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기는 경기도 공공형 마을정원 1호 ‘모두의 정원’

성남시 정원의 거점으로 발돋움
라펜트l기사입력2021-07-15


경기도 공공형 마을정원 1호 ‘모두의 정원’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마을이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이 도시에 통용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모두가 한 아이를 ‘자연’속에서 키워내기 위한 정원이 생겼다. 처음 성남시에 정원문화가 싹튼 장소에 말이다.


경기도 공공형 마을정원 1호 ‘모두의 정원’은 2016년 ‘제4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린 성남시청공원 일원에 조성됐다. 박람회 이후 존치된 작가정원은 지속적으로 유지관리가 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일반정원(Living Garden)은 시간이 흐르며 처음의 의도가 흐려지고, 시설물도 노후화 됐다. 이에 시는 일반정원 3개가 들어섰던 공간을 묶어 새로운 공공형 마을정원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원의 입지다. 성남시청은 여타 관공서와는 다르게 울타리 없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원형으로 조성됐고, 주변에 아파트단지와 주택가가 있어 시민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산책과 운동을 한다. 또한 인근에 140명의 원아를 보유한 어린이집이 있어 시청공원을 오가며 등원하고, 정원 바로 옆에는 9월 개소할 성남시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시의 중심이자 정원의 시작인 이곳은 접근성도 좋아 야외답사를 갈 곳이 없는 관내 어린이집이 유치원버스를 타고 찾아오기에도 용이하다. 그야말로 ‘마을이 아이를 키워내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민 모두가 모이는 이곳에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도시민에게 결핍된 ‘자연’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도 공공형 마을정원 1호의 주제가 ‘아이’로 잡히고, 정원의 이름이 온 지역민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모두의 정원’이라 붙은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여성들을 주축으로 세심하게 조성된 정원


‘모두의 정원’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자연체험학습장이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정은 성남시청 주무관과 설계와 자문을 맡은 김승민 작가(디자인봄 대표), 시공을 맡은 오지예 오성장미수목원 과장, 그리고 서원경 성남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과 어린이집 선생님들까지 여성들이 주축이 돼 함께 논의한 결과물이다. 


정원은 기존의 키 큰 소나무와 함께 꽃과 아름다운 초화류가 어우러져 마치 숲속유치원 같다. 대나무를 엮은 울타리 안은 비밀기지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아지트가 되고, 나무기둥 벤치는 정원을 순식간에 야외교실로 만든다.


마구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 중앙에는 커다랗고 귀여운 곰 조형물이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웠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요 ‘곰 세 마리’로 아이들에게 매우 친근하게 느껴질 곰 조형물에는 올라타거나 만져보며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소나무와 어우러져 숲속유치원 같은 모습



대나무로 엮은 둥지형태의 울타리는 마치 비밀기지 같다.



설계와 자문을 맡은 김승민 작가(디자인봄 대표), 시공을 맡은 오지예 오성장미수목원 과장, 이정은 성남시청 주무관


정원의 모든 재료들도 세심하게 선정됐다. 식물의 잎을 비롯해 바닥에 깔린 돌, 텃밭의 흙, 물장구를 칠 수 있는 물확 등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어느 것에 손을 뻗든 촉감놀이가 될 수 있다. 멀칭재로 깔린 돌은 다채로워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식재와 조형물도 4~6세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낮게 배치됐다.


곳곳에 배치된 알록달록한 벤치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제작해 구름모양, 지렁이모양, 꿀벌모양 등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정원 안에 마련된 텃밭은 흙을 만지고 채소를 심으며 자연이 주는 선물들을 깨닫게 한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품에 쓰였던 커다란 솥과 밥주걱 조형물을 함께 두어 식탁에 올라오는 밥과 반찬이 자연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교육할 수 있다.


