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문화와 산업에 대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역할은?

‘정원산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06-29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출범의 일환으로 ‘정원산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23일 개최됐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하 한수정)이 출범함에 따라 한수정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문화, 산업, 경영,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원산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23일(수) 국립세종수목원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정원분야 역할 및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고정희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장의 ‘유럽의 정원문화와 산업’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한수정 사업계획에 대한 발표(관련기사)가 있었다.


이후 한수정의 역할에 대한 대담이 권진욱 영남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루어졌다.


박은영 중부대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미래 정원문화의 모습은 ‘다양성’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정원의 정의부터 유형까지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그것이 문화로 연결될 것이기에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을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보고 있어 정의하기도 어렵고 크기도, 주체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수정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정원의 다양한 주제 중 무엇을 특화하고, 네트워킹 할 것이며, 어떤 분야와 융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교육에 대해서는 “미래세대인 어린이교육에 가장 힘을 써야하며 동시에 인력을 양성하는 리더(교육자)를 위한 교육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원의 가치나 치유, 복지, 교육 등은 시민중심의 문화로 계속 성장하던 과정에서 한수정이 생겼다. 한수정은 정원사업으로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과의 마찰이 생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포용적 태도를 가지고 민간과의 공생과 협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효진 가톨릭관동대 의과대학 교수는 한수정 경영과 관련해 “공공기관은 민간기업이 아니기에 사업을 집행하려고 하기보다 거버넌스 역할에 충실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하며, “ESG의 기반은 인적네트워크와 인적자본이기에 외형적 성장에 욕심내기 보다는 내부 직원의 만족도, 조직의 동기부여 스트레스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진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정원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과의 차별화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국립산림과학원을 비롯한 산림청 산하 기관과의 네트워크와 거버넌스 구축도 중요함을 밝혔다.


치유와 복지차원에서는 “보다 과학적인 기반에서 국가 R&D 등을 실시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체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완순 서울시립대 교수는 산업분야에 대해 “산림청은 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으로 정원산업 시장을 2025년까지 2조원으로 키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도화나 조직, 양성교육 등과 달리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풀뿌리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견고해져야 산업이 활성화 되는 것”이라며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산업의 68%를 차지할 식물소재에 대해서 “자생식물만 생각하지 말고, 전 세계의 식물을 대상으로 식물연구를 확장함으로써 ‘K-Garden’이 아닌 ‘Garden’을 선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이나 국가연구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를 놓치면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어느 시점에서 정부가 민간에게 양도를 할 것이며, 민간은 어느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는 “한수정이 생각하는 정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원의 정의가 각기 다른 상태에서 한수정이 사업을 추진하는 범위를 명확히 해야 다양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람회나 쇼가든과 관련해 “해외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올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국민에게 맞는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 작가가 조성한 정원을 선보이는 가든쇼를 하기에는 작가도 국민도 시기상조”라며 지금은 쇼가 아닌 마켓이 필요하고, 분갈이 강의나 구하지 못하던 식물들을 한 곳에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산업이나 기초적인 부분의 행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센터장은 정원치유와 관련해 “정원은 이제 사회적 가치실현, 공익적 기능을 향해 가야 한다. 궁극적 목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도출된 것이 ‘정원치유’”라고 전했다.


치유에 대해서는 원예치유, 산림치유, 해양치유 등 다양하며 법적으로도 명시돼 있지만, 정원은 멀리가지 않아도 생활권 내에서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목원 정원센터에서는 12억을 투입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가드닝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말 모니터링 후 효과검증이 되면 보건복지적 측면에서 보다 큰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권역별 수목원이나 국가정원, 지방정원도 일부 한수정의 관리와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연대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이 만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잘 공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정순 순천만국가정원 정원행정팀장은 “정원교육 표준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과 담당 강사의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박용환 태화강국가정원 미래정원담당 계장은 “지자체 담당 공무원부더 교육과 정보제공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장영신 산림청 정원팀 과장은 “2015년부터 수목원정원법이 됐지만 정원팀이 신설된 건 지난해 8월이고, 올해 본격적으로 정원관련 업무체계와 기관이 마련돼 달려가는 해”라며 “정책의 지속성, 역할의 균형 부분에 있어 민간과 함께 가거나 넘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육과 관련해서 “국가자격증이나 대학내 정원학부에 대한 수요도 있다. 한수정과 정원문화원 등에서도 정원관련 전문 일자리가 필요하기에 품질이 뛰어난 전문가를 양성해서 배치해야함으로써 선순환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과정을 대학과 연계해 개발하고 발전시킬 그림은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류광수 이사장은 “정원의 수요는 반려식물부터 도시재생까지 확장됐다. 거버넌스 구축과 원예, 조경, 의료, 여러 분야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필요하다. 국민이 눈높이에 맞춘 정원사업을 충실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선순 순천만국가정원팀 과장, 주효진 카톨릭관동대 교수, 권진욱 영남대 교수, 박은영 중부대 대학원 교수,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 진혜영 국립수목원 센터장, 류광수 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장,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 김완순 서울시립대 교수,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원장, 장영신 산림청 정원팀장, 한창술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무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정희 칼 푀르스터재단 이사장의 ‘유럽의 정원문화와 산업’ 기조강연


