고 있다. Level Of Definition에서는 누가, 어느 단계에, 어떤 구성요소를, 어떤 모델의 수준까지 작성할 것인지를 정해 둔다.


[그림 1] 사과 데생의 LOD 
이미지 출처: Wonart School. https://www.pinterest.es/pin/746401338221319102/

그렇다면 BIM에서 LOD가 왜 중요한 것일까? 건설정보는 설계를 진행하면서 점점 구체화 되는데 LOD는 이러한 과정을 모델에 반영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사과를 묘사하는 데생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대략 형태의 외곽선을 특징만 살려서 거친 선으로 그리는 스케치 단계부터 기본 양감 처리, 주요 특징 표현, 그리고 질감 등 상세 표현 과정을 통해 마무리를 하게 된다(그림 1). BIM 모델도 그렇다. 단계별로 필요한 형태와 정보가 다르기때문에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는 LOD를 적용하여 과도한 모델링 없이 효과적으로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LOD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분야 간 원활한 협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BIM 모델을 구축하면서 상세수준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다르면 주체 간 모델의 접점에서 상충이 일어나거나 설계요소들에 대해 다르게 파악하여 혼란이 생길 수 있다. LOD를 명확히 설정해 둠으로써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어떤 형태와 정보의 수준까지 모델링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협업분야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사업의 발주자는 BIM 요구정의서를 작성하고 수행자는 BIM 수행계획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에 LOD에 대한 약속을 포함시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렇듯 LOD는 BIM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사전에 설계 단계별로 필요한 수준의 형태와 정보에 대한 약속을 정하고 이 약속을 지켜서 모델을 작성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하도록 도움을 준다.


LOD의 단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설계가 진행될수록 설계안은 점차 구체화되고 정교화된다. LOD는 이를 반영한 것으로 100부터 200, 300, 400, 500까지의 단계로 형상과 정보의 상세수준을 나누고 있으며 높은 숫자로 갈수록 점차 높아진다. 여기에 300과 400의 중간수준인 350이 종종 추가된다. LOD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LOD 100은 기획설계, 200은 계획설계, 300은 중간설계, 350은 실시설계 단계이며, 400은 제작 및 시공상세 수준, 500은 준공수준으로 현실에서 구현되는 유지관리용 모델,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다.
LOD는 맨 처음 미국건축사협회(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AIA)에서 제안되었고, 현재는 미국건설인협회(Association of General Contractors, AGC)와 함께 운영하는 BIM Forum에서 계속 그 정의를 개정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LOD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조달청에서 BIL(Building Information Level)이라는 별도의 용어를 정의하여 사용하고 있다. 매칭되는 단계별 숫자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없으므로 여기서는 BIM Forum에서 제시한 『LOD Spec 2019 for BIM』의 외벽을 사례로 살펴보도록 하자(그림 2).

LOD 100(BIL 10) - 기획설계 단계
매스 모델 단계로서 구성요소들이 기하학적 요소들로 표현되지 않고 속성정보도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요소들의 모양, 크기, 위치에 대한 정보는 없고, 존재를 기호나 다른 모델요소에 첨부하여 표현하게 된다. 모델은 개략 견적에 활용할 수 있다.

LOD 200(BIL 20) - 계획설계 단계
벽돌 또는 테라코다 등 재료 유형별로 구분되어 일반적인 벽 수준으로 모델링 된다. 대략적인 수량, 크기, 형상, 위치 등으로 표현되며 정보들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단일 조합으로 표시되며 벽의 위치와 배열이 모델 상에서 표현되지만 아주 정확하지 않고 유연하다.

LOD 300(BIL 30) - 중간설계 단계
소재들이 별도의 실제 치수 요소들로 표현되며 창, 문, 대형 설비요소들을 위한 개구부가 반영되어 모델링 된다. 수량, 크기, 형상, 위치 등과 함께 비기하학적인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기본설계 도면 작성과 개략적인 시공계획에서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

LOD 350(BIL 40) - 실시설계 단계
부위를 구성하는 부재와 부속품들이 포함되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의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모델링 된다. 또한 벽체를 구성하는 벽돌 재료, 철제프레임, 단열재, 슬래브가 표현된다. 실시설계 도면작성, 수량산출, 시공 가능성 및 간섭체크가 가능하다.

LOD 400(BIL 50) - 시공상세 수준
개별 단위의 벽돌 등 석조가 표현되고 외피 레이어, 볼트와 같은 부속재료, 상세한 객체들이 포함된다. 이로써 시공과 조립, 현장설치에 모델이 활용되어 자재조달과 공정, 공사관리 등 디지털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LOD 500 – 준공 단계 수준
크기, 모양, 위치, 수량 등의 측면에서 실제 현장 검증된 요소들로 이루어진 준공모델로서 유지관리 단계에서 활용된다. 이 단계에서 포함된 형태와 정보들은 더이상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지 않으므로 BIM Forum에서는 이 수준에 대해 별도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림 2] 외벽(조적식 구조)의 LOD
이미지 출처: BIM Forum. Level Of Development Specification. www.bimforum.org ; Daniel Quiun.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Construction-of-masonry-walls-W1-and-W2_fig5_287975393