정원을 설계, 자문한 김승민 작가는 “기존의 소나무숲과 공원과 도시 속 정원형 자연을 아이들에게 주고자 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고 세심하게 조성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요를 찾아 곰 조형물을 선택하거나 아이들이 그림으로 벤치를 만드는 등 아이들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정원’인 만큼 어른들도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요소도 곳곳에 있다. 기존 박람회 정원의 파고라를 존치했으며, 쉼터도 만들었다. 산책하는 시민들이 계절마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꽃길도 조성했다. 김 작가는 “한 송이 꽃이 사람을 부른다”며 꽃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성남에서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작가정원을 출품하기도 했으며, 이후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정원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다. 박람회로 시작돼 조금씩 커가는 성남 정원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이 장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오지예 오성장미수목원 과장도 “아이들이 뛰어 놀 잔디는 롤잔디로 깔고, 답압에도 잘 생육할 수 있도록 잔디보호대를 설치했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정원인 만큼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정원은 아이들의 교육공간으로서도 적극 활용될 계획으로, 어린이집과 성남시육아종합지원센터의 의견도 적극 반영됐다. 서원경 센터장은 “정원과 센터 사이에 울타리를 두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은 센터 내 자유놀이실에서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센터 실내 컨셉도 ‘자연’으로, 흙무덤 등 아이들이 신체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기에 정원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자연프로그램이 아닌 모두의 정원, 시청 공원만의 특성을 살린 정기적 특화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 교사들은 성남시와 유기적으로 정원의 식물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5회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 10월 시범운영될 예정이다.


서 센터장은 “아이들의 삶 속에 정원이 들어오고, 정원을 통해 자연이 들어올 수 있도록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정원의 ‘거점’


경기도는 정원과 꽃을 매개로 마을공동체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내집+마을+도시의 생활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기도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시민이 주도해 만드는 ‘커뮤니티정원’, ‘블록정원’이나 정원문화 체험의 거점이 될 수 있는 ‘공공형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마을정원을 위한 마을공동체 가드닝 프로그램을 병행함으로써 정원을 관리하며, 마을축제나 커뮤니티 활동, 교육, 치유, 가드닝 등 정원 프로그램의 활동장소로써 정원의 효과 및 가치를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공공형 마을정원은 ‘시민주도형 마을정원’이 마을정원으로서는 의미는 있지만 전체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을정원의 필요성이 제기돼 마련된 것으로, 성남시의 사례가 경기도 공공형 마을정원의 1호이다. 도비 30%, 시비 70%가 매칭돼 조성 및 운영된다.


‘모두의 정원’은 성남시에 조성된 마을정원 4개소, 조성 중인 1개소 등 흩어져있는 마을정원들의 거점 역할도 하고, 관내 열리는 행사나 축제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올 가을에는 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향후 시설물 등 전체적 사후관리는 시에서, 보식이나 정기적 소규모 제초 등 식물에 대한 유지관리는 양성된 시민정원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성남시는 7년간 가드너교육사업을 통해 양성한 ‘성남 가드너’에게 정원관리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경기도에 신청해 도에서 운영하는 조경가든대학을 수료한 시민정원사협동조합에서 공간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차원에서도 공간을 살뜰히 돌보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는 박람회 이후에도 정원문화확산에 힘쓰고 있다. 시청 정원에서는 매년 정원축제가 열린다. 원예디자인학과 대학생들이 꽃길 가든을 만들고, 사랑방 문화클럽 생활문화 예술공연단의 버스킹 공연도 정원 안에서 이루어졌다. 온 가족이 함께 식물심기 체험을 하면서 정원문화를 피웠다. 1년에 3번 꽃을 심는 한뼘정원 만들기, 골목정원 가꾸기 등 꾸준히 정원과 정원문화를 연결하고 확장해왔다.


이정은 성남시청 주무관은 “박람회가 개최된 2016년부터 시는 그동안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조금씩 노력해왔고, 이제는 관내 정원들을 자신의 정원처럼 생각하시는 시민분들이 늘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번 ‘모두의 정원’이 중심역할을 하는데 하나의 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모두의 정원’을 공간 거점으로 두고, 정원센터 건립에 대한 여건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무리 예쁜 공간도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성남시는 생태교육을 테마로 육아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신청을 받아 육아교육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모두의 정원’은 성남의 미래세대 교육에 있어서도 성남시 관내 어린이집들의 거점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장소는 좁지만 성남시 전체에 이용 혜택을 돌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장소를 마련했다면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원과 성남시육아종합지원센터(오른쪽 건물)가 소나무를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다.


어른 아이 모두 쉽게 앉을 수 있는 통나무 벤치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사용된 파고라를 그대로 존치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곰 조형물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제작된 벤치, 정원에 사는 식물들을 그림으로 그린 안내판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는 아지트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사진은 시공을 맡은 오지예 오성장미수목원 과장과 설계와 자문을 맡은 김승민 작가(디자인봄 대표)





아파트단지와 인접해 주민들의 집앞정원이 된다.



텃밭공간



아이들이 물장난을 칠 수 있는 물확과 기존 정원에 쓰였던 밥솥과 밥주걱 조형물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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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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