한편 기조강연으로 고정희 칼 푀르스터재단 이사장의 ‘유럽의 정원문화와 산업’이 마련됐다.


고 이사장은 정원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드웨어, 소재, 기술, 전문인력양성(교육)에 대해 특히 강조하며 “수목원정원법 제3조(사업)에 연구지원, 기술연구, 식물의 재배 및 관리에 대한 항목도 포함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의 정원문화와 산업은 고대부터 한걸음씩 발전해왔으며 연속성을 갖고 있어 견고하다. 중세까지는 실용정원이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다면, 16세기 중반, 식물 수집이 유행하면서 식물이 심고,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됐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정원을 위한 정원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식물 수집을 위해 무역상들과 식물학자가 해외로 나가서 식물을 수집했고, 베니스상인들은 식물 거래만 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땅에 식물원을 만들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더러 연구하고 서적을 쓴 사람도 있다. 유럽정원문화의 특징은 정신적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식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실용과 기술을 중요시한다는 특징도 있다. 아름다움만 보는 게 아니라. 수집하면 심고 재배하고 연구하면서 재배기술과 소재 생산기술이 뛰어나다. 영주들 사이에서 식물수집, 재배경쟁이 생기고, 왕실이나 귀족에 의해 정원사교육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조금씩 발전해온 정원문화와 산업이기에 고 이사장은 우리나라 역시 “속도를 늦추고 한 발 한 발 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정원 조경 시공산업 규모는 업체수 18,696개, 고용인구 126,354명, 교육생은 7,458명이다. 2020년 정원산업 총 매출은 약 90억 유로(약 11조원)이다.


원예시장 구조는 생산자 > 도매상 > 중간상 > 소매상 > 소비자 구조로, 소매소비액이 연간 약 70억 유로(9조 4천억)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식물에 평균 84유로(약 10만원)이며 그중 수목구입비는 연간 평균 14유로(1만8,000원)일 정도로 세계에서 원예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인구의 약 70% 이상이 연 1회 꽃집, 숙근초재배원, 수목재배원, 가든센터를 방문한다.


산업 관련 조직은 상공인들이 조직을 꾸린 상공회의소 형태로, 각 전문분야별로 수도 많고 엄격하게 꾸려져있다. 가입돼있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는 형태로, 자기 그룹을 보호하고 규제도 한다. 특히 품질 규제가 가장 많다. 정원수재배 전국연합에서 표준을 만든다.


‘교육’은 법에 의해 수목원, 식물원, 도시녹지국, 조경회사, 시공업체, 재배원 등 각 업체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상공회의소나 기술자연맹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거의 모든 기관이 교육생을 받을 수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은 마스터자격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하기에 도제식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다.


교육은 실무와 이론을 동시에 하는 교육을 하는데 실무비중이 더 크다. 기간은 3년으로. 고등학교과정부터 시작하게 되며, 교육과 함께 급여도 받는다. 일정 과정이 끝나면 도제과정을 밟을 수 있다. 큰 업체는 교육담당 직원이 있기도 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청년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상회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정원분야는 좋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어 사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고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인문학 위주의 교육의식이 뿌리박혀있거나 정원사는 교육을 박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 대학교육을 받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이기도 하다. 전문인으로서 인정하고, 급여를 제대로 준다면 위상이 바뀔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대학교육보다 실무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 당당해 진다면 국가적 이득이다. 이를 위해 국가기관에서는 장학생제도, 인센티브 등으로 지원함으로써 성취동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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