조경 BIM에서의 LOD

건축, 토목분야와 마찬가지로 조경 BIM에서 LOD는 설계 단계별로 구체화될 수 있다. 다만 수목과 같은 자연소재를 다루다 보니 형상의 구체화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목에 대한 모델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몇몇 있으나 소규모의 정원설계가 아닌 이상 몇 천, 몇 만 그루의 교목과 관목, 지피초화류가 계획되는 프로젝트에서 조경식재를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Revit을 비롯하여 시중의 BIM 저작도구에서는 실사적인 식재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시각화를 위해서 별도의 렌더러를 연동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실상 이는 다른 분야도 유사하다. BIM 저작도구로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시각화 등 구축한 모델을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이를 위해 특화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

식재의 실사적 표현이 어렵다고 하지만 어쨌든 LOD에 대한 대체적인 분야 내 동의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조경가협회(Norwegian Association of Landscape Architects, NLA에서는 수목의 시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LOD 100에서는 2D의 개념적 스케치 수준으로 정의되고, LOD 200에서는 기하학적 형태로 수종과 수고, 수목의 볼륨, 가지, 수관 등 개략적 규격이 포함된다. LOD 300에서는 수근이 표현되며 수목의 정확한 규격과 식물의 생태적 속성정보들이 포함된다. LOD 400에 이르면 재질 등 가시적 특성이 보다 상세해지면서 시각적인 소통의 자료로 모델을 활용할 수 있으며 판매자의 정보, 물품코드가 포함된다. LOD 500에서는 성장하는 수목에 의한 생장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게 된다. 영국조경협회(Landscape Institute, LI)에서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와 유사하게 수목의 LOD를 정의하고 있다. LOD 200까지는 수목의 형상을 단순한 스케치 또는 2D 심볼 수준으로 표현하다가 LOD 300부터는 3D 형상이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되고 그 이상부터 수목의 수관과 수간, 줄기 등의 형태가 상당히 구체화된다. 이와 함께 속성정보에 대한 상세수준도 높아지는데 LOD 350부터 정확한 규격과 생산자 또는 판매자 등의 유통정보가 포함된다.


[그림 3] 조경 수목의 LOD
이미지 출처: Wik 외. 2018. BIM for Landscape: A Norwegian Standardization Project. DLA Conference Paper. 241-248.


외로운 BIM 보다는 사회적 BIM

BIM 모델은 협업이 필요 없는 개별적 프로젝트에서 단일 분야 모델로 구축되어 활용될 수도 있다. 구축한 모델로 자동견적, 도면화가 가능하고 포함된 속성정보에 따라 설계와 시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BIM 기술과 프로세스를 토대로 하지만 모델을 공유하지 않는 것, 이것을 Lonely BIM이라고 한다. BIM 기술이 축적되고 나면 현재의 설계방식보다 BIM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므로 Lonely BIM도 전문가들에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BIM 전문가들은 모델을 구축하여 협업의 도구로 사용할 때 BIM의 효과가 더 커진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BIM 모델을 구축해 나가면서 협업의 시기를 앞당기고 3D 모델을 통해 설계안을 발전시키면서 상호 검토함으로써 분야 간 간섭체크와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참여주체들이 BIM 모델을 함께 구축해 나가면서 효율적으로 협업을 이어나가는 것을 Social BIM이라고 한다. 근래 들어 표준화된 정보의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참여주체들이 개방형 BIM, Open BIM을 지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때 LOD는 협업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중요한 기준과 약속이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LOD 또는 BIL은 단계별 상세수준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설계 단계별 LOD에 따라 모델을 구축하면 BIM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 상세수준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LOD는 프로젝트 참여자들 간의 약속이라고 하였다. 그렇기때문에 발주자와 참여자들 간의 내부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프로젝트의 특징, 계약 및 운영 상의 특수한 이유와 상황에 따라 LOD는 조정될 수 있다.

LOD가 설계단계별로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이 아니듯이 단일 프로젝트 내에서도 분야별, 공종별, 그리고 부재별로도 각각 다른 기준을 설정하여 최소한의 모델링을 할 수 있다. 즉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건축 및 구조분야에서 LOD 350으로 모델링을 해도 아직 도입 초기에 머무르고 있는 조경분야의 모델은 LOD 300 또는 LOD 200이어도 된다. 또한 조경분야 단일 모델이 LOD 350을 지향한다고 해서 내재하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동일한 LOD 수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즉, 옥외시설물과 경계석은 LOD 350으로, 수목 형상은 LOD 200으로 모델링 하되 속성정보는 LOD 350 수준으로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사전에 왜 그 수준까지 필요한 것인지 모델의 활용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며 LOD 수준의 조정이 요구되는 필연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참여주체 간의 동의가 이루어진 후 그 내용을 요구의정서와 수행계획서에 담아야 한다. 아직까지 조경분야에서는 BIM 모델 구축에 한계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과도한 모델링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수행계획서에 명시된 모델의 활용 업무를 그대로 따름으로써 예상한 BIM 효과를 시나리오에 따라 달성할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수목을 포함한 LOD 400과 500의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국내 조경분야에서 몇몇 선도적인 기업이 활용 가능한 코딩을 통한 스마트 기술의 사용, BIM과 IoT의 접목, 수목 모델링의 자동화 등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활약을 기대하면서 조경 BIM 도입에 긍정적 비전을 가져본다. 조경 BIM 도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글·사진 _ 김복영 대표  ·  림인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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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im@limresea